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고'의 무대 누빈 건국대생 박경진 양

노창현 2010. 1. 8.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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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뉴시스】노창현 특파원 = '파고'하면 코엔 브라더스의 영화를 떠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우리에게 낯선 노스 다코다주의 파고(Fargo)가 그나마 알려진 것은 이 영화의 공로다. 96년 칸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겨울 폭설을 무대로 한 스릴러물이다.

캐나다와 국경을 마주한 중북부 노스다코다의 주도(州都) 파고는 9만여명이 사는 작은 도시이지만 최근들어 한국과 특별한 인연을 나누고 있다. 이곳에 위치한 노스다코다 주립대(NDSU)와 한국의 대학간에 진행하는 교환학생제도 덕분이다.

2009-2010 학기에도 노스다코다 주립대에는 한국의 대학생들이 왔다. 건국대, 연세대, 충남대 전북대 등 7개대 20명이다. 이 학교에서 5개월간 짧지만 의미있는 체험을 한 박경진 양(21)을 경인년 새해에 만나보았다.

교환학생 제도는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학교간에 학점을 인정받기때문에 학생들에게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일반 연수의 경우 학교를 휴학해야 하는데다 정식수강을 하기 위해선 일정기간 어학프로그램 이수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은 어학테스트를 통과한 학생들이 한 학기동안 해당 학교에서 똑같은 조건으로 정식수업을 신청할 수 있어 단기간 집중수업으로 상당히 좋은 효과를 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양의 경우 평점과 토플성적, 영어성적, 자기소개서를 통해 1차 선정됐고 2차에서 영어인터뷰에 합격해 노스다코다 행의 행운을 잡았다. 이번에 참여한 건대생은 모두 8명.

건국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과 3학년인 박 양은 NDSU에 오기전만 해도 파고를 알지 못했다. 영화 '파고'도 이미 13년전 작품이었다. "엄마는 그 영화를 봤다고 하는데요. 전 영화의 존재도 몰랐어요. 그런데 이 학교에서 TV를 돌리다 우연히 보게 됐어요. 내용이 좀 엽기적이던데요."

공항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NDSU는 엄청나게 넓은 부지 위에 건물들이 자리해 옹기종기 모인 캠퍼스에 익숙한 한국의 학생들에겐 사뭇 낯선 풍경이었다. 시골도시답게 사람들은 순박했고 주변 풍광도 예뻐서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걸어서 20분 거리에 아담한 한국마켓이 있는 것도 놀라웠다. 상호가 '에브리데이'여서 한국 학생들은 '매일마트;라고 불렀다. "주인 아줌마가 이곳에 온 지 한 6년 되셨는데 쌀과 김치, 라면, 냉동식품같은게 있어서 큰 불편이 없었어요." 추석에는 기존의 한국 유학생들과 함께 수십명이 모여 향수를 달래기도 했다.

한 학기동안 박 양이 선택한 과목은 '강구조공학' '수문학' 등 3개였는데 모두 전공과 관련된 것이어서 별로 힘들지는 않았다. 이밖에 태권도와 볼링, 당구도 신청해서 들었다. 미국 사범이 지도한 태권도 클래스를 신청했더니 "태권도의 나라에서 온 학생이 미국인한테 배우냐?"며 재미있게 받아들이더란다.

이 클래스에서 만난 트래비스라는 남학생과 영화를 보러가기도 했는데 "한국에선 남자가 비용을 부담한다고 들었다"면서 혼자 돈을 다 내서 당황스러웠다고. 빌딩 색깔때문에 핑크하우스로 불린 인터내셔널 하우스에서 많은 친구들을 사귈 수 있었다.

그중 에이린과 크리스티나는 건국대에서 교환학생을 한 덕분에 한국말도 꽤 잘 했다. 특히 에이린은 '우주'라는 한국 이름을 스스로 지었고 가장 좋아하는 건 김치라고 말하는 등 열렬한 한국팬이었다.

은근히 겁을 먹고 시작한 미국대학 생활이었지만 한국과 닮은 점도 많아 놀랐다. 선배들이 전해주는 소위 '족보'를 미국 학생들도 이용한다든지, 시험 중 커닝하는 풍경 등 "학교생활은 어디나 비슷한 모양"이라며 웃는다.

수업이든 과외활동이든 적극적인 참여도는 확실히 미국 학생들이 두드러졌다. 하지만 나이 많은 복학생도 있는 한국과는 달리 나이들이 어린 탓인지 노는 것은 좀 유치하게 느껴졌단다.

아쉬웠다면 너무 짧은 기간이었다. 한국학생들이 만드는 매거진 '코리아 해럴드' 기자로 활동하고 싶었지만 "한 학기 학생은 뽑을 수 없다"는 말에 실망하기도 했다.

주말을 이용해서 친구들과 함께 미니애폴리스를 2박3일 여행하는 기회도 가졌다. 정든 파고와 작별한 것은 구랍 20일. 한 살 많은 언니 이예지 양과 함께 뉴욕에 들러 록펠러센터와 배터리파크,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유명인사 밀랍인형을 모아놓은 마담 투소 박물관, 그랜드센트럴 터미널 등 맨해튼 구석구석과 플러싱과 뉴저지 팰팍 등 한인타운을 누빈 것도 잊지 못할 추억이었다.

미국생활에서 가장 많이 느낀 것은 무엇일까. "전에는 빨리 공부 마치고 졸업해야지 했는데 미국대학 경험을 해보고 나니까 좀 시간 여유를 갖고 많은 것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국에 돌아가면 6개월 정도 인턴십을 신청할 생각이에요."

박래택, 안남영 씨의 외동딸인 박 양은 졸업후엔 토목기사 자격증을 따고 전문 건축사로 활동할 계획이다. "부모님하고 이렇게 오랫 동안 멀리 떨어진 게 처음이에요. 빨리 보구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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