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노' 노비 문신의 의미는? '벗어날 수 없는 숙명'

2010. 2. 4.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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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박정현 기자]KBS 2TV 수목드라마 '추노'(극본 천성일 / 연출 곽정환)가 이전의 사극들과 구분되는 점으로 가장 먼저 사실성을 꼽을 수 있다.

도망 노비들에 관한 이야기가 드라마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만큼 그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조명할 필요가 있었을 것.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노비의 몸에 새겨진 문신이다. 남자의 경우 노(奴) , 여자의 경우 비(婢) 자를 새겨넣었다.

근대 이전 동아시아 국가에서는 범죄자의 몸에 문신을 새겨 범죄 사실을 평생 드러내놓게 하는 형벌인 자자형(묵형)을 실시했다.

이는 한국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인데 범죄자가 아닌 노비의 몸에 문신을 새긴 것은 연산군 시대 이후의 일이다.

도망노비가 붙잡혔을 경우 남자는 왼쪽 뺨에, 여자는 오른쪽 뺨에 문신을 새겨 형벌을 가함과 동시에 재범을 방지코자 했다.

네티즌들은 이를 두고 조선판 '전자팔찌'라고 평하고 있다. 흉악범의 재범을 막기 위해 최근 도입된 '전자팔찌'와 조선시대의 문신이 비슷한 기능을 한다는 점에 기인한 것.

'추노'에는 묵형을 당한 노비들이 다수 등장한다. 얼굴 이마 가슴 등 문신을 새긴 곳은 다양하지만 이 부분이 극에 사실성을 부여해 전체적 완성도를 높여준다.

또 드라마 속에서 문신은 여러가지를 상징하기도 한다. 문신은 벗어날 수 없는 숙명, 평생 가져가야할 지울 수 없는 흉터이다. 특히 얼굴에 있는 문신은 쉬이 숨길 수도 없다.

업복이(공형진 분)와 초복이(민지아 분)는 뺨에 노비의 문신을 하고 있다. 그들은 노비해방을 위한 비밀 결사의 일원. 악덕 양반의 횡포에 무력으로 맞서는 인물들이다.

감출 수 없는 문신을 가진 그들로서 노비라는 신분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사회 전체에 대한 근본적 혁명 이외에는 방법이 없어 보인다.

문신으로 상징되는 숙명으로부터의 탈출이 그들에게 극적 생명력을 부여하고 있다.문신은 또 캐릭터간의 공감대를 의미한다. 동병상련이라는 말처럼 노비의 문신은 그들 서로간의 아픔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지난 2월 3일 방송된 '추노'에서 송태하(오지호 분)의 이마에 가려져 있던 노비 문신이 언년이 김혜원(이다해 분)에게 드러나고 말았다.

김혜원은 그 모습을 보고 자신의 가슴에 있던 노비 문신을 지우기 위해 인두로 지져야 했던 아픈 기억을 떠올렸다.

노비의 문신이 있으되 노비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송태하. 이상 실현을 위해서 라면 노비가 아니라 더한 것이라도 할 수 있다는 그에게 김혜원은 "세상에 노비보다 더한 것은 없다"고 맞섰다.

김혜원은 자신의 옷고름을 뜯어 송태하의 문신을 가릴 머리끈을 만들어 건넸다. 노비라는 아픈 현실에 대해 두 사람이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다.

(사진= KBS 화면 캡처)박정현 pch46@newsen.com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en@newsen.com손에 잡히는 뉴스, 눈에 보이는 뉴스(www.newsen.com)copyrightⓒ 뉴스엔.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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