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배우 서범석 "모차르트의 성공? 아버지의 비뚤어진 사랑 때문"
[CBS문화부 한상미 기자]

'뮤지컬계의 안성기', '범사마'라고도 불리며 뮤지컬 관련 시상식에서 다양한 수상 이력을 자랑하고 있는 뮤지컬 배우 서범석(40).
94년 '지하철 1호선'으로 데뷔해 '명성황후' '지킬 앤 하이드' '노트르담 드 파리' '라디오스타' '남한산성' 등 수많은 뮤지컬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선보인 그는 강인한 카리스마를 내뿜는 남성적이면서도 인간미 있는 코믹한 모습도 갖추고 있다.
지난해 TV 예능프로그램 '야심만만'에서 보여준 그의 솔직한 무대 뒷이야기는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면서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다.
방송에서 그는 "후잉, 후~잉" 자신만의 목 푸는 발성법과 공연 중 일어난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맛깔나는 입담을 과시해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의 팬클럽 사이트(야단범석)는 마비가 될 정도로 방문객 수가 폭발했다.
밝고 유쾌한 그의 성격이 무대가 아닌 방송을 통해 공개된 것이다. 지인들이야 평소 그의 코믹한 모습을 알겠지만 팬들과 관객들은 무대에서 보여준 역할로 그를 받아들이다보니 더 우스웠나보다.
"제가 원래 웃기는 사람입니다(웃음). 그 후 예능프로그램 섭외도 많았는데 공연하다 보니 시간도 안 맞고 무대가 더 좋더군요. 평소 제 모습과 가장 비슷한 배역이 '라디오스타'의 매니저 박민수예요. 극중 박민수가 마흔여섯살이니까 그 나이까지는 그 역할을 해야죠."

자신의 아들 바라보며 모차르트 아버지 역할 빠져들어
그의 애정이 듬뿍 담긴 뮤지컬 '라디오스타'가 앙코르 공연에 들어가기 전 그가 선택한 작품은 '모차르트!'다.
'모차르트'는 천재 작곡가 모차르트의 성장과정과 인간적인 고뇌를 그린 오스트리아 뮤지컬로, 아이돌 그룹 동방신기의 멤버 시아준수(본명 김준수)가 모차르트 역으로 뮤지컬에 처음 도전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서범석은 모차르트의 아버지 레오폴트 역을 맡아 모차르트 역할의 시아준수, 뮤지컬 배우 박건형, 임태경, 박은태의 아버지가 되는 셈이다.
이에 "아들 복 터졌다"고 웃음을 보인 그는 모차르트 역을 맡은 4명의 개성과 장점을 소개하며 자신의 캐릭터 레오폴트에 큰 애착을 보였다.
레오폴트는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 모차르트의 파멸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영화에서는 살리에르가 부각됐잖아요. 뮤지컬에서는 살리에르는 등장조차 하지 않고 아버지 레오폴트의 고뇌와 갈등이 부각돼요. '모차르트는 내가 만든다'는 비뚤어진 부정(父情)을 보여주죠. 아들 모차르트를 다그치고 괴롭히며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이버지상을 그려요. 하지만 그가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악랄하게 대하는 것도 아들을 사랑하는 한 방법이라는 것을 관객들에게 이해시켜야 하는 역할입니다."
모차르트 아버지를 언급한 책이나 영화, 자료는 거의 없다. 모차르트 부자간에 주고받은 편지를 엮은 책 '천번의 입맞춤'을 읽으며 심리흐름을 이해했다는 그는 실제로 아들을 둔 아버지이기도 하다.
자신의 아들과 딸을 관찰하고 많은 대화를 나누며 캐릭터에 더욱 녹아들 수 있었다고. 레오폴트도 서범석과 똑같이 남매를 둔 아버지였다.
"레오폴트와 다른점이 있다면 저는 강요하지 않는 아버지라는 거예요(웃음). 제가 밤늦게 들어가니까 아이들은 아침에만 보게 돼요. 함께 아침식사를 하고 딸 통학버스 태워주는 일도 제가 합니다. 자식들에 대한 사랑과 관심, 가정의 중요함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모차르트!'는 운명같은 작품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모차르트를 만난 일이 행복합니다."
모차르트를 괴롭히는 이유 제대로 전달하고 싶어…조연상 탐나
다작(多作) 배우로 불리는 그는 이번만큼은 작품을 병행하는 겹치기 출연을 하지 않는다. 오로지 '모차르트!'의 레오폴트에만 빠져 지내기로 했다.
내면의 심리를 잘 표현해 조연상을 받고 싶다는 욕심도 내보였다. 단순한 수상 욕심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로부터 역할 소화를 제대로 해냈다는 격려를 듣고 싶어서란다.
"베토벤 역은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베토벤을 주인공으로 한 뮤지컬이 있다면 제가 꼭 할 거예요. 그런데 모차르트를 소재로 한 작품은 성공했는데, 베토벤을 그린 작품은 성공한 게 없어서 걱정되기도 하네요."

중앙대 산업정보학과를 졸업한 후 배우가 된 그는 체계적인 연기 수업 대신 여러 작품의 앙상블로 활동하며 입지를 넓혀갔다.
18리터 생수를 매일 한통씩 마시며 9시간 춤을 췄고, 마땅한 연습실이 없어 중고차를 사서 앞 유리창이 침 범벅이 되도록 노래 연습을 했다.
피나는 노력으로 뮤지컬 배우로 자리잡았지만 무대에만 머무는 배우가 되기는 싫다는 그는 또다른 도전을 준비 중이다.
랩은 아니고 말처럼 들리는 노래로 앨범을 내고 싶단다. 또, 노래가 아닌 말로 연기하는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연기 잘하는 배우도 되고 싶단다.mimi@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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