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수 "'난 연기를 왜 하는걸까?' 요즘도 고민해"(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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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장서윤기자]몇달 만에 본 그는 눈에 띄게 말라있었다.쌍커풀 없는 큰 눈은 얼굴살이 빠지면서 더 크게 자리잡았고 턱선이 도드라지면서 한층 날렵한 윤곽이 만들어졌다. 예전의 이범수가 유쾌하고 에너지 넘치는 분위기였다면 지금의 그는 한결 차분해진, 흡사 학자와도 같은 모습이다.
지난해 여름 영화 '고사' 촬영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해 체중을 7kg이나 감량한 근육질 몸매를 만들어낸 그는 "탄수화물을 끊는 오랜 식이요법때문인지 이전만큼 피로 회복이 안 된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렇듯 그가 독한 마음을 먹고 몸만들기에 돌입한 데는 26일 개봉하는 코믹 액션 영화 '홍길동의 후예'(감독 정용기)가 큰 몫을 했다.
역사 속 의적 '홍길동'의 후손 가문이 현대판 숨은 의적으로 활동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코믹하게 담은 이 작품에서 이범수는 극중 홍길동의 18대손 홍무혁 역을 맡아 종횡무진 액션 연기를 선보인다.
그는 "처음 도전하는 무술 활극이라 몸만들기, 무술 연습 등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었다"며 "피트니스 센터에 가지 못할 때는 동네 운동장이라도 뛰어서 운동량을 보충했다"고 전했다.
검술에 이어 와이어를 이용하는 액션 연기를 소화하기 위해 두달 간 전문 스턴트 팀에 들어가 무술도 차근차근 익혔다. 그러다보니 점점 몸만들기에도 스스로 욕심이 생겼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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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당일 영화 홍보사가 보낸 '이범수 초콜릿 복근 공개'란 내용의 홍보 자료를 보여주며 "정말 사진 속 그대로냐?"고 묻자 "이런 사진을 보면 그간 노력한 게 보여서 어떻게든 유지하고 싶다. 딱 한 달 운동을 쉬면 원상태로 돌아가는데 아무래도 계속해야겠다"(웃음)고 전한다.
"역시 독한 것 같다"고 했더니 "어머니도 내게 독한놈이라고 하시더라"며 웃음짓는다. 그래서인지 주위에서 '까칠하다'는 얘기도 종종 듣지만 그는 일할 때 만큼은 누구보다 엄격해지자는 생각이다.
"예를 들어 직업이 군인인 사람도 집에서는 아주 다정다감한 아버지일 수 있다. 그러나 군대에서는 냉철하고 강인한 인물이 돼야 한다. 나도 그렇다. 촬영하지 않을 때는 무척 자유스럽고 느슨하지만 일단 '촬영 모드'에 돌입하면 '책임감'이란 단어를 꼭 쓰고 싶다. 특히 영화는 다른 사람들이 투자한 수십 억 자본으로 찍는 것이지 않나. 직업인다운 성실함이 우선돼야 한다"
마침 인터뷰 전날 영화 '킹콩을 들다'로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영평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그는 "기분 좋고 감사하다"며 뿌듯한 웃음을 짓는다.
"그만큼 앞으로 행보도 신중하게 잘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신중함과 느림, 또는 과감함과 경솔함은 종이 한장 차이인데 그걸 구분하는 건 참 어려우니까" 천천히 흘러나오는 얘기 속에서 배우로서 깊어진 성찰이 엿보인다.
실제로 그는 근 1년 간 운동에 집중하면서 자기 연마를 한 기분이라고.스스로도 "달관한 것 같다"고 농담을 건네며 운동을 하면서 연기에 대한 고민을 깊게 할 수 있었다고 전한다.
"'나는 연기를 왜 하는 것일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사업을 했을 테고, 박수를 받기 위해서도 아닌 것 같고…. 내가 왜 20년 가까운 세월을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해왔던가를 돌이켜보니 '이 자체를 정말 즐기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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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20년째를 맞은 그인데도 지금도 '연기를 왜 하는지'를 계속해서 고민하냐고 되물으니 "그건 파고 들어보면 매우 심오한 질문"이라고 답한다.
"어떤 인물을 표현한다는 건, 그가 이른바 '훈남'이든 불안정한 심리의 루저든 성공했지만 성격적인 결함을 지닌 사람이든 인간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자신의 연기 목적이 인간 탐구든 다른 것이든, 뭔가 본질적인 이상 없이 바쁘게만 보내며 한때 반짝하고 나면 금세 공허해지고 만다"는 것.
그래서 다음 도전도 어떤 장르든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새것'을 찾아 나설 거라고 귀띔한다.
인터뷰를 마치며 이범수에게 살짝 결혼 얘기를 물었다."얼마 전 한 케이블TV 아나운서와 결혼 소문을 부인했다는 보도가 나와 안 그래도 난감했었다"는 그는 "그런 기사가 나는 걸 보니 내가 '핫'(hot)한 배우가 됐구나란 생각을 했다"며 웃음짓는다.
진위여부를 묻자 "사람 일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지 않나. 결혼은 특히 조심스럽고…." 라며 "좋은 소식이 있으면 반드시 연락드리겠다"고 기자 입장에서는 꼭 믿고 싶어지는 약속을 남긴 채 자리에서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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