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다롄은 '안쯩후안'에 반했다
[스포탈코리아=다롄(중국)] 김성진 기자= 안쯩후안! 안쯩후안! (안정환의 중국식 발음)
후반전을 앞두고 워밍업을 위해 안정환(33, 다롄 스더)이 모습을 드러내자 2만여 다롄 스더 팬들이 안쯩후안을 외치며 열렬히 환호했다. 다롄 팬들은 안정환을 '다롄의 왕'으로 지칭할 만큼 애정을 드러낸다. 그런 환호가 익숙한 듯 안정환은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담담하게 몸을 풀며 출격 준비를 했다.
11일 안정환은 다롄 금주체육장에서 열린 상하이 선화와의 중국슈퍼리그 27라운드 경기에서 0-0 상황이던 후반전 시작과 함께 교체 투입됐다. 안정환의 후반전 투입은 이미 예견된 일. 다롄의 쉬홍 감독은 안정환의 나이, 체력을 고려하여 최근 후반전 조커로 그를 적극 활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정환은 "감기 때문에 지금 말을 잘 못한다"라고 할 만큼 경기 며칠 전부터 감기몸살을 앓아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안정환은 쉬홍 감독에게 자신의 상태를 전달해 이날 경기를 결장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홈 경기이며 승리할 경우 5위에서 3위로 올라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기에 안정환은 몸 상태를 숨긴 채 출전을 강행했다.
투톱 밑에 배치된 안정환은 공수 연결고리로 다롄의 공격을 주도했다. 공간을 예측하고 찔러주는 침투패스와 경기리딩에서 다롄이 안정환 중심으로 움직이는 팀이라는 것을 쉽게 확인하는 대목. 투입 직후 호쾌한 중거리슛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더니 후반 22분 상하이의 로디치에서 선제골을 내주고 다롄이 한 명 퇴장당하면서 수적 열세에 놓인 뒤에는 오로지 안정환에 의해 모든 것이 이루어졌다.
흔들리는 다롄의 중심을 잡아주고 후방까지 내려와 볼을 운반하는 헌신적인 플레이에 홈팬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문전에서의 연결이 무산됐지만 프리킥, 코너킥을 전담하며 날카롭게 문전에 올려주며 동점골을 얻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안정환 플레이의 백미는 후반 36분에 나온 왼발 중거리슛. 페널티지역 오른쪽 코너지점에서 볼을 받은 안정환은 아크쪽으로 드리블하다 골문을 향해 묵직한 왼발 중거리슛을 날렸다. K-리그, A매치 등 각종 경기에서 보여주었던 안정환 특유의 테크닉이 가미된 슈팅이었다.
안정환의 발을 떠난 볼은 골대를 향해 정확히 날아갔다. 그러나 몸을 날리며 손을 뻗은 왕다레이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골인줄 알고 일어섰던 다롄 팬들은 일제히 허탈감의 탄성을 내질렀다. 안정환도 아쉬움에 고개를 흔들었다.
득점이 무산됐지만 안정환의 투혼은 끝나지 않았다.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상대 수비를 교란, 동료가 기회를 포착할 수 있도록 숨은 기여를 했다. 그러나 골 결정력 미숙으로 다롄은 동점골을 얻지 못했고 0-1로 패하며 시즌 처음으로 홈에서 패하는 아픔을 맛봤다.
그러나 팬들은 팀 분위기를 일신하며 이끈 안정환의 고군분투를 잊지 않았다. 라커룸으로 들어가려는 안정환에게 기립박수와 함께 안쯩후안을 외치며 다시 한번 성원을 보냈다. 안정환은 진정 '다롄의 왕'이었다. 그리고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말처럼 안정환은 자신의 뛰어난 기량을 여전히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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