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민서 "20대 마지막, 성장통 겪은 후 여자가 됐다" [인터뷰]

2010. 2. 7.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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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최나영 기자] 배우 채민서는 영화 '채식주의자'(임우성 감독, 18일 개봉)로 2002년 데뷔 후 일생일대의 변신을 했다.

작가 한강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녹록치 않은 이 작품에서 채민서는 어느 날 갑자기 채식을 선언하고 거식증에 걸려 식물이 되기를 원하는 영혜를 연기한다. 20살이 넘도록 엉덩이에 몽고반점이 남아있는 영혜. 순수-생명-식물을 상징하는 영혜를 위해 채민서는 캐릭터를 위해 8kg 혹독한 체중 감량에 도전했다.

'채식주의자'를 통해 처음으로 '100%' 연기를 했고, 지독한 성장통을 겪은 후 이제 스스로 한 걸음 나아갔다고 느낀다는 채민서는 수줍은 듯 솔직하게 자신의 연기와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 '챔피언'으로 데뷔한 이후 벌써 8년차다.

▲ 곽경택 감독님은 제가 배우로서의 문을 열어주신 분이다. '챔피언'에서 연기하지 못했다면 지금의 내가 없을 것이다. (원래부터 배우를 꿈꿨나?) 그렇다. 어머님이 굉장히 좋아하고 밀어주셨다. 어렸을 때부터 자는 나를 업고 연기학원에 가신 분이(웃음).

- '채식주의자'로 호평을 많이 듣고 있다.

▲ 난 칭찬이 창피하다. 이제 30살이 됐는데, 작년 마지막 그러니까 20대의 마지막에 이 영화를 찍으면서 성장통을 겪었다. 어려운 캐릭터였고, 이런 장르도 처음 찍어봤다. 원래 내 성격 자체가 방방 뜨고 어디로 튈 지 몰라 주위 사람들이 불안해 했었는데, 영화를 찍는 중에는 자중하는 느낌이랄까 그런 게 있었다. 그리고 남을 배려하는 것도 배웠다. 지인들도 그 전에는 그저 '똘똘한 놈'이라 했는데 이제는 '여자 냄새가 난다', '여자가 됐다'고 하더라. 변했다는 말을 굉장히 많이 듣는다. 촬영 기간이 짧은 영화였는데도 내 변화 시기와 맞물린다.

- 이전과는 다른 채민서의 발견이다.

▲ 말만이라도 감사하다. 이 작품이 부산영화제와 선댄스 영화제에 나갔는데, 내 작품으로 영화제에 나간 적이 처음이어서 정말 떨렸다. 솔직히 이전까지 내 스스로 '100'을 넘게 한 작품이 없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배우로서 내 몸을 다 바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제에서 상을 받고 싶나?) 후보에도 오른 적이 없어 쑥스럽고 창피하다. 후보 지명이 된 다면 그 자리에서 못 일어날 것 같다.

- 실제로는 고기를 좋아하나?

▲ 육식주의자다. 고기를 너무 좋아한다. 쌈은 무조건 싸 먹고 소금 장도 싫어하고 소금만 찍어먹을 정도로 고기의 맛을 느낀다. 아 말을 하고 있으려니 침이 고인다. 사람이 단백질을 잘 섭취해야 건강하지.

- 영화 속에서 피골이 상접했다. 스스로 스크린을 통해 그런 본인의 몸을 본 소감은?

▲ '더 뺐어야 하는데'란 생각이 들더라. 원래 운동을 해서 골격이 좀 큰 편이라 아쉬웠다. 더 말랐어야 하는데 할 수 있으면 더 해볼걸이란 생각이 들었다. (몇 kg까지 뺐나?) 최고 적게 나갔을 때가 41kg이었다. 하지만 고무줄 몸무게라 금세 또 쪘다. (후유증은?) 역류성 식도염에 걸려 약을 먹고 있다. 안 고쳐진다고 하더라. 잘 먹던 애가 굶고 한 달 넘게 불면증에 시달리며 수면제를 먹고 자서인지 몸이 좀 안 좋아진 것 같기는 하다.

- 전신 누드에 보디 페인팅, 두려움은 없었나?

▲ 시나리오를 보고 무조건 하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 두려움은 전혀 없었다. 시나리오를 보니 살을 많이 빼야하고 노출을 해야 하는데 그런데도 너무 하고 싶더라. '이런 독특한 시나리오가 언제 나한테 들어오겠어'란 생각이 들었다. 노출 연기는 '신이 물려주신, 남들과 똑같은 내 몸을 연기하는 데 쓰는 게 어때서'란 생각이 들어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촬영 중에는 탈의를 하고 누워있는데, 스태프들이 날 이상하게 보면 어떡하지란 생각이 한 10초 들었다. 하지만 금세 오히려 내가 '빨리 촬영해요'라면서 분위기를 이끌었다. 정사 신도 상대 배우를 오히려 내가 다독거렸다(웃음). 재미있었고 기억에 남는다.

- 보디페인팅의 고충은 없었나?

▲ 전문가가 8시간 동안 작업하고 난 계속 서 있어야 한다. 솔직히 너무 힘들었다. 정신적으로 8시간 동안 가만히 서 있는다는 것이 보통 일은 아니다.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

- 이 작품을 어떤 식으로 봐줬으면 좋겠나? 관객들에게 희망이 있다면?

▲ 옛날에는 내 영화를 어떻게 봐달라 말하는 게 쑥스러웠는데, 이제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솔직히 유럽영화 등 해외 영화들 보면 이런 신(노출 신, 정사 신)을 보고 '멋있다, 예술적이다'란 반응이 많은데, 한국 영화들에게는 어느 정도 편견이 있는 것 같다. 코믹, 멜로 등 한국영화 안에서 장르도 좁다. 폭넓게 보면 우리나라도 충분히 이색 소재나 장르를 소화해 낼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한 게 안타깝다. 배우가 노출을 하면 다 성인물이라고 생각하는 편견도 있는 것 같다. 어떤 장르든 '도매급'으로 매도하는 게 싫다. 이 영화에서 정사 장면은 사람과 사람의 교감이 아니라, 꽃-꽃의 교감이다. 데칼코마니처럼. 시야를 돌리면 다르게 보인다.

- SBS '골드 미스가 간다'에서 새 골드미스 오디션에 나와 삼천포로 빠지는 입담이 재미있었다

▲ 실제 성격이 좀 엉뚱하고 무슨 얘기를 하면 나는 이해를 하는데, 남들은 잘 이해를 못 한다.

- 30대 여배우로서 어떤 바람이 있나?

▲ 여배우는 자기가 공간을 스스로 만들어 간다고 생각한다. 여긴 내 자리라고 밀고 가고 싶다. 지금도 스스로 내 나름의 컬러를 못 찾았다는 생각이 들어 안타깝다. 하지만 이제는 무채색도 좋아하는 칼라면 내 칼라야 이런 생각이 든다. 내 땅, 내 공간을 만들고 싶다.

nyc@osen.co.kr

<사진>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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