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드토크] <6> 안정환, "월드컵서 뛰기 싫은 사람 있을까"

. 2009. 10. 22.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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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그라운드에서 긴 머리카락을 찰랑거리며 매섭게 뛰어다니는 이가 있었다. 매 경기 무언가 해줄 것만 같은 기대는 현실로 이루어졌고 관중석의 팬들은 뜨거운 환호로 그가 누비는 모습에 찬사를 보냈다. 우리 시대 최고의 판타지스타 안정환(33)이다.

수원-부산을 거치며 국내에서 현역 생활을 마무리할 것만 같았던 안정환은 선수로 황혼기에 접어든 이번 시즌을 앞두고 중국으로 훌쩍 떠났다. 지금은 중국 슈퍼리그의 다롄 스더에서 활약 중이다. 이전 팀에서도 그랬듯 안정환은 중국 땅을 밟자마자 최고의 스타로 부상했다. 두 번의 월드컵 참가와 유럽 무대에서의 활약으로 쌓은 인지도 덕분이다.

그렇다고 과거 명성만으로 스타의 자리에 올랐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실력이 뒷받침된 플레이와 프로로서의 행동이 중국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다롄 스더의 열성팬들이 그를 '다롄의 왕'이라고 칭송하는 이유다.

안정환이 궁금했다. 하지만 간간이 들려오는 출전소식이나 득점 기록으로 근황을 파악하기는 힘들었다. 그래서 중국 다롄까지 날아가 그를 만났다. 중국 생활, 대표팀 등에 대해 안정환과 진솔하게 나눈 이야기를 지금 공개한다.

- 다롄 스더에서 활약한지 어느새 7개월이 지났다. 중국에서의 생활은 어떤가.

가족과 즐겁게 지내고 있다. 아내와 장모님이 보약 같은 것도 지어 한국에서 가져다 준다. (Q: 얼마 전 아침방송에 나온 마늘 엑기스 같은 것?)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

중국에 올 때 부담은 없었다. 대표팀에서 상대했던 경험으로는 중국 축구가 약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강했다. 여기 온 뒤 처음 본 경기에서 다롄이 텐진에 1-4로 패했다. 생각과 달라서 '괜히 와서 망신만 당하는 것 아닌가' 싶어 바짝 긴장하긴 했다.

- 아침 방송 출연 당시 다롄 생활이 편안하다고 말하던데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심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운동하는 것 모두 편하다. 쉬홍 감독님도 특별한 주문 없이 내가 편하게 뛰도록 배려해주신다.

- '다롄의 왕'이라고 표현할 만큼 팬들의 사랑이 대단한데?

내가 현재 6골 2도움을 기록 중이다. 그런데 팀 내 득점 1위다.(웃음) 아무래도 작년에 비해 성적이 갑자기 좋아져서 그런 것 같다. (다롄 스더는 28라운드를 치른 현재 16개 팀 중 7위에 올라있다 - 편집자 주)

- 취재 과정에서 만난 다롄 팬들이 안정환이 이적하느냐고 물어보더라.

(갸우뚱거리며) 내년까지 구단과 계약되어 있는 걸 모르나? 아마 처음에 3개월 계약으로 와서 팬들이 불안한 마음에 그런 말을 했나 보다.

- K-리그와 슈퍼리그의 수준을 비교한다면?

산둥, 베이징, 상하이, 톈진 같은 상위권 팀은 K-리그 팀들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본다.

- 현재 6골을 기록 중이다. 나쁘지 않은 기록이다.

여기 처음 왔을 때, 구단에서 작년 부산에서의 성적을 물었다. 6골 3도움을 했다고 답하니 '여기서 그 정도만 해줘도 만족한다'고 하더라. 다롄은 작년에 강등권에 있었을 만큼 전력이 약하다. 그래서 그 정도 성적에도 만족을 나타낸 것 같다. (Q: 남은 경기가 있으니 더 많은 골을 넣을 수 있지 않을까?) 여기서는 미드필더로 뛰고 있기 때문에 쉽게 골을 넣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 다롄 스더에는 한국에도 잘 알려진 동팡저우가 뛰고 있다. 어떤 선수로 보는가?

