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민수의 X파일] 숀 마이클스의 은퇴

[성민수의 X파일]

1984년 선수생활을 시작했던 숀 마이클스가 7만 2천명의 관중 앞에서 펼쳐진 2010년 레슬매니아 26을 끝으로 은퇴했습니다. 팬들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는 프로레슬링의 특성상 이미 승부를 정해놓고 경기를 갖기에 인기가 많은 노장들이 중용되는 터라 40대도 청춘이라 불리기도 하니 만 44세인 마이클스의 은퇴는 다소 이른 감이 들기도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많은 이들에게 재미있는 추억을 남겼으나 은퇴하게 된 마이클스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레슬매니아가 현지에선 3주 전에 마무리되었지만 우리나라 방송의 시차가 있기에 지금 씁니다.

프로레슬러의 은퇴에 대한 고찰

프로레슬링에서 은퇴는 다시 번복으로 이어진 경우가 많습니다. 가장 빈번한 번복을 보인 선수는 젊을 때는 기술위주였으나 나이가 든 뒤엔 하드코어로 변신한 테리 펑크였지요. 그의 실언은 외부에서는 몰라도 업계 내부적으론 그렇게 비난받진 않았습니다. 대다수가 그렇게 살았으니까요. 다른 분야로 전업해 성공한 사례가 많지 않았기에 유명선수들도 경제적 곤궁함으로 인해 은퇴번복을 일삼았습니다.

릭 플레어도 레슬매니아에서 은퇴했지만 호주에서 갑작스럽게 복귀했습니다. 이에 대해서 '북미대륙에서의 은퇴'였을 뿐이란 이상한 논리를 펼쳤지요. 위자료로 인한 경제적인 곤궁함이 말을 번복하게 만들었습니다.

진정한 은퇴선수?

(출처 : WWE 홈페이지)

은퇴를 번복하지 않은 선수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입니다. 스톤 콜드 스티브 오스틴은 목 부상 후 은퇴를 선언했고 아직도 복귀하지 않고 있지요. 경기를 가끔 치를 수도 있겠지만 경제적으로 안정된 상태이며 위험을 무릅쓰고 경기했다가 치명적인 부상으로 목의 상태가 안 좋아질 가능성이 존재하기에 돌아오지 않는 겁니다.

더 락 역시 영화에서 성공한 뒤 WWE와의 관계가 소원해졌고 레슬매니아에서의 마지막 경기를 끝으로 조용히 은퇴했습니다. 이후 친한 친구들과 은퇴식을 치렀고 영화에서 주도적으로 활동 중입니다.

브렛 하트는 뇌진탕 후유증으로 2000년에 은퇴했다가 레슬매니아 26에서 10년 만에 링에 복귀했습니다. 경기력은 과거와 현저하게 차이가 날 정도였고 엄밀하게 보면 은퇴번복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이번 경기는 WWE 팬들 앞에서의 은퇴경기라고 볼 수도 있으니 실질적 은퇴번복이라 보긴 다소 모호합니다.

NWA 챔피언을 지냈고 전미대학아마추어 레슬링 대회 NCAA에서 1965년 우승했던 잭 브리스코 역시 진정한 은퇴선수라 할 수 있습니다. 40대에 은퇴 후 번복하지 않았던 그는 금년 2월에 만 68세를 일기로 심장수술 중 사망했습니다.

숀 마이클스의 은퇴이력

숀은 1998년 4월 은퇴를 선언했지만 그 시기까지 인성문제로 인해서 그를 미워하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그런 과거를 레슬매니아 26 다음 날 RAW에서 진솔하게 고백했지요.

마이클스는 1997년엔 '웃음을 잃었다.'라면서 무릎부상이 심각하고 더 이상 즐겁지 않다면서 은퇴를 선언했지만 2개월 뒤 복귀하자마자 공중제비를 돌면서 무릎부상과는 무관함을 본인 스스로가 입증했습니다. 이는 레슬매니아 13에서 브렛에게 패할 상황을 피하기 위한 거짓말로 추정되었고 그해 6월 브렛에 의한 라커룸 내 구타까지 이어졌습니다.

1998년 레슬매니아 14에선 그해 1월 당한 요추골절로 인해 마지막 경기를 치를 수밖에 없었지요. 이 경기에서 끝까지 지지 않겠다고 고집을 피우자 WWE와 스톤 콜드도 머리가 아팠지만 결국 설득 끝에 경기에 참가해 임무를 수행하면서 스톤 콜드의 시대를 열어주기도 했습니다.

마이클스는 중간에 자신의 단체에서 복귀를 했지만 메이저 단체엔 4년 4개월 뒤인 2002년 8월에 복귀했습니다. 부상이 치유되었고 경제적으로도 필요했으며 단체와 팬의 요구가 있었기에 돌아왔습니다. 이 시기부터는 과거와 많이 달라진 인성을 보였지요.

은퇴는 이미 예견되었다

(출처 : WWE 홈페이지)

마이클스는 경제적으로 안정되었고 아이들이 커가지만 계속 밖에서 활동해야 하는 자신의 처지에 만족스러워하지 않았습니다. 젊었을 때는 과격하게 놀았지만 결혼 후 가정에 충실한 스타일이라 할 수 있겠네요. 이에 경기일정을 줄이면서 200만 달러 정도만 버는 길을 택했지만 그것마저 힘들다면서 은퇴하겠다고 계속 이야기했지요.

심지어 가장 친한 트리플 H마저 숀이 계속 은퇴하겠다고 말하지만 아무도 믿지 않는다는 말을 방송에서 했습니다. 그간 여러 말이 있었지만 이번 레슬매니아는 숀의 확실한 은퇴선언으로 봐도 됩니다. 그의 은퇴가 결정되자 상대를 택하는 것이 중요했는데 젊은 선수에게 중요한 기회를 줄 수도 있었지만 흥행에서 히트를 칠 수 있기에 전년에 이어서 다시 한 번 언더테이커로 낙점이 되었습니다.

은퇴를 번복할 가능성?

RAW에서 마이클스의 작별인사가 있자 팬들은 한 경기 더 해달라는 말을 했습니다. 그러나 마이클스는 바로 차단했지요. 앞으로 복귀 제안이 올 수도 있고 2위 단체 TNA에서 좋은 조건을 내세우면서 제의가 들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건 본인의 의지이고 변수는 경제적인 문제겠지요. 경제적으로 안정된 선수들은 은퇴를 번복하지 않았던 반면 곤궁한 이들은 체면도 아랑곳하지 않고 돈을 원했습니다.

마이클스는 경제적으로 안정된 편이고 은퇴선언을 했기에 번복할 가능성은 낮은 편입니다. 만약 여기에서 변화가 있다면 번복할 가능성이 있지 않나 싶네요. 여하튼 경기력은 최고 수준인 마이클스의 은퇴는 많은 아쉬움이 남고 후배들이 따라가야 할 길은 아직도 멀지 않나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