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소녀가장들의 특별한 미국여행

【뉴욕=뉴시스】노창현 특파원 = "학교가 크고 궁전처럼 웅장했어요." "뉴욕 동포들의 사랑을 못잊을 거에요."
올해도 어김없이 뉴욕 동포들의 사랑은 아이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품어주었다. 벌써 6년째. 한 독지가의 열의로 시작된 부산 소년소녀 가장들의 특별한 미국 여행이 뜻있는 뉴욕 동포들의 참여로 보기드문 '사랑의 품앗이'가 되고 있다.
최근 뉴욕 등 미 동부를 여행하고 돌아간 부산의 소년소녀 가장 11명은 가는 곳마다 따뜻한 환대를 받았다. 근사한 호텔에서 묵으며 최고급 식사를 한 것은 아니지만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온기 가득한 정을 느낄 수 있었다.
모국의 소년소녀 가장들의 여행을 총괄하는 주역은 뉴욕의 동포 신상헌 사장이다. 롱아일랜드에서 '카페 제인'이라는 식당과 경호전문업체 '헬프 & 헬퍼'를 운영하는 그는 그늘진 이웃을 돌보는 일이라면 열 일을 제쳐두고 나선다.
2001년부터 3년 간 모국 결식아동을 돕기 위한 '거북이 마라톤대회'를 개최했는가 하면 부산에 사는 장애아의 수술비 마련을 위해 그림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소외된 노인들을 위해 식사를 제공하고 봉사활동을 하는 것은 그에겐 거의 일상이나 다름없다.
그가 모국 소년소녀 가장들의 미국 여행을 주선하게 된 것은 간단한 이유 때문이다. 어려운 형편의 아이들도 꿈을 꿀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부모들의 사랑 속에 넉넉한 가정의 아이들에게 미국 여행은 아무것도 아닌 일이지만 부모없이 힘겨운 생활을 하는 아이들에게는 감히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아이들에게 평생 남을만한 추억을 안겨주고 더 큰 꿈을 꿀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소년소녀 가장들의 특별한 미국 여행이었다. 아이들의 선발은 부산 토현성당 김두윤 주임신부가 맡았다.
1990년대 후반 롱아일랜드 한인천주교회 사목을 맡은 것이 인연이 되어 신 사장을 알게 된 김 신부는 부산 마리아수녀회에서 운영하는 알로이시오 고교 2학년 중 모범 학생들을 선정했다. 미국 여행의 행운을 잡게 된 것은 이착한, 이찬경, 정성우, 김영신, 전인채 군 등 남학생 5명과 최다해, 허성은, 변은경, 김화수, 하윤자, 김선경 양 등 6명이었다.
총 12명의 항공료와 어지간한 경비는 신 사장이 감내하지만 나이아가라부터 보스턴, 워싱턴 DC에 이르기까지 총 보름에 걸친 여정 등 미국 내 일정은 스무명이 넘는 한인들이 동참한다는 점이 특별하다.
이들 대부분은 신 사장의 순수한 뜻을 잘 아는 지인들이다. 지난달 15일 JFK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때 마중을 나가고 저녁식사를 마련한 것은 한창연 회계사였다.
또 H마트의 권일연 사장이 뉴욕 체류 중 다섯 차례나 저녁 만찬을 베풀었고 파도횟집의 이혜숙 사장을 비롯한 뉴욕동포들이 점심과 저녁식사를 제공했다. 나오미 권 사장은 직접 아이들을 이끌고 메트로폴리탄 박물관과 뉴욕포담대학을 둘러보고 뮤지컬 '맘마미아'를 관람시켜주기도 했다.
도착 다음날 경로회관에서 노인들을 위한 아침식사 서빙의 봉사 활동으로 일정을 시작한 아이들은 베이사이드의 명문고 카도조에서 1일 수업의 특별한 경험도 했다. 소셜스터디를 가르치는 김경욱 교사의 지도로 아이들은 미국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화수양은 "쉬는 시간에 학생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과 토론식 수업이 인상적이었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지난해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학생로보트경연대회에 출전, 우승의 기쁨을 차지했다는 변은경양은 "하버드와 MIT 등 말로만 듣던 세계적인 명문대학들이 정말 웅장하고 멋졌다"고 말했다.
미국 여행의 백미인 관광은 동부관광 조규성 사장이 일체의 경비를 대고 있다. 뉴욕 시내관광을 시작으로 뉴욕서 7시간 거리의 버팔로에 있는 나이아가라에서 미국 폭포와 캐나다 폭포를 야경까지 만끽하고 코닝회사 방문, 워싱턴 DC와 루레이동굴, 허쉬초콜렛 본사 방문, 보스턴 아이비리그 탐방 등 미 동부의 명소를 빠짐없이 둘러보게 해준다.
짬짬이 비는 시간에는 롱아일랜드에서 바다낚시도 즐기고 대표적인 해변인 존스비치에 가고 영화구경과 쇼핑 등 꿈같은 시간을 보냈다. 뉴욕 체류 중 두 차례 일요일에는 퀸즈 성당과 맨해튼 성패트릭 성당 미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특히 올해는 27일 뉴욕 시티필드 부지에서 열린 추석맞이 민속잔치도 구경하고 귀국 전날엔 뉴욕한인라디오방송 KRB(대표 권영대)를 방문해 '장미선의 여성싸롱'에 출연하는 흥미로운 경험도 가졌다.
아이들의 숙소는 자원봉사로 참여한 가정 5가구가 참여해 홈스테이를 제공했다. 신상헌 사장은 "KRB방송에서 홈스테이 참여 가정을 요청하는 뉴스를 해준 덕분에 너무 희망자가 많아서 고민했을 정도"라고 고마워 했다.
짧은 기간이지만 뉴욕의 한인 가정에서 함께 생활하며 정을 나누는 경험은 비단 아이들만이 아니라 동포 가정에도 뜻깊은 체험이 되고 있다. 나오미 권 사장은 "해마다 집에서 같이 생활한 아이들을 꼭 한번은 한국에 나가 찾아보고 있다. 매년 가족이 늘어나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
이밖에도 크고 작은 정성을 보태는 한인들도 한둘이 아니다. 지난해는 프레시에어 미케니컬의 임광훈 사장이 1만 달러를 쾌척하기도 했고 뉴욕총영사관의 이주민 영사가 3년째 개인적으로 기금을 전달해 훈훈한 화제가 되고 있다.
김두윤 신부는 "뉴욕 동포들의 사랑 덕분에 아이들이 소중한 꿈과 희망을 갖게 돼 너무도 다행"이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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