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태 '영화 생활 모두에서 철두철미한 프로'
유지태가 영화 '비밀애'를 통해 데뷔 이후 처음으로 1인 2역이란 고난도 연기에 도전했다.두 캐릭터의 미묘한 차이를 표현하기 위해 그는 치밀한 리액션과 동선을 계산하며 마지막 컷까지 긴장을 놓지 않았다고 한다.
"내 연기 스타일이 계속 변모하고 깊어졌으면 좋겠다"는 말처럼 '비밀애'는 배우 유지태를 완성해 가는 또 하나의 과정이 될 듯하다.
멜로 장르에 1인2역을 소화했는데.



아직까지 멜로 영화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따름이다. 하지만 '비밀애'를 선택한 진짜 이유는 1인2역에 대한 욕심 때문이었다. 내가 도전해 보지 못한 연기다. 완전히 다른 모습이 아닌 모호한 접점의 경계에서 두 인물의 차이를 표현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정사신이 네 번이나 등장한다.
이 영화에서 정사신이 이렇게 화제가 될 줄 몰랐다. 오히려 작품성에 입각한 얘기가 많이 나올 줄 알았지. 내게는 노출보다 그 안에 담긴 감정이 중요했다. 네 번의 정사신이 등장하는데 모두 다른 감정이다. 사랑, 증오, 정사 그 자체의 감정, 사랑을 확인하려는 감정 등 말이다.
극중 두 인물에서 보여지듯 선악의 경계가 모호한 게 매력인 것 같다.
박찬욱 감독도 비슷한 말씀을 하셨다. '너의 나이스하고 젠틀한 부분에 악함이 공존한다'고. 잘 모르겠다. 내 안에 그런 부분이 있는지. 있다 해도 그것을 증폭시킨다는 것이 내 입장에선 굉장히 괴로운 일이고.
그래도 그동안은 여지를 남기는 악역이었지 않나.
나쁘지만 묘한 연민이 느껴지는 인물들이었다. 하지만 지금 하고있는 '심야의 FM'에선 동정의 여지가 없는 완전한 악인이다. 그래서 표현적으로 좀 과하게 가고 있다. '샤이닝'의 잭 니콜슨이 연기한 강도로 처음부터 질러 놨다. 나중에 수습을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은 되는데 그런 생각은 일단 집어 치우고 달리고 있다.
그러고 보면 늘 변화를 주는 선택을 해 왔던 것 같다.
쉽게 가는 길을 고른 적은 정말 없다. 남들은 너무 다작을 해 소모되는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하는데 그건 잘 몰라서 하는 얘기다. 난 아직도 만들어 가는 과정 속에 있는 배우다. 똑 같은 거 반복하지 않고 바쁘게 달려가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고.
아직도 배우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니?
이제는 연기적으로 좀 정착할 때가 됐는데 아직도 정착이 안 되니 큰일이다. 게다가 주변엔 슈퍼맨이 너무 많다. 사업도 잘 하고 연기도 잘하고 너무 모든 걸 잘하는 사람이 많아서.
솔직히 사업이나 다른 분야에는 관심도 없지 않나?
영화 이외에 모험을 할 만큼, 열정을 나눌 만큼 여력이 없다. 연기와 연출과 사회복지 이 세 가지 꿈과 가정을 이루는 게 큰 숙제이기 때문에 한 눈 안 판다. 소박하더라도 내 위치를 늘 지키려 노력할 거다. 그 이상의 꿈은 품지 않을 거다. 정치나 사업에 곁눈질 할 생각도 당연히 없고. 우리 할아버지가 정치하다 크게 망하셨는데 그렇지만 않았다면 아마도 나는 재벌집 손자로 살았을 거다. 그냥 클린트 이스트우드처럼 살고 싶다. 그 사람이 내 인생의 롤 모델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라면 연기와 연출 모두 성공을 거두었으니 행복할 거다.
