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고 당일 NLL일대 공중촬영 영상 미군에 있다

이종태 기자 peeker@sisain.co.kr 입력 2010. 4. 30. 11:12 수정 2010. 4. 30.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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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한지 한 달 조금 안되는 시점인 4월23일, 천안함의 함수가 물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침몰원인을 객관적으로 밝힐 수 있는 기본 조건이 드디어 갖춰졌다. 4월 넷째주 현재로서는 '북한 공격설'이 사실상 '정론'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런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거대신문 권력들이다. 천안함이 '3인용에서 13인용으로 개조된 북한 반잠수정'으로부터 공격을 당했다는 기사를 출고했다가 다음날엔 '인간어뢰설'을 제기할만큼 자유롭게 상상력을 발휘하고 있다. 범인은 정해졌으니 이제 흉기만 찾으면 되는 것이다. 그 '흉기'로서 직격어뢰, 버블제트, '개조된 반잠수정', 스텔스 잠수정, 스텔스 어뢰 등이 차례로 제시되고 있다. 앞으로도 뭐가 나올지 모른다. 어뢰 폭발 시에 예상되는 물고기 떼죽음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고 절단면 손상 부위가 버블제트 효과로 보기엔 너무 약하며 어뢰라고 할 때 예상되는 굉음, 물기둥, 열기 등의 징후가 없다는 반론은 '인터넷에 떠도는 허튼 소리'로 간단히 무시된다.

이제 남은 것은 대응의 방법밖에 없다. 보복 타격을 감행할 것인지 저강도 대응(북한 선박의 제주해협 통과 금지, 휴전선의 대북 방송 재개, 대북 선전물 살포)으로 맞설 것인지만 결정하면 된다는 분위기다. 물론 이른바 '친북세력 척결'은 전제조건이다.

그러나 주한미군 동향에 밝은 소식통에 따르면, 미군 측은 지난 3월26일 밤 천안함 침몰 시점을 전후로 하는 NLL 일대의 공중촬영 영상을 확보하고 있다. 서해 상공에서 미군 측의 UAV(무인정찰기)가 북 해군의 동향과 한미연합 훈련 상황을 녹화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미군은 평소에도 북의 동향을 관찰하지만 한미연합작전 때는 더 엄밀히 감시한다. 당시에도 훈련 중이었기 때문에 UAV가 상공에서 찍은 영상을 가지고 있다는 것. TOD(열상감시장비)는 측면 촬영이지만, UAV는 위에서 찍고 정찰 범위도 넓기 때문에 더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그런데 당시 찍은 자료에서 미군 측은 북의 도발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

ⓒ시사IN 조남진 27일 오후 서울광장에 마련된 故 천안함 희생자들의 합동분향소를 찾은 스티븐슨 주한 미국 대사가 고인들의 넋을 기리는 헌화와 분향을 하고 있다.

그래서 미국이 사건 초기부터 북한 관련설을 과감하게 부정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한편 또 다른 소식통에 따르면, 민군합동조사단에 합류한 외국 전문가들이 본국에 보고하는 과정에서 북의 공격 보다는 좌초 등 함선 자체의 문제 때문이라고 침몰원인을 보고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그러나 4월21일 국방부가 밝힌 바에 따르면, 미국 합동조사단과 체결한 MOA(국가간 합의각서)에는 "한국측 동의없이 (조사결과를) 공개할 수 없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런 와중에 민군합동조사단에 대한 불신이 심화되고 있다. '사건'의 한 당사자인 군이 현재 진행중인 2차 합동조사단을 주도하고 있는데다 인원 구성, 민간인 역할 및 참여 비율 등이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국회 국방위원회 의원들마저 이와 관련된 자료들을 확보할 수 없는 형편이다. 국방위 안규백 의원(민주당)실 이동윤 비서는 "우리는 합동조사단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다. 총인원이 몇 명이고 그중 민간인이 몇 명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지난 4월16일 '외부충격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를 냈던 1차 합동조사단의 경우, 총구성원이 108명이었는데 이중 민간인 24명이 포함된 것으로 발표되었다. 그러나 24명 중 18명은 국방과학연구소 등 정부 관련 기관 소속으로 밝혀져 '순수 민간인'은 6명에 불과했던 셈이다. 이런 '순수 민간인'들이 조사에 어떻게 참여했는지도 밝혀져 있지 않다.

ⓒ뉴시스 4월23일 오전, 천안함 함수가 오른쪽으로 뒤집힌 채 인양되고 있다. 고유번호인 772가 선명하게 보인다.

더욱이 2차 민군합동조사단에 참여하기로 했던 민주당 추천 인사는 최근 조사단 활동을 보류하겠다고 통보했다. 그는 4월22일 오후 1시 민주당 진상조사특위 위원들과 함께 평택 2함대로 가서 함미를 직접 보기로 했었다. 그러나 당일 오전 합참으로부터 '함미를 보여줄 수 없'으며 그 대신 서울의 합참 본부로 들어오라는 전언이 왔다는 것이다. 조사 대상(함미)을 볼 수 없는 민간 조사위원이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다는 것인지 의아하다.

