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을 통해 발견한 자아-천경우 사진展

2010. 4. 15.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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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부터 한미사진미술관 '여왕 되기'전(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장시간 노출을 통해 윤곽이 흐릿한 사진으로 인간의 내면을 보여주는 작업을 주로 하는 재독작가 천경우(41)의 개인전 '여왕 되기'(Being a Queen)가 17일부터 방이동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열린다.

'인형놀이'를 떠올리게 하는 이번 작업의 무대는 덴마크다. 작가는 지난 2007년 현지 광고를 통해 마그레테 2세 덴마크 여왕을 닮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모았다.

광고를 보고 찾아온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이 왜 여왕과 닮았는지를 설명했다. 키가 크고 풍채가 당당한 점이 여왕과 닮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인생의 방관자로 살지 않겠다'는 여왕의 인생철학을 공유한다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심지어 이민자와 결혼한 점이 비슷하다는 사람들까지 저마다 이유를 대는 덴마크인 35명이 모여들었다.

작가는 이들 중 19명을 골라 여왕처럼 분장시켰다. 모델들은 전통적인 여왕의 파란 드레스를 입고 왕관을 썼으며 휘장까지 둘러 여왕처럼 분장한 뒤 카메라 앞에 섰다.

사진의 노출 시간은 모델 나이가 기준이 됐다. 사람들은 각자의 나이만큼 흘러가는 시간 동안 열린 렌즈 앞에서 자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여왕과 닮은 척 했던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이 왜 여왕과 닮았다고 생각했는지를 되돌아보게 됐고 결국 여왕이 아닌 자신의 진짜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여왕 되기'로 시작했지만 흐릿하게 찍힌 사진은 결국 여왕이 아닌 모델 자신의 자화상인 셈이다.

덴마크 여왕을 소재로 한 작업은 유달리 여왕을 친근하고 가깝게 여기는 덴마크의 사회 현상에 주목하면서 시작됐다.

"덴마크에서는 어느 가정이나 여왕의 신년 연설을 들으며 새해를 시작합니다. 또 실제로는 여왕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사람들이지만 자신과 여왕이 개인적인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죠. 개인적으로는 영국의 왕실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어 환상과 대리만족을 준다면 반대로 덴마크인들은 누구나 여왕이 자신과 가깝다고 생각하는 환상을 가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왕을 바라보는 모습이 사실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라는 데 착안해 여왕을 소재로 한 작업을 하게 됐어요"

작가는 관객들을 위해서도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관객들은 전시를 다 본 뒤 전시장 한 곳에 설치된 책상에 앉아 거울을 들여다보며 떠오르는 생각들을 자유롭게 적음으로써 자신을 재발견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모델들과의 인터뷰를 담은 영상 등 47점이 6월5일까지 전시된다. 관람료 4천원.부대행사로 5월 한 달간 덴마크와 왕실을 소재로 한 영화가 순화동 국제교류재단 문화센터에서 상영된다. ☎02-418-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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