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환의 과학세상] (258) 유리건물의 정체

2010. 4. 15.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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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지향적 외관..냉난방 에너지 손실 단점

유리 건물이 비 온 다음 죽순처럼 솟아오르고 있다. 공항과 역사에서 시작된 유행이 이제는 거의 모든 신축 건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가볍고 날렵한 유리 건물이 미래지향적으로 보이고, 전통적인 건물에서는 어려운 파격적인 구조가 가능한 것도 사실이다. 다른 나라의 형편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전 세계 도시의 모습이 바뀌고 있는 셈이다.

유리 건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흔히 `비닐'이라고 부르는 폴리에틸렌(PE) 필름으로 만든 `비닐하우스'가 일반화되기 전의 온실이 대표적인 유리 건물이었다. 목재나 철제 틀에 투명한 유리를 끼운 온실은 추운 겨울에도 식물을 키울 수 있는 특별한 시설로 활용되었다. 그러나 과거의 얇은 판유리가 쉽게 깨지는 것도 문제였지만, 무거운 유리를 지탱해줄 구조재도 적절하지 않아서 온실의 규모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오늘날의 대형 유리 건물은 튼튼한 철골 덕분에 가능해진 것이다. 1960년대 말부터 개발되기 시작했던 열간압연(熱間壓延)으로 만든 H 모양의 대형 형강(形鋼)이 핵심이다. 처음에는 토목용 말뚝 정도로 사용하던 H형 형강이 이제는 대형 건물의 기둥이나 들보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 철골을 이용하면 독특한 돌출 구조나 경사 구조도 만들 수 있다.

유리 건물의 외벽용 대형 강화 판유리는 뜨겁게 가열한 판유리의 표면에 갑자기 차가운 공기를 균일하게 불어 주어서 빠르게 냉각시키는 담금질로 강도를 높인 것이다. 강화 판유리 사이에 폴리비닐부틸레이트(PVB)와 같은 투명한 플라스틱 필름을 끼워 접합시킨 판유리도 있다. 두세 겹의 판유리 사이에 아르곤 등의 비활성 기체를 채운 복층 유리도 있다. 빛의 반사와 투과 특성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금속을 코팅하기도 한다. 색상, 투명도, 반사도도 다양하다. 전파 차단, 태양광 활용 등의 특수 기능을 가진 판유리도 있다.

유리 건물은 외관이 미려하고, 건축가의 창조적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독특한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벽과 기둥이 차지하는 면적도 두꺼운 콘크리트보다 크게 줄어들어서 건물 내부의 활용 공간도 넓어진다. 무엇보다도 콘크리트 양생(養生) 기간이 필요 없기 때문에 공기를 단축할 수 있는 것도 큰 매력이다. 20세기에 널리 유행하던 콘크리트 때문에 고갈돼 버린 골재 부족 문제를 해결해주기도 했다.

그렇다고 유리 건물에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유리창의 심한 반사가 주변의 생활환경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는 경우도 있다. 보안이나 사생활 보호를 위해 바깥에서 건물의 내부를 들여다볼 수 없도록 만들기 위한 특수 코팅에도 적지 않은 비용이 필요하다. 외관을 깨끗하게 유지하기도 쉽지 않다. 유리 건물은 독특한 모양만큼이나 비싼 건물이다.

그러나 정말 심각한 문제는 겨울철 난방과 여름철 냉방에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별히 비싼 복층 유리를 사용하지 않으면 겨울철의 열 손실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치솟을 수 있다. 여름철의 강한 햇빛에 의한 내부 과열은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된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적외선이나 건강에 해로운 자외선은 적당한 플라스틱 필름을 이용해서 비교적 쉽게 차단할 수 있다. 물론 공짜는 아니다. 그러나 여름철에 강하게 쏟아져 들어오는 가시광선에 의한 과열을 막아내기는 쉽지 않다. 가시광선에 의한 과열은 건물 내부에 원치 않는 대류 현상을 일으켜 냉방 효율을 떨어뜨린다.

유리로 지은 공공건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높은 천장 구조도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겨울철에는 현실적으로 충분한 난방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녹색 성장을 위해서라면 유리 건물의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 교수< Copyrights ⓒ 디지털타임스 & d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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