[23인의 투혼] 20. '판타지스타' 안정환이 부를 백조의 노래

김성진 2010. 6. 3.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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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태극전사들의 '진짜' 도전이 시작됐다.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이라는 또 하나의 목표에 도전하는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선수들. '스포탈코리아'는 다가오는 6월 월드컵 개막 직전까지 남아공 무대에 도전하는 태극전사들의 투혼 스토리를 전한다. 스무 번째 주인공은 한국 선수 중 월드컵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은 안정환이다.<편집자주>

월드컵을 주제로 이야기를 하면 빠지지 않는 이가 항상 한 명 있다. 승패의 중차대한 기로에서 터뜨린 골과 여성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은 반지 세레모니. 이것만으로 어떤 장면이었는지 머릿속에 바로 그려질 것이다. 그렇다. 우리 시대 최고의 판타지스타 안정환이다. 지난 두 번의 월드컵으로 한국인들의 가슴 속에 영웅으로 새겨진 안정환. 그가 마지막 월드컵이 될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원정 월드컵 16강이라는 선물을 선사하기 위해 자신의 축구화 끈을 질끈 조여맸다.

HISTORY| 한국의 월드컵 영광엔 그가 있었다

"내 축구인생의 마지막 월드컵이다. 내 모든 것을 다 걸고 월드컵에 나를 던지겠다." 30명의 월드컵 대표팀 예비 엔트리가 발표되기 전 안정환이 밝힌 각오다. 그리고 이제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장식할 이번 월드컵 출전을 앞두고 겸허한 마음으로 남아공을 바라보고 있다.

안정환은 이미 지난 두 번의 월드컵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한국의 월드컵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황선홍과 함께 최전방을 책임진 안정환은 미국과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교체투입돼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 1-1 동점골을 터뜨리며 16강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어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는 전반 3분 페널티킥을 실축했지만 연장전 종료 직전 2-1 역전 골든골로 한국이 8강에 오르는데 일등공신이 됐다.

2002년에 인생의 화려한 시간을 보낸 안정환은 4년 뒤인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도 변함없는 활약으로 '월드컵=안정환'이라는 등식을 성립시켰다. 그는 토고와의 조별리그에서 2-1 역전 중거리슛으로 한국축구 역사상 첫 원정 월드컵 첫 승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안정환은 독일 월드컵 이후 긴 슬럼프에 빠지기 시작했다. 6개월의 무적 생활 뒤 2007년 초 수원에 입단했지만 부진한 컨디션은 회복되지 않았다. 2008년 부산으로 다시 옮기며 예전 기량을 서서히 회복했지만 이번에는 대표팀과 인연이 없었다. 안정환도 국가대표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2009년 중국으로 떠났다.

이 때 대표팀 공격력 강화와 조커의 필요성이 대두하기 시작했다. 허정무 감독도 다양한 공격 옵션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안정환을 소집했다. 안정환도 허정무 감독의 의중, 자신의 대표팀 내 역할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백의종군해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에 기여하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그리고 한국축구는 돌아온 '판타지스타'와 함께 남아공에서의 새로운 역사를 꿈꾸기 시작했다.

MISSION| 임무는 '조커', 백조의 노래 불러라

대표팀이 안정환에게 바라는 것은 단 하나다. 바로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한 방이다. 사실상 마지막 월드컵인 이번 대회에서 그는 마지막 스포트라이트를 꿈꾼다. 서양에서는 은퇴를 앞둔 예술가나 스포츠맨이 혼신을 다해 만들어낸 마지막 성과를 '백조의 노래(swan song)'라 부른다. 이번 대회에서 안정한은 백조의 노래를 부르려 한다.

안정환은 이미 여러 차례 조커로서의 능력을 발휘했다. 한일 월드컵 미국전 동점골과 독일 월드컵 토고전 역전골은 모두 교체 투입된 뒤 얼마의 시간이 지나지 않아 골을 뽑아낸 것들이다. 허정무 감독도 위기 때 단번에 분위기 전환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카드로 안정환을 선택했고 최종명단에 그를 포함했다.

