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전자정부, MS익스플로러 아니면 '먹통'

입력 2010. 2. 1. 08:10 수정 2010. 2. 1.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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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아이패드' 계기로 본 국내 웹 환경

행안부 "최소 3개 브라우저에서 돌아가야"

지침 마련해놓고 '국가대표포털'서 완전무시

인터넷을 통한 정부 서비스의 대표 창구로 지난 28일 개통한'국가대표포털'(korea.go.kr)이 마이크로소프트(MS)의 웹 브라우저인 인터넷 익스플로러(IE)을 통하지 않으면'먹통'인 것으로 드러났다. 구글의 크롬이나 모질라 파이어폭스, 애플의 사파리 같은 브라우저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데다, 암호화 처리해야 하는 민감한 정보는 해킹 위협에도 노출된 실정이다.

전자정부 운영 총괄 부처인 행정안전부는 국가대표포털 서비스를 개통하면서 "정부의 다양한 민원서비스를 한 곳에 모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수요자 중심의 서비스인 전자정부의 관문"이라고 자랑했다. 하지만 익스플로러가 아닌 다른 브라우저에서 '공인인증서 로그인'을 하려면 '클라이언트 프로그램이 설치되지 않았다'는 창이 뜨며 절차가 중단된다. 웹과 응용프로그램을 연결하는 기술인 액티브엑스를 깔지 않았기 때문에 서비스가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파이어폭스에서 일반 로그인을 선택할 경우, "이 연결은 신뢰할 수 없다"는 보안경고창이 뜨며 "공격 위협이 있으니 사이트 접속을 중단하라"고 권한다. '대한민국 전자정부'가 엠에스의 브라우저가 아니면 서비스를 거부하는 꼴이다. 사파리로 접속할 경우엔 회원 가입화면이 깨져서 나타나기 때문에 가입 단계에서 막힌다.

보안도 허술하다. 일단 비밀번호는 까다롭게 만들도록 돼있다. 숫자와 영문은 물론 특수문자를 2글자 이상 섞어야 한다. 문제는 정작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로그인을 할 때 이 정보를 암호화(https 접속)해서 전송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로그인 정보는 누군가 네트워크에 접속해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가로챌 것에 대비해 암호화가 필요하다. 네이버나 다음 등 포털업체들도 해킹에 대비해 로그인 정보를 암호화해서 접속하고 있지만, 전자정부 대표 사이트는 보안의 기본을 무시하고 있다. 김기창 고려대 교수(법학)는 "이미 국세청이 쓰고 있는 액티브엑스 대체기술이 있지만 적용하지 않고 있다"며 "이런 수준의 사이트를 전자정부의 얼굴로 내건 것은 창피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실태는 정부 스스로 애초 설정한 인터넷 이용환경에서도 벗어나 있다. 정부 각 부처와 공공기관의 웹서비스 호환성과 장애인 접근성 개선을 관할하는 주무부처인 행안부는 지난해 47개 기관의 홈페이지에 웹 표준 준수를 권고했다. 또 지난해 9월 행안부가 고시한 전자정부 웹 호환성 준수 지침에 따르면 "전자정부 서비스는 최소 3가지의 브라우저에서 문제없이 구현되어야 하고, 액티브엑스를 쓸 때는 기술적 제약이 없는 한 다른 브라우저를 지원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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