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장작' 보다 약간 살찐게 좋다

2010. 4. 2.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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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중반 이유럽 씨는 키 171㎝, 몸무게 76㎏으로 건강검진 결과 '비만'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씨는 비만의 기준인 체질량지수(BMI)가 25.7로 국내 병원들의 건강검진센터가 제시하는 '비만 1단계'에 속했다. 담당의사는 이씨에게 정상 체중을 유지하려면 현재 체중에서 10㎏을 빼라고 충고했다.

그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북유럽에 잠시 살았던 이씨는 현지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았을 때 지금과 같은 키와 몸무게였지만 '정상'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북유럽 담당의사가 '매우 정상(very normal)'이라고 말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비만 판정은 한국이 대체로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비만에 대한 경각심은 운동과 함께 올바른 생활 습관을 유도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과도한 다이어트, 살빼기 약물 남용 등과 같은 부작용도 적지 않다.

나이가 들수록 약간 과체중인 것이 장수와 건강에 좋다는 게 정설이다. 무엇보다 과체중은 면역력을 높여 질환 감염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근육량 많은 사람도 비만으로 나와

= 국내 성인 3명 중 1명이 비만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보건복지부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08년 건강검진을 받은 988만명을 분석한 결과 비만에 해당(체질량지수 25 이상)하는 사람이 324만명으로 32.8%에 달했다고 밝혔다.

비만은 건강검진 결과상 체질량지수(BMIㆍ체중(㎏)을 신장(m)의 제곱으로 나눈 값)가 25 이상인 예를 말한다. 키 171㎝, 체중 76㎏이라면 BMI지수는 '76÷(1.71)²=25.7'이다. 한국 의료계는 일반적으로 정상 체중이 BMI 18.5~25.0이며 18.5 미만은 저체중이라고 본다. 비만은 △BMI 25.0~30.0이 1단계 △30.0~40.0이 2단계 △40.0 이상이 3단계로 분류된다. BMI 40 이상 초고도 비만자는 2008년 2만3613명으로 2007년 7020명보다 3배 이상 늘었다.

그러나 이 같은 BMI지수는 나이가 많아지면 약간 상승하고 인종마다 적정지수 범위가 다르다는 점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20~29세 평균 체질량지수가 21.4지만 60~69세는 26.6에 달한다. 체지방이 근육과 지방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BMI지수는 동양인보다 흑인이나 백인, 젊은이들에게 훨씬 더 잘 맞는다.

◆ BMI 25~30이 건강하고 오래 살아

= 주부 A씨는 키 163㎝에 몸무게가 83㎏으로 BMI지수가 31이다. 그녀는 결혼 후 20년간 수없이 다이어트를 했지만 몸무게는 계속 늘었다. 올해 48세인 직장인 B씨는 182㎝에 몸무게 67㎏으로 BMI가 20으로 정상에 속한다. 그는 세월이 흘러도 몸무게가 거의 늘지 않았다.

독일 의사인 군터 프랑크는 '다이어트 절대 미치지 마라'(더난출판)라는 책에서 "사람들마다 체격과 체중이 다르므로 정상, 저체중, 과체중으로 판단해 분류할 수 없다"며 "예를 들어 키가 크고 마른 체격형과 키가 작고 살찐 체격형이 있듯이 체질에 따라 체격이 발달하기 때문에 BMI를 보고 획일적으로 비만 판정을 내릴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점에서 A씨가 B씨보다 살찐 것은 정상이고 A씨가 사춘기 이후 B씨보다 체중이 늘어난 것도 정상이라는 얘기다.

군터 프랑크는 "신빙성 있는 연구 결과를 보면 예상 수명이 가장 짧은 사람은 극단적으로 비만인 사람(BMI 35 이상)과 마른 사람들"이라며 "개개인은 자신들만의 건강한 체중이 있으며 사람마다 다르다. 나이가 들면서 어느 정도 살이 찌는 것이 오히려 건강을 증진시키는 것으로 보이며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미국 국립질병통제예방센터의 캐스린 플리걸은 "살찐 사람이 날씬한 사람보다 수명이 짧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BMI 25~30, 즉 과체중(비만 전 단계)인 사람이 다른 사람보다 수명이 길다"며 "비만의 기준은 수명이 척도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제비만연구협회가 25개 유럽 국가 자료를 취합해 분석한 결과에서도 남성 4명 중 3이 BMI 25 이상이었던 독일은 BMI 25~30인 사람이 건강한 체중(BMI 18.5~25)의 날씬한 사람보다 예상 수명이 길고 질병에 걸릴 위험도 낮았다.

◆ 고도 비만은 만병의 원인

= 체지방은 우리 몸의 에너지를 창출하고 여러 가지 호르몬을 생산하지만 과도하면 당뇨병, 고혈압, 심장병 등과 같은 질환을 초래한다. 특히 잉여 지방세포가 복부, 목, 어깨 부위에 집중돼 있을 때 훨씬 더 위험하다.

살이 찌는 이유는 남자의 경우 과도한 음주, 운동 부족, 스트레스 등이다. 이는 술을 자제하고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면 비만을 예방할 수 있다는 말과 같다.

비만 치료에는 왕도가 없다. 칼로리 섭취를 줄이고 일주일에 4~5회씩 정기적으로 운동을 하는 것이 기본이다. 여기에 작은 생활습관 개선이 필요하다. 먼저 좌식 생활 양식을 버려야 한다. 자꾸 주저앉는 습관은 살이 찌는 것은 물론 사망률도 높인다. 자동차 대신 대중교통이나 자전거를 이용하고, 엘리베이터보다 계단을 이용하는 습관으로 칼로리 소모량을 늘릴 수 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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