그러나 안정환은 아직 조커로서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대표팀 복귀 후 출전한 몇 차례 평가전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활약이 미비했다. 득점 상황에서도 부정확한 슈팅으로 골을 놓치는 장면도 나왔다. 또한 후배들과의 호흡이 맞지 않았고 움직임이 겹쳐 전방에서 효율적인 플레이도 나오지 않았다. 월드컵 첫 경기까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안정환은 집중력을 유지해 자신의 기량을 극대화할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CHEERS| "다치지 말고 즐겁게 치른 뒤 돌아와요." from 이혜원(안정환 아내)

안정환에게 가족은 항상 힘이 되는 존재다. 그가 그라운드에서 기량을 항상 유지하고 땀 흘릴 수 있는 데는 매 경기 관중석에서 자신을 지켜보는 부인 이혜원 씨와 두 아이 리원, 리환이 때문이다. 특히 이혜원 씨는 안정환이 축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 힘을 보태며 내조하고 있다. 축구계 '내조의 여왕'으로 불리는 이혜원 씨가 3번째 월드컵 출전을 앞두고 있는 남편을 향해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벌써 3번째 월드컵인데도 대회를 앞두고 떨리는 마음은 여전하네요. 오히려 돌이켜보면 이것저것 잘 몰랐던 2002년에는 차라리 덜 떨렸던 것 같아요. 며칠 전 곽태휘 선수가 부상으로 안타깝게 함께하지 못하게 되는 모습을 보면서는 남의 일 같지 않아 너무 마음이 아팠고요. 저도 예전에는 경기가 끝나면 혹시 모르게 다친 데라도 있을까 봐 전화해서 거의 취조하다시피 물어보곤 했던 기억도 나고요. 무엇보다 지금은 대표선수라는 자리가 얼마나 힘든 자리인지, 팬 분들이나 기대해 주시는 분들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해야 하는지 잘 알기에 더 떨리고 걱정이 됩니다.

그래도 남편이 워낙 담담하고, 책임감 있는 스타일이기에 맡은 바 역할을 잘할 거라 믿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어요. 밖에서 보시는 분들은 안정환 선수가 큰 경기마다 꼭 골을 넣었다며 늘 기대를 하시지만, 저나 본인이나 그런 기대에 부담도 많이 되는 것이 사실이죠. 더욱이 이제는 본인이 책임을 지는 것보다는 후배들을 위해 헌신하고, 도와줘야 하는 역할이 더 커졌기 때문에 또 다른 역할이 주어지기도 했고요.

물론 그런 기대들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이번에도 무언가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죠. 하지만 너무 부담 갖지 말고 평소대로 마음 편하게 대회를 치르고 왔으면 하는 바람이 개인적인 부탁이에요. 벨라루스전이 끝나고 잠깐 통화를 했는데 "어, 끝나고 그냥 누워있어"하는 말이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데 많이 짠하더라고요. 아무래도 지금은 많이 긴장도 되고 걱정도 많을 것 같아요.

남편에게 "절대로 고개 숙인 모습은 보이지 말라"고 부탁했어요. 결과가 좋을 수도 있고, 안 좋을 수도 있지만 이제는 저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함께 응원하고 있으니 언제나 당당한 남편, 아빠의 모습으로 있어달라고요. 요즘은 아이들도 경기가 시작되면 아빠를 위해서 꼭 기도를 해요. 큰딸은 뭐가 창피한지 혼자 이불에 몰래 들어가서 기도를 하는데 그런 모습을 옆에서 보고 있으면 너무 귀엽고 그래요. 남편에게도 이런 믿음이 잘 전달돼서 더 기운 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팬 여러분과 같이 간절한 마음으로 멀리서지만 진심으로 응원할게요. 다치지 않고 즐거운 대회 치르고 돌아오세요."

:::FACT FILE

생년월일: 1976년 1월 27일

소속팀: 다롄 스더

신장: 177cm

몸무게: 73kg

포지션: 스트라이커, 공격형 미드필더

선수경력: 부산 대우(1998년~2000년), 페루자(2000년~2002년), 시미즈 에스펄스(2002년~2003년), 요코하마 F.마리노스(2004년~2005년), FC 메츠(2005년~2006년), 뒤스부르크(2006년), 수원 블루윙즈(2007년), 부산 아이파크(2008년), 다롄 스더(2009년~현재)

대표경력: 국가대표(1997년~현재), A매치 70경기 출전 17골

수상경력: K-리그 MVP(1999년), K-리그 베스트 일레븐(1998년, 1999년), 체육훈장 맹호장(2002년), 자황컵 체육대상 남자 최우수상(2002년)

글=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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