최초 상황에 주목하라

이 민주당 추천 인사는 인터넷 정치웹진 서프라이즈의 대표를 맡고 있는 신상철씨다. 민주당이 신대표를 조사위원으로 추천하려 했던 이유는, 그가 항해학을 전공한데다 해군 및 조선회사 복무까지 '통섭'적인 경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신대표는 항해학과를 졸업한 뒤 해군소위로 백령도, 대청도 등 NLL 부근에서 경계 근무를 수행했다. 전역한 이후엔 해운회사를 거쳐 현대조선, 대우조선, 삼성조선, 대한조선공사 등에서 7년여간 감독 업무를 역임한 바 있다.

조사단 참여를 포기한 신대표는 그 대신 단독으로 천안함 침몰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그가 주목하는 것은 3월27일자 < 아시아경제 > 포토뉴스로 실렸던 해도이다. 이는 해군이 실종자 가족에게 천안함 침몰 원인을 설명하기 위해 만든 자료다.

그는 시사IN과의 인터뷰에서 해군이 백령도 남서쪽 근해의 한 지점(☆표 자리)에 '최초 좌초'라고 표시한 것을 강조했다. 해도의 왼쪽 상단에 걸쳐, 이 지점의 평균 해수면이 6.4m이고, 특히 '오후 16시57분과 밤 22시39분'은 해수면이 가장 낮은 시각이라고 펜으로 기록되어 있다. 더욱이 '최초 좌초'로 표현된 ☆표 지점은 등심선을 보면 해안단구이며, 해당 시간대의 수심은 4m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해안단구는 매우 단단하다. "백령도 해안단구는 모래가 퇴적되어 매우 단단한 지질로서 세계에서 단 두 곳인 백사장 활주로가 백령도에 있었을 정도"라고 신대표는 말한다.

ⓒ시사IN 조남진 김효석 민주당 의원은 오스트레일리아의 수중어뢰 시험으로 절단된 토렌스호의 절단면(오른쪽)과 천안함 함미 절단면(왼쪽)을 비교하며 '어뢰설'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신대표는 해군이 기록한 대로 이 지점에서 천안함이 '최초 좌초'하면서 함미의 좌측 하단부에 크랙(균열)이 생겼다고 추정한다. 그러나 천안함이 계속 항행해서 함미로 해수가 유입되면서, 하단부의 크랙이 우측 상단부로 찢어져 올라가 결국 선수와 선미가 절단되었다는 것이다. 이점은 이종인 알파잠수 대표의 주장과 매우 비슷하다.

"군함이 얕은 수심에서 모래나 뻘 위에 얹히는 것을 좌초(agrounding)라고 한다. 천안함 함미의 측면 스크래치에서 좌초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어선이나 상선과 달리 군함의 바닥 부분에 스크래치가 생기면 책임자가 중징계를 받을 정도로 큰 사고다. 결국 크랙으로 해수가 침입해서 설계상 전혀 고려되지 않은 하중이 함미를 가득 채우면서 절단이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격실과 빈공간이 많아서 함수보다 늦게 침몰할 함미가 맥주병처럼 가라앉았다는 사실이 그 증거다."

이에 더해 신대표는 4월23일 천안함의 함수가 드러나기 시작한 이후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3월27일 아침 백령도 용트림 바위 앞에 아침에 떠올랐다가 오후에 사라진 함수와 4월23일 떠오른 천안함 함수의 형태가 너무 다르다는 것이다. 이 같은 신대표 주장의 '진실성'과 함의는 천안함 함수가 인양되면 드러날 것이다.

단호한 대처엔 투명한 조사가 필요

이 같은 '북한 공격설'에 대한 반론에 김효석 민주당 의원도 뛰어들었다. 그는 4월20일, 보도자료를 통해 호주의 수중어뢰 실험으로 폭파된 토렌스호 절단면 등 사진 10여장을 제시하면서 "인양된 천안함 함미의 모습이나 각종 증언에 따르면 어뢰설은 신뢰하기 어렵고 사건 원인에 대해 납득이 안 되는 부분이 너무 많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천안함 침몰의 주범이 북한이라는 주장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반대 가설'들도 활발히 제기되고 있는 양상이다. 함수가 완전히 인양되면 본격적인 조사와 진상규명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어뢰설과 침수설은 물론 어뢰설의 근거로 활용되고 있는 지진파까지 엄밀하고 투명하게 검증되어야 하며, 합동조사단을 개편해 '관제 조사' 시비를 미리 차단해야 할 것이다. 전 국민이 경제적 불이익과 군사적 긴장을 감수하며 '범인'에게 단호히 대처하려면 이를 밝히는 조사 과정 역시 흠잡을 데 없을 정도로 투명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천안함 침몰 사건 직후 해군이 실종자 가족들에게 제시한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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