맞다. 하지만 내가 만드는 영화는 좀 무모하다. 나름 무모한 걸 커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와서 다른 기술 익힐 나이도 아니고. 대사 외우는 것 제일 잘 하는 나는 연기와 연출에 끝까지 올인 할 수 밖에 없는 거다. 그렇게 작품 활동을 이어가려면 재테크도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늘 있다. 요즘 연예인들은 옛날 연예인과 다르다. 옛날 연예인들이 '한 때를 즐기자'였다면 지금은 대부분 재테크의 달인이다. 나도 직업에 방해 되지 않을 정도 선에서 한다. 주식은 도박이니까 안 하고... 펀드, 보험, 그리고 부동산 정도.(웃음) 하지만 올바른 가치관을 흔들 정도의 돈은 원치는 않는다.
영화 이외의 모습도 철두철미한 편인가?
한 쪽에 집중된 삶을 살다보니 다른 생활적인 부분에선 점점 바보가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주변 평을 보면 내가 영화 외엔 상당히 어눌하다고 하더라. 조금 있다 (유)오성이 형이 '세 바퀴' 촬영 중 나에게 '다짜고짜 퀴즈 코너'에서 전화를 걸기로 했는데 아마 엄청 떨 거다. 버벅 대고. 사는 방식도 그렇다. 우직하고 '무대뽀'적인 성향이 있어서 한 번 친구면 끝까지 친구다. 매니저도 14년 동안 같이 가고 있다. 나하고 취향이 안 맞는 사람들은 너무 진지하다고 한다.
배우의 삶이 운명이라고 생각하나?
내가 배우 일을 하게 된 것 분명 운명적인 부분이 있다. 나는 타고난 배우도 아니고 어릴 때는 가난했던 삶이 싫어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고 싶어 했다. '주유소 습격 사건' 때만 해도 영화를 끝내고 연기를 너무 못 해 배우일 때려 치고 미국으로 유학 가려 했었다. 그랬다면 지금 쯤 배우가 아닌 사진작가가 돼 있을지도 모른다.
그때가 정말 가장 급부상하던 시기인데?
'김혜수의 플러스유'에서 넘어지는 바람에. 하하. 그게 그렇게 대박을 칠 줄 몰랐다. 그런 게 바로 운명인 건데 그래서 운명을 믿는다. 그 운명이 내 꿈과 조화를 잘 이뤘으면 좋겠고 그 운명이 해피엔드가 됐으면 좋겠다.
지금 사랑도 운명이라 느끼는가?
(김)효진에게 운명적인 끌림을 느꼈다. 효진이는 내 주위에서 나와 유일하게 소통할 수 있는 여성이었다. 독서, 영화, 예술 등 취향도 너무 잘 맞아 대화를 많이 나누는 편이고. 근데 요즘은 시간이 없어 잘 만나지도 못하고 있다. 잘 해주고 싶은데 미안한 마음뿐이다.
여자들이 소통을 어려워하는 편인가? 솔직히 인기 많지 않았나?
인기는 많았지만 실속은 없었다는 것. 대학 동기가 나에게 농담처럼 '너는 100m 미남이니 상대에게 최소 10m 거리는 유지해야 한다'고 놀렸는데 너무 진지하다고 재미없어 하는 사람도 있었다.
배우는 연기 하나로 정의 내리기 힘든 면이 있다.
그 배우가 지닌 고유의 색이나 에너지가 많은 부분을 좌우할 때도 있으니까. 연기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연기를 잘 하고 못 하고를 떠나 배우가 낼 수 있는 고유한 색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작품 안에 녹아들며 각기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그 에너지는 그 배우의 자기 근본에서 나오는 것이고. 원래 '봄날은 간다'도 정우성 선배가 하려다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내가 하게 됐는데 아마 원래대로였다면 완전히 다른 영화가 됐을 거다.
앞으로의 꿈은?
나이가 들수록 내가 뱉은 말은 지켜야 한다는 강박이 생긴다. 어떻든 내 연기 스타일이 계속 변모하고 깊어졌으면 좋겠다. 또 공인으로서 바람직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할 거고. 송강호 선배의 연기가 존경스러운 것만큼 안성기 선배의 원칙 있는 삶도 존경스럽게 느껴지고.
김효진과 결혼 계획은 없나?
결혼 전에 아직 이뤄야할 것이 많아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진 못 했는데 한다면 1년이나 2년 후 쯤?
[조은영 기자 / 사진 = 강영국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221호(10.04.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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