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겐, '솔베이지의 노래' 작곡 그리그의 고향

2010. 5. 27.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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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조화 이룬 예술 도시… 2000년엔 유럽문화수도로

베르겐은 노르웨이 제2도시다. 한때는 노르웨이의 수도로 제 역할을 다했다. 1299년 오슬로에 수도 자리를 내주기 전 12세기에서 13세기까지였다. 수도는 아니지만 베르겐의 역할과 영광이 재현되고 있다. 2000년에는 유럽문화수도로 인정받았다. 피오르 탐방의 거점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베르겐 시내의 고지대인 플뢰엔에 올라 베르겐 시가지를 내려다보면 가슴이 확트인다. 자연과 조화를 이룬 베르겐 시내의 건축물들은 이방인에게는 경외의 대상이다.

베르겐의 구심점은 브뤼겐 지역이다. 브뤼겐은 세계문화유산 지역으로 등록된 곳이다. 브뤼겐은 삼각형 지붕 모양의 빨간 목조건물이 줄지어 서 있다. 노르웨이에서 유독 자주 접하는 빨간 색이 이곳과 관련된 것은 아닐까. 노르웨이에서는 아이들 모자도 어른들 옷도 빨간 색이 많다. 여러 모양의 유람선과 요트 옆으로 중세의 모습이 도드라진 현장이 브뤼겐이다.

중세에 독일 상인들인 한자(Hansa)가 거주했던 자취가 여전하다. 브뤼겐은 베르겐이 한자동맹의 중심지로 활동했던 1370년에서 1754년까지 한자상인들의 거주지와 일터가 있던 곳이다. 영국인과 결혼해 노르웨이로 건너온 이곳에서 디자인 사무실을 운영하는 손여영씨는 "현지인과 동화를 막기 위해 독일 상인들은 현지인과 결혼도 못했다"고 한다. 한자박물관에 들어서면 생선을 말리는 방과 상인들의 사무실, 1700년대의 벽장침대도 보인다.

◇바다에 접해 있는 베르겐의 브뤼겐 지역에는 목조건물이 많다. 중세에 독일 상인이 거주했던 곳에는 우연하게도 노르웨이의 상징과도 같은 빨간색이 눈에 띈다.

노르웨이로서는 어쩌면 자랑하고 싶지 않은 역사의 현장인 브뤼겐이 보호되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브뤼겐의 건물들은 1702년 대화재 이후 보존돼 왔다. 독일상인들만 거주했던 당시의 정신을 살린 것인지, 지금도 이곳에는 잡상인이 없다. 단지 예술가의 작업실이나 단촐한 기념품 가게로 사용된다. 그 공간에 여행자들이 밀려들고 있다. 손여영씨는 "창의력과 경력을 인정받는 이들만이 이곳에 들어와 살 수 있다"며 "베르겐을 상징하거나 이곳의 문화 수준을 높일만한 이들로 판단되면 정상 임대가의 10%도 안 되는 비용으로 들어와 살게 한다"고 설명했다. 손여영씨도 10년 전 한국의 고려원출판사에서 근무한 이력과 영국 체류 경험을 설명해 이곳에서 사무실을 마련할 수 있었다.

오슬로보다 북쪽으로 좀 더 올라와서 그런지 베르겐은 흐른 날이 더 많다고 한다. 베르겐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플뢰엔 산에 올랐을 때도 날이 흐렸다. 하지만 밤 10가 넘어서도 시내 전경을 자연광으로 관측할 수는 있는 도시는 지구상에 흔하지 않을 것이다. 8분 정도 케이블카를 타고 플뢰엔 정상에 오르자 베르겐의 아름다운 모습이 드러났다. 현란한 불빛이 없는 베르겐의 야경은 눈을 자극하지 않는다. 이곳의 야경은 대상을 자극하지 않고 자연의 빛에 순응하면서 반응한다. 오직 가슴 속의 낭만의 감정만을 간질거리게 할 뿐이다. 청춘이건 황홀한 노년이건 이곳에서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면 효과 만점일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노르웨이가 자랑하는 작곡가 그리그를 기리는 박물관. 박물관은 자연을 사랑했던 그리그의 마음을 닮아 바닷가 옆에서 여행자들을 맞이하고 있다.

오슬로에 뭉크 박물관이 있다면 베르겐엔 그리그 기념관이 있다. 뭉크도 베르겐에서 활동했지만, 그리그만큼 베르겐 사람에게 절절하게 기억되지는 않는다. '솔베이지의 노래'를 작곡한 그리그는 이름 자체로 노르웨이 사람들을 뭉클하게 만든다.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나 봉선화를 작곡한 홍난파가 우리에게 주는 이미지에 뒤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그의 집은 바닷가에 접해 있다. 북유럽의 식물들이 가득한 산책길을 5분 정도 걷다 보면 나타나는 그리그의 집은 바다를 향한 그리움이 스며든 공간처럼 보였다. 그리그는 생을 다한 뒤에도 이곳에 묻히고 싶어했다. 그 뜻에 따라 마을 사람들은 바위벽에 구멍을 내고 아내와 합장묘를 만들었다. 영원히 이곳에 묻혀 살고 싶은 그리그의 뜻을 따른 것이다.

베르겐=글·사진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Segye.com 인기뉴스] ◆ '1번' 새기는 '조선 사진기' 어플 등장해 눈길◆ 박선영 "만난 지 3개월 만에 청혼 받아"◆ 20만원을 500억원으로 '재테크 왕' 알고보니…◆ 90세 최고령 음악선생님… '은퇴 생각안해'◆ 유흥주점 여종업원 토막살해… '못된 승려'◆ 비정한 父…복권 당첨금 차지하려 아들 살해 시도◆ '얼캠·몸캠' 탈북자·조선족女 음란채팅방 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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