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지방선거가 민주당에 던진 메시지는
- 정부·여당 불만에 따른 반사이익 의미 새겨야
- 2012년 총선, 대선 전 `야권 단일화` 메시지도
- 선거결과 자만해 민심 오판 땐 더 큰 참패 분석
[이데일리 이숙현 기자] 민주당에 예상 밖의 승전보를 알린 6.2지방선거 결과는 한 편의 드라마였다. 한쪽의 싹쓸이와 다른 한쪽의 참패가 일찌감치 예견되던 과거 선거와 비교하면 이번 선거는 말그대로 대역전극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하지만 민주당 앞에는 이제 더 어렵고 부담스러운 현실이 버티고 있다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이번 선거는 일단 민주당의 승리로 표현되지만, 정부여당의 독선에 반발한 민심이탈로 인한 반사이익이라는 측면이 크다.
선거 결과를 자만해 이같은 민심을 `오판`할 경우 2년 뒤인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또다시 참패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반사이익 의미 되새길 필요"
이번 선거 결과는 무엇보다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에 대한 심판 성격이 가장 크다. 여론에 귀를 귀울이지 않고 독선적인 정국운영으로 자신들을 뽑아준 국민들을 소외시켰다. 그리고 그 바닥 민심은 이번 선거로 드러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마냥 안심할 수 있는 대목은 아니다. 분명 현 정권 심판과 동전의 양면격인 견제론으로 절묘한 결과가 나온 것이고, 때문에 민주당의 승리는 반사이익의 성격이 크기 때문이다.
거칠게 표현하면 민주당에 대한 기대라기보다 "한나라당과 정부가 워낙 못해서"라고 설명하는 게 더 정확하다.
이는 지난 2006년 지방선거 때 한나라당이 싹쓸이를 한 것과 비교되는 현상이기도 하다. 참여정부에 대한 반발로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은 어부지리 승리를 거머쥐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였다.
이를 의식한 듯 민주당도 한껏 자세를 낮췄다. 우상호 대변인은 선거결과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한 3일 새벽 2시경 브리핑을 통해 "이 지방선거 결과는 민주당만의 승리가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해준 범야권, 그리고 시민사회 공동의 승리라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 민심 오판할 땐 더 큰 참패 분석
이번 선거를 통해 정세균 대표는 일단 당내 입지를 더욱 굳히게 됐다. 승리의 몫은 두부 자르듯 나눌 수 없기 때문에 일단 진두진휘를 한 지도자에게 많은 몫이 돌아가게 마련이다.
민주당은 야권 단일화라는 카드를 십분 활용해 인천과 충·남북, 강원과 경남 등 격전지 및 민주당 불모지에서 광역단체장을 만들어냈다. 이에 따라 선거 전 민주당 패배 분위기 속에서 예상됐던 당내 비주류로부터의 공세는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이번 승리는 현 정권에 대한 민심이반, 범야권 내 단일화 효과, 후보 개개인들의 인물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점에서, 자칫 당권파.비당권파를 불문하고 민주당이 상황을 오판하게 되면 2012년 선거에서 또다시 참패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민주당에서부터 나오고 있다.
선거 직후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이번 승리에 취해 국민과 당 전체가 아닌 개인의 이익을 쫓는다면 또 다시 2012년 선거에서 패배할 것"이라며 "이번 절반의 승리로 오히려 자만심을 심어주게 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 "세대교체 통한 젊은동력 만들어야"
이철희 한국사회여론연구소(KOSI) 부소장은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민주당의 압승이라고 보기 힘들다"면서 "현 정권에 대한 반발 심리와, 사표방지를 위해 제1야당으로 표를 몰아주게 되는 `2번 효과`로 민주당이 선전을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부소장은 "민주당은 현재까지 2012년 대권에 유력한 후보 한 명조차 없는 상태에서 앞으로 2년 동안 더욱 힘든 시간이 될 것"이라며 "그 때까지 국민들의 진심어린 지지를 받고 변화의 동력을 만들어내는 일이 과제로 남았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선거는 386세대 젊은 지도자들이 무대 중심에 서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면서 "(8월 예정된) 전당대회에서는 (정세균, 정동영, 손학규 등)구세력.구세대가 가고 (이광재 안희정 등) 젊은 세대가 전면에 서기를 바라는 유권자들의 메시지도 담겨있는 듯 하다"고 해석했다.
전문가들은 전당대회에서 어떤 구도로 지도부가 구성되느냐에 따라 2012년 총선과 대선의 승리 여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른바 전당대회를 통한 신구세력간 대결 혹은 당 내 보혁 갈등의 가능성이 기다리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민주당 한 핵심관계자는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민심은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범야권의 대오정비를 요구한 성격도 짙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2번`을 달고나오지 않은 국민참여당 유시민 경기도지사 후보가 민주당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에 비해 상당한 격차를 두고 패배한 것에 대한 간접적인 설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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