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어사석탑 텅빈 '사리함'..일제강탈 추정(종합)

2010. 3. 31.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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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때 추정 일본 신문에 유리함 싸여있어(부산=연합뉴스) 이종민 기자 = 부산 금정구 범어사 삼층석탑(국기지정보물 250호)의 사리함이 텅 비어 있는 것으로 확인돼 일제의 문화재 강탈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범어사는 지난 29일 오전 일제 때 추가설치된 석탑 기단부를 제거하기 위해 1층 탑신 중앙의 사리공을 개봉한 결과 전통 방식의 사리함 대신 일제가 만든 것으로 보이는 빈 유리함이 발견됐다고 31일 밝혔다.

유리함은 일제강점기 때 발행된 것으로 추정되는 일본 신문에 싸여 있었으며, 유리함 안에는 기록을 적은 종이가 있었지만 내용을 식별할 수 없을 정도로 부패된 상태였다.

범어사 측은 삼층석탑의 건립시기가 불교가 통일신라의 국교로 추앙받고 있는 때여서 석탑안에 불경, 불상 등 주요 유물이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이날 석탑을 해체한 결과 아무것도 나오지 않자 문화재 전문가들은 1930년대 일제가 삼층석탑에 기단부를 증축하는 과정에서 1층 탑신에 있던 사리함과 불상 등을 빼돌린 뒤 대신 유리함을 넣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범어사 성보박물관 전지연 학예사는 "석탑이 축조된 9세기 무렵에는 불교가 통일신라의 국교로 추앙받고 있던 시기라 사리함에는 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유물이 보관돼 있을 것으로 추정했으나 일제가 넣은 유리함만 있었다"며 "불경 등 주요 유물이 있었다면 일제의 석탑해체 과정에서 빼돌려졌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범어사 석탑과 같은 시기에 건립된 다른 지역의 석탑에서는 정교한 문양의 사리함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며 "일제는 범어사 석탑을 훼손한 뒤 사리함 대신에 유리함, 그것도 별도로 제작한 것이 아닌 시중에서 팔렸던 공산품을 사리함으로 사용하는 무례를 범한 것이 이번 발굴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범어사와 문화재청은 일제가 추가 설치한 석탑의 기단부를 제거하기 위해 지난 19일부터 석탑을 해체해 복원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국내 보존 중인 대부분의 통일신라시대 석탑은 기단부가 2개 층으로 조성돼 있지만 범어사 삼층석탑의 경우 일제가 문화재 약탈을 위해 석탑을 해체하는 등의 보수공사를 하면서 최하층 기단부를 한 층 더 올렸다.

범어사는 석탑이 축조된 9세기 당시의 고증에 따라 일제가 설치한 기단부를 없애고 석탑안에 불상, 경전 등을 넣어 내달말 복원공사를 완료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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