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공인구' 자블라니, 고지대 마구 베일 벗다
[스포탈코리아=루스텐버그(남아공)] 김성진 기자= 역대 월드컵 공인구 중 최고의 디자인과 첨단 과학의 결정체를 자랑하는 남아공 월드컵 공인구 '자블라니(Jabulani)'. 고지대에서 위력을 발산할 것이라는 전망은 사실이었다.
허정무호는 해발 1,250m인 루스텐버그에서 자블라니를 사용해 전지훈련에 임하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자블라니에 익숙해져 월드컵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다.
자블라니는 강한 탄성을 자랑하는 공답게 빠르고 묵직한 슈팅이 나왔다. 그런데 고지대에서의 위력은 그 이상이었다.
대표팀 선수들은 짧은 패스 시 자블라니의 가속에 쉽게 쫓아가지 못했고 긴 패스에서는 예상했던 위치를 넘어가기 일쑤였다. 최철순은 "헤딩하기 위해 자리를 잡고 뛰면 키를 넘어가 버린다. 적응을 빨리 해야 할 것이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고지대에서는 공기저항도 적어 공의 회전속도도 반감됐다. 그러다 보니 문전을 향한 정확한 슈팅이 나오지 않았다. 정확한 킥을 구사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는 김두현은 "한국에서 찰 때와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회전이 평소보다 적고 휘어지지 않고 뻗어간다"라고 말했다.
이동국도 "공을 다루기 쉽지 않다. 슈팅을 하면 날아가는 도중 회전이 풀리는 느낌이다"라고 느낌을 전했다. 그는 "공격수들은 잘 맞춘다면 좋은 슈팅이 나올 것 같다. 반면 골키퍼들은 힘겨워 할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의 말대로 골키퍼들은 자블라니 때문에 훈련내내 수난을 겪었다. 평소 같으면 위치를 파악하고 볼을 안전하게 잡았겠지만 자블라니는 골키퍼 눈 앞에서 상하좌우로 흔들려 공의 방향을 쉽게 예측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쉽게 막을 수 있는 슈팅도 몸을 날려 잡아내는 장면도 쉽게 볼 수 있었다.
MIT대 항공우주학의 킴 블레어 교수는 <포포투>와의 인터뷰에서 자블라니의 특수성, 저항이 적은 고지대 환경이 서로 어우러지면서 변화무쌍한 공의 궤적과 회전이 나올 수 있다면서 "고도가 문제될 것"이라고 예측했었다. 그리고 대표팀의 루스텐버그 훈련을 통해 예측은 현실이 됐다.
자블라니는 남아공 줄루어로 '축하한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대표팀이 자블라니의 특성을 이해하고 마음껏 다루게 된다면 자블라니의 뜻처럼 월드컵에서 원하는 성과를 얻어 축하할 수 있을 것이다.
TIP : FIFA 기준을 모두 충족시킨 자블라니
월드컵 공인구가 되기 위해서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제시하는 7가지 기준을 넘어야 한다.
1. 무게 테스트 : 경기에 사용되는 공은 모두 동일한 성능을 가져야 하기 때문에 공의 무게도 일정해야 한다. FIFA가 제시한 공의 무게 기준은 420~445g. 자블라니의 경우는 약 440g 정도에 맞춰졌다.
2. 수분 흡수력 테스트 : 자블라니는 고열고압 본딩 방식으로 만들어져 완벽한 방수를 실현했다. 수분 흡수율은 0%다.
3. 압력손실 테스트 : 자블라니는 공기를 팽팽하게 채우고 3일 뒤 기압을 측정했지만 손실이 10% 미만이었다. FIFA 기준은 최대 20%다.
4. 모양 및 사이즈 유지 테스트 : 자블라니는 같은 속력으로 3,500회를 차도 처음과 똑같은 모양과 사이즈를 유지한다. 일반적으로 선수들은 경기당 2,000회를 찬다고 한다.
5. 원주 테스트 : FIFA는 68.5~69.5cm 사이의 일정한 원주 유지를 제시했으며 자블라니는 69cm다.
6. 영구 원형유지 테스트 : 가장 큰 지름 수치와 가장 작은 지름 수치 사이의 차이를 측정하며 FIFA는 최대 1.5% 차이를 허용한다. 하지만 자블라니는 1.0%다.
7. 리바운드 테스트 : 공을 2m 높이에서 철판 위로 10번 떨어뜨리는 테스트로 가장 높게 튄 지점과 가장 낮게 튄 지점의 차이는 10cm 미만이어야 한다. 자블라니는 5cm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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