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대장동 도시개발사업에 주민-토공 주도권 다툼
【성남=뉴시스】유길용 기자 =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도시개발사업을 두고 주민들과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2년 동안 민간방식의 개발을 준비해온 주민들은 토공이 '민간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정부와 공사의 정책 방침을 거스르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성남시는 지난 7월 29일 토공으로부터 대장동 91만㎡에 대한 도시개발사업 제안서를 받아 지난 19일까지 이 일대에 대한 도시개발구역 지정 주민공람공고를 마쳤다.
토공은 제안서에서 이 일대를 수용인구 8370명, 3100세대의 저밀도 개발로 친환경 명품 복합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또 16만5000㎡의 소규모 산업단지도 조성해 자족기능을 넣고, 개발면적의 42.2%에 달하는 38만3851㎡를 공원과 녹지 등 공공시설용지로 확보할 계획이다.
지난해 2월 '대장동도시개발사업추진위원회'를 결성하고 민간주도의 도시개발사업을 준비해온 주민들은 토공의 이 같은 움직임에 반발하며 토지주 380여 명 중 200여 명의 동의와 80% 이상 면적 확보 등 도시개발사업의 민간제안 기준을 충족해 성남시에 제안서를 접수하겠다며 맞불을 지폈다..
주민들은 "토공이 지난 2004년 말 택지개발사업을 추진하다가 개발계획 유출사건으로 사업이 중단된 뒤 주민들에게 빼앗긴 주도권을 되찾으려고 도시개발사업으로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토공과 성남시는 지난 2004년 12월 이 일대에 128만㎡ 규모의 택지개발을 추진하기로 하고 2020년 성남도시기본계획에 반영했으나 이듬해 7월 택지개발사업계획 유출로 관련 공무원 등 22명이 입건되면서 잠정 중단했다.
이후 주민들이 직접 나서서 민간주도의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했다.이를 지켜보던 토공은 지난해 12월 100만㎡ 규모의 도시개발사업 제안서를 성남시에 제출했다가 반려된 뒤 개발면적을 91만㎡로 줄인 2차 제안서를 제출했고, 시는 이를 접수해 주민공람공고 등 행정절차를 개시했다.
이호근 추진위원은 "좌초됐던 개발사업을 주민들의 노력으로 다시 추진해왔는데 잠자코 있던 주공이 갑자기 끼어들고 있다"며 "지역 개발은 주민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민간과 경쟁하지 않겠다는 정부나 토공의 경영방침에 배치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7일 토지주택공사 출범식 기념사에서 "통합공사는 민간회사와 경쟁할 필요가 없다. 민간기업이 이익이 나지 않아 일을 안하겠다는 분야를 보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지송 사장도 지난달 8일 기자간담회에서 "민간과 경쟁하는 부문이나 단순 집행기능은 폐지하고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사업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신영수 국회의원(한·성남 수정)은 지난 20일 토공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무주택 서민의 내집 마련과 주거환경 개선에 힘써야 할 토지주택공사가 중대형 주택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토공이 대장동 택지개발에 회의적인 국토해양부의 승인을 피하기 위해 성남시와 사전에 조율하고 면적을 축소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신 의원실 관계자는 "당초 대장동 개발은 128만㎡의 택지개발사업으로 계획됐으나 개발계획 유출로 중단된 뒤 지난 6월 100만㎡로 축소됐고, 결국 91만㎡로 다시 축소됐다"며 "자치단체장이 지구지정 권한을 갖는 100만㎡ 이하의 도시개발사업으로 진행해 국토부 승인을 피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유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토공 지역도시개발처 관계자는 "성남시와 면적 축소에 관한 사전 협의는 없었으며 합리적으로 구역 경계를 조정하다보니 면적이 줄어든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수용방식으로 할 경우 계획적 개발이 가능하지만 주민들이 원하는 환지 방식으로 할 경우엔 경기도나 성남시가 바라는 산업지원시설, 학교용지 등 무상공급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사업 추진은 계획대로 추진하되 주민 의견을 최대한 수용해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성남시 도시개발사업단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토공쪽 제안에 대한 행정절차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추가 제안서 접수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일단 주민들로부터 제안서가 제출되면 처리 문제를 주민들과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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