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인터뷰한 촛불소녀 "기사 보고 경악했다"
[한겨레] 한채민 "의견과 다른 발언 그대로 따라 읽을 만큼 멍청하지 않다"
인신공격 당한 교수, 기자에 항의했더니 '나도 난감' 문자 보내와
<조선일보>는 10일치부터 1면 기사와 2개면에 걸쳐 2년 전 촛불시위를 비판적으로 되돌아보는 연재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하지만 이 기사들은 편향된 접근으로 사태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예컨대 조선은 11일치 1면 "인터넷 루머에 속았다는 느낌…/ 그땐 눈에 뭔가 씌었던 것 같아"라는 제목의 상자 기사에서 당시 촛불시위에 참여했던 '아줌마'들을 인터뷰했다. 이 기사를 보면, 인터뷰 대상자 7명 가운데 4명은 지금도 여전히 미국산 쇠고기가 위험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이 기사엔 ''유모차 부대' 주부들은 본지 취재에 대해 대부분 "미국산 쇠고기는 위험하며 여전히 먹지 않는다"고 말했다'는 대목도 나온다. 하지만 1면 제목엔 '광우병 괴담'에 속았다는 느낌을 갖고 있다는 한 '아줌마'의 말만 크게 다뤘다. 이와 다른 다수 의견들은, 4면 하단 이어짐 기사의 제목으로 취급됐다. 노골적인 선택형 편집으로 민심을 왜곡한 것이다.
'촛불소녀' 인터뷰(10일치 4면 머리)는 '왜곡 시비'에 휘말리고 있다. 이 신문은 촛불소녀 한채민(19)씨를 다룬 기사의 제목을 "무대에서 읽은 편지는 모두 시민단체가 써준 것"이라고 뽑았다. 또 "나눔문화라는 단체에서 써줬고 시킨 그대로 했을 뿐"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한씨는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에 공개한 글에서 "조선 기사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제 의견과 다른 발언을 제시할 때 꼭두각시처럼 따라 읽을 만큼 자존심 없고 멍청한 사람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또 자신이 "양심에 가책을 많이 느꼈다"고 전한 부분에 대해서도 한씨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 계속 발언대에 오를 만큼 뻔뻔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이에 대해 조선 사회부의 한 기자는 "사실대로 기사를 썼다"고 반박했다.
[관련영상] '2008 촛불' 100일간의 기록
'촛불 때리기'엔 인신공격도 활용됐다. 조선은 11일치 5면 우희종 서울대 수의과대 교수 인터뷰에서 우 교수가 광우병 진단 관련 회사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면서 그의 '의도'를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우 교수는 쇠고기 협상만 아니라, 4대강과 종교차별 등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회사 지분 문제로는 이런 태도의 일관성을 설명할 수 없다.
우 교수는 이날 <한겨레>와의 전화 통화에서 "조선 기사는 황당한 짜깁기"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인터뷰한 조선 기자에게 항의했더니 이 기자가 자신도 난감하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왔다고 밝혔다.
10일치 1면 머리기사로 쓴 당시 서울대 총학생회장 인터뷰 역시 그가 당시 시위 참여를 반대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큰 공감을 얻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애초 촛불시위에 반대했던 인물의 말을 끌어내 시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이 1면 머리기사가 될 정도로 의미가 있느냐는 반론이 나올 만하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조선의 촛불특집 기사는 몇 사람의 의견을 마치 전체 여론인 양 편향되게 호도하고 있다"며 "촛불씨앗이 지방선거에서 꽃피울 것에 대한 두려움이 기본도 안 지킨 기사로 표출됐다"고 지적했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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