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사상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한 사상 최악의 무대

2010. 1. 24.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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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모스=심현 기자]이제동-이영호, 모두 선의의 피해자!공식경기 사상 최초의 결승전 '리쌍록'으로 기대를 모았던 네이트 MSL 결승전이 정전으로 인한 경기 중단이라는 예상 외의 사건으로 인해 숱한 화제와 관심 속에 막을 내렸다.

오는 23일 오후 5시 서울 여의도 MBC B공개홀 가상 스튜디오에서 열린 네이트 MSL 결승전에서 '폭군' 이제동(화승)은 '최종병기' 이영호(KT)를 3:1로 물리치고 통산 다섯 번째 MSL 2회 우승을 기록한 선수가 됐다.

이번 네이트 MSL 결승전은 결승전 진출자가 결정되는 그 순간 현존 최강의 저그와 테란의 대결, KeSPA 랭킹 1위와 2위의 격돌, 개인 통산 5번째 개인리그 우승에 도전하는 이제동이 '마에스트로' 마재윤(CJ)의 우승 기록을 넘을 것인가와 '천재' 이윤열(위메이드)이 2003년 딱 한번 기록한 양대 개인리그 동시 석권의 위업을 이영호가 7년 만에 재현해 낼 것인지, 숱한 화제와 이슈를 끌어낼 수 있는 역대 최고의 결승전 매치 업이었다. 그냥 놔두더라도 최소한의 흥행은 보장할 수 있는 소위 '누워서 떡 먹기' 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하지만 주최측인 MBC게임은 먹기만 하면 되는 떡을 담장 너머로 던져 버렸다. 결승전 3경기에서 스타크래프트 리그 사상 초유의 정전으로 인한 경기 중단 사태가 발생한 것.

1경기, 많은 이들이 알고도 막지 못한다고 평가하는 이영호의 1배럭 더블에 맞서 이제동은 빠른 가스에 이어 빠른 레어를 확보한 뒤 2해처리 뮤탈리스크 기습 공격으로 승리를 차지한다.

2경기, 이제동은 노스포닝풀 3해처리에 이어 4가스 체제를 확립하면서 경기의 주도권을 잡고 승리를 거두는 듯 하지만, 이영호는 패배의 위기에서 탄탄한 방어에 이은 절묘한 드랍쉽 공격으로 저그의 본진을 초토화시키며 추격에 성공한다.

3경기, 두 선수는 앞선 경기를 능가하는 최고의 경기를 펼친다. 이제동은 다시 한번 노스포닝풀 3해처리 성공 이후 4가스 체제를 완성하면서 유닛을 쏟아내고, 이영호는 끊임없는 바이오닉 생산 능력을 과시하며 치열한 접전을 펼친다. 그러나 갑작스레 전원이 끊기면서 경기 중단.

이제동의 결승 진출이 결정되던 날 GG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결승전에서 기다리고 있겠다던 이영호의 화면이 오버랩 된 장면도 그럴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고, 여의도 MBC D공개홀이 협소해 일반인들의 관람을 제한하고 팬클럽에 한해서 결승전을 지켜볼 수 있게 한 것도 이해할 수 있는 일이라고 넘어갔었다. 하지만 이번 경기 중단은 어떤 변명과 이유를 갖다 붙이더라도 이해할 수 없는 실수이며 명백한 대형사고다.

이로 인해 3경기는 한국e스포츠협회 심판진의 협의에 의해 이제동의 우세승으로 판정이 났고, 이후 경기는 약 1시간 가량 경기 중단과 판정 불복으로 인한 철수 등의 소란을 거친 끝에 이영호와 KT 측이 판정에 승복하면서 재개됐다.

사태는 이영호가 판정에 승복하고 경기가 속개되면서 이제동의 3:1 승리에 이은 우승으로 마무리 됐지만, 신이 나고 흥이 나야 할 축제의 장은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고, 무엇보다 우승을 차지한 이제동은 3경기를 자신의 힘으로 이길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세승'이라는 판정을 통해 승리를 거두면서 축하를 받아야 할 우승에 흠집이 날 수도 있는 원인을 '타의'에 의해 제공받고 말았다.

실제로 e스포츠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3경기에서 발생한 경기 중단과 우세승 판정을 놓고 치열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네이트 MSL은 주최측인 MBC게임의 엄청난 실수로 인해 e스포츠가 사라지지 않는 이상 역사상 최악의 결승전으로 회자되며 두고두고 사람들의 비웃음거리가 될 것이 확실하다.

본 기자는 e스포츠 기록과 관련된 기사를 작성하면서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는 말을 자주 인용하곤 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불완전한 기억 속에 네이트 MSL에 대한 기억도 서서히 사라질지 모른다. 하지만 e스포츠 역사의 한 페이지에 네이트 MSL 결승전 3경기 옆에는 사상 초유의 전원 차단으로 인한 경기 중단과 우세승 판정이 영원히 기록될 것이다.

어찌됐건 경기는 끝이 났고 결과는 모두 가려졌다. 최선의 노력을 다해 일궈낸 이제동 선수의 우승에 진심으로 축하의 말을 전하며 아쉬운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결과에 승복하며 끝까지 절반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준 이영호 선수에게는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

lovesh73@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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