장점이 많은 선수다. 다만 아직 경험이 부족해서인지 자신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경기에 계속 뛰지 못하는데, 감독과 맞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그리고 동팡저우는 다시 유럽으로 나가고 싶어한다. 구단도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 .

- 얼마 전 창샤 진더에서 뛰는 김은중과 한국인끼리 맞대결을 펼쳤는데 에피소드가 있다면?

은중이가 다롄으로 원정 온 경기였다. 경기 후에 함께 식사를 했는데 은중이가 '형 여기(다롄) 너무 좋아요'라고 하더라. 나도 창샤를 가봤는데, 다롄보다 여러 환경이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창샤가 지금 15위로 강등권에 있는데, K-리그도 승강제를 도입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승강제가 있어야 팬들 입장에서는 더 흥미를 느낄 것 같다. 구단에서는 (하부리그로)떨어지지 않기 위해 투자를 할 것이고, 떨어지더라도 다시 올라가기 위해 힘을 쓰는 순환이 이뤄진다. 그러면 리그가 좀더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 경기를 직접 보니 굉장히 많이 움직이고 프리킥, 코너킥도 전담하더라. 인상적이었다.

프리킥, 코너킥은 자오쉬리라는 선수가 전담 키커로 맡는다. 그런데 그 선수가 안 뛰어서 내가 전담했다. 그러다 보니 공격 기회가 적다. 공격수를 본다고 특별히 많은 기회를 얻는 것도 아니다. 중국 선수들 중에 질 좋은 패스를 주는 선수가 많지 않다. 그래서 수시로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면서 볼을 연결하고 있다.

- 중거리슛 장면에서는 기억 속의 모습 그대로였다.

나이가 들어도 잘하는 것 하나 정도는 남겨야 하지 않을까?(웃음) 다롄에서 미드필더를 맡기 때문에 쉽게 (골)기회가 오지 않는다. 그래서 중거리슛으로 골을 노리고 있다.

- 기량이 여전해 보이는데 대표팀 욕심은 없는가? 최근 '올드보이'들이 줄줄이 소집됐는데.

월드컵에서 뛰기 싫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다른 선수들이 잘 하고 있다. 그리고 내가 예전처럼 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저 내 할 일을 하고, 대표팀에서 소집을 한다면 응하면 된다.

- 최근 안정환 선수가 대표팀에 가세할 필요가 있다는 분위기인데?

내가 대표팀에 합류한다면 짧은 시간에 한 방을 터뜨려줄 조커로서 뛰게 될 것이다. 10분이든 20분이든 기회가 주어진다면 열심히 뛸 것이다. 그런데 그것 때문에 본선에서 23명의 선수명단 중 하나를 (내 몫으로)쓸까? 히딩크, 아드보카트 감독님은 여러 옵션과 상황을 머릿속에 다 짜놓고 선수도 그에 맞춰 구성했었다. 그런 식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현재 대표팀의 공격수인 (이)근호, (박)주영이, (이)동국이, (설)기현이 중 한 명이 빠져야 하는데 누가 빠질까? 쉽지 않은 결정이 될 것이다.

- 내년까지 다롄과 계약되어 있다. 만약 또 이적 제의가 온다면 어느 리그를 가고 싶은가?

스페인이 가지 못한 것이 한이 된다. 지금은 아예 꿈도 꾸고 있지 않지만 스페인에서 한 번 뛰고 싶다. 돈을 받지 않아도 되니까 2부리그에서라도 뛰고 싶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런 일이 이루어질 리 없다.(웃음)

- 중동은 어떤가? 최근 이영표, 이천수가 뛰고 있고 최근 여러 한국 선수에게 관심을 보였다.

중국이 더 낫다.(웃음) 중동은 돈 벌러 가는 것밖에 안된다. 리그가 제대로 운영된다고 볼 수도 없지 않은가.

인터뷰=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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