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이현승 "뮤직 디자이너가 최종 목표"


김형석 제자, '사랑비' 등 잇단 히트곡(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작곡가 이현승(27)은 하반기 가요계에서 연이어 히트작을 냈다.
김태우의 '사랑비'를 비롯해 드라마 '아이리스' O.S.T곡으로 온라인에서 큰 인기인 신승훈의 '러브 오브 아이리스', 백지영의 '잊지 말아요', 김태우의 '꿈을 꾸다'가 그의 손에서 태어났다. 관록 있는 가수인 인순이의 '아버지', 이승철의 '열을 세어보아요', 백지영의 '사랑 하나면 돼'도 작곡했다.
최근 만난 그는 "깊은 감수성에 근접한 음악을 좋아해 레퍼런스(Reference)를 놓고 머리 써서 전략적으로 곡을 쓰는 건 잘 안 된다"며 "'사회에서 만난 아버지'인 작곡가 김형석 삼촌과 닮은 것 같다. 마음으로 곡을 쓰도록 트레이닝 받았다"고 말했다.
이현승이 인터뷰 내내 '삼촌'이라고 말한 김형석은 김광석의 '사랑이라는 이유로'를 비롯해 김건모의 '아름다운 이별', 박진영의 '너의 뒤에서', 신승훈의 '아이 빌리브' 등 대중음악사를 빛낼 노래를 발표한 작곡가다.
어린 시절부터 피아노를 친 덕택에 초등학교 2학년 때 부모님 결혼기념일을 축하하는 곡을 피아노로 작곡했다는 이현승은 가요계에서 김형석의 애제자로 통한다.
"1998년 고1 때 한 음반사에 무작정 전화를 걸어 삼촌의 회사 연락처를 알아냈어요. 삼촌 회사에 7번이나 찾아갔는데 못 만나다가 '저를 보면 후회 안 할 것'이라는 쪽지를 남겼죠. 어느 날 무선호출기로 연락이 왔고 삼촌 녹음실에서 자작한 연주곡을 피아노로 들려줬죠. 다음 주부터 나오라는 말씀에 밖으로 나와 거리를 뛰면서 울었어요."
처음이자 마지막 오디션이었다는 이현승에게 왜 수많은 작곡가 중 김형석이었는지 물었다.그는 "어린 시절 내가 산 음반 재킷 크레딧에 작곡, 피아노 모두 김형석이라는 이름이 빼곡했다"며 "변진섭씨의 '그대 내게 다시'에 처음 반했고 이후 나의 우상이 됐다"고 말했다.
이현승의 작곡 데뷔는 1999년 진주의 '내 사랑을 받아주오'. 경희대 포스트모던음악과에 00학번으로 입학했고, 2001년부터 본격적으로 곡을 썼다. 운 좋게 5년간 '김형석 패밀리'로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하고 싶은 음악을 원 없이 했다고 한다.
"삼촌 덕택에 어린 시절부터 가수들의 녹음, 건반 등의 악기 세션 녹음을 옆에서 지켜보며 스튜디오 경험을 쌓았죠. 독립은 2005년 삼촌 회사가 이전하면서 작업실이 분리돼 자연스럽게 이뤄졌어요. 이때 삼촌 앞에서 펑펑 울었는데 삼촌이 '너와 계약 관계로 가기 싫다. 우린 가족'이라고 말씀하셨죠. 제게는 더할 나위 없는 은인이세요."
가장 호흡이 잘 맞는 가수는 절친한 친구인 김태우다. 김형석을 음악 스승으로 부르는 박진영이 1999년 김태우를 소개해줬다.
"god 음반에 태우가 쓴 곡이 있었는데 제가 편곡을 도와준 게 첫번째 작업이죠. 이후 태우의 입대 전 음반을 함께 만들었어요. 진영이 형이 공들인 가수를 제가 프로듀싱하는 건 힘들었어요. 하지만 태우는 제가 표현하고 싶은 부분의 200%를 해주는 보컬이죠."
'사랑비' 작업 때는 김태우와 의견충돌로 줄기차게 싸웠다고 한다. 김태우는 제대 후 첫 음반이었기에 부담이 컸다고 한다.
그는 "태우가 잘하는 걸 하려면 신시사이저 소리에서 벗어난 음악이어야 했다"며 "둘이 악기를 싸들고 양평에서 작업도 했다. 사실 '사랑비'의 후렴구는 여러 차례 수정 작업을 거쳤는데, 태우는 이 곡이 트렌디하지 않다며 마음에 안 들어 했다. 그래서 망하면 내가 책임지겠다고 했다"고 후일담을 들려줬다.
나이 차가 큰 내로라 하는 가수들과의 작업도 작곡가로서 큰 공부가 됐다고 한다."이승철씨는 보컬 녹음 때 요즘 가수와 달리 놀라울 정도로 섬세하세요. 녹음 때면 어느덧 제가 감상을 하고 있죠. 신승훈씨는 싱어송라이터이시니 음악적인 면에서, 인순이씨는 감성이 탁월하시죠. 녹음 디렉팅을 할 때 꼭 뭔가를 전수해주시는 분들이에요."
이현승은 창작의 스트레스를 넘어 좋은 가수들과 행복하게 작업하고 있기에 작곡가는 자신에게 축복받은 직업이라고 했다. 최종 목표는 '뮤직 디자이너'다. 그는 "남동생이 도전 정신이 강한데, 우리 둘이 추진하는 프로젝트"라며 "음악 자체가 일회용으로 사라지지 않도록 산업에 접목시키는 것이다. 작곡은 이를 위한 중요한 준비 과정"이라고 말했다.
자리에서 일어나기 전 그에게 '노래가 히트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하냐'고 물었다."가수와 작곡가의 호흡만이 히트송을 내는 건 아니에요. 음반제작자가 가진 프로모션 시스템까지 3박자가 갖춰져야 하죠. 형석이 삼촌을 기억하는 음악이 있듯이, 언젠가 이현승 하면 떠오르는 음악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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