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지 못한 희망..언젠간 내 주식도

정영화 2009. 9. 24.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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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커버]희망고문/ 주식]'팔자니 아깝고, 들고 있자니 도통 오르지 않고….'주식투자자 A씨는 요즘 증시 호황 속에서도 나홀로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러브콜이 계속되면서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사상최고가를 경신했다는 둥, 어떤 주식 투자자는 어떤 종목을 사서 대박을 터트렸다는 둥 떠들썩하지만 정작 A씨가 들고 있는 종목은 철저히 소외돼 있기 때문이다. 사상최고가 경신은커녕 원금회복도 요원하다.

그가 들고 있는 종목은 지난 2007년에 5000원대에 샀던 주식. 자동차부품주지만 아직까지 2000원대로 반토막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1년 전 리먼 브라더스 사태 때 1000원대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일부 회복은 됐지만 원금회복까지는 아직 바라보기 어려운 상태.

A씨가 주식을 살 때만 해도 저평가된 종목이라고 주변에서 많이들 이야기해서 무조건 들고 있으면 주가가 오를 줄 알았다. 하지만 여전히 '저평가' 중이다.

언젠가는 주식이 제 가격을 찾겠지라는 심정으로 들고 있는 것이 맞는지, 이제라도 팔아야 하는 건지 판단이 서질 않는다. 반토막 난 계좌를 보고 있으면 울화가 치밀지만, 손실을 현실화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주식투자자 B씨는 지난 1999년 말 증권 쪽에서 일하는 아들 얘기만 듣고 덥석 J기업에 1000만원어치를 투자했다. 당시 샀던 가격은 7만원대. 아들은 분명히 이 주식은 10만원까지 갈 것이니 들고 있다가 10만원에 팔라고 조언했다.

B씨는 아들의 얘기를 철석같이 믿었지만 그 주식은 1년여 만에 IT버블이 꺼지면서 7000원까지 떨어졌다. 무려 10분의 1토막이 난 것이다. 1000만원의 계좌는 순식간에 100만원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B씨는 10년째 아직까지 이 주식을 처분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이 주식은 1만원대 중반. 10년이 지난 지금도 7분의 1토막 난 상태다. 원금 회복은 도저히 이룰 수 없는 꿈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B씨는 여전히 팔지 않고 있다. 어차피 손해난 계좌, 당장 팔아봐야 기분만 나쁠 것 같아서다. 언젠가는 다시 한번 오를 날이 있겠지 하는 희망과 반쯤은 자포자기 심정으로 10년째 주식을 보유중이다.

◆주식과 결혼한 사람들

'주식과 연애만 하고 결혼은 하지 말라.'대표적인 증시 격언이다. 아무리 좋아하는 주식이라도 평생 들고 있지 말라는 충고에서 나오는 얘기다. 이 이야기가 유명한 것은 반대로 그만큼 '아닌' 주식을 팔지도 못하고 들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요즘 주식시장이 다시 1700선 부근까지 오르고, 외국인이 무서운 기세로 국내 주식을 사들이는 등 돌진하고 있지만, 개미에겐 그저 '희망고문'이나 다를 바 없는 경우가 많다.

"내 주식은 이게 뭐야?" 버리고 싶다가도 '내 주식도 언젠가는 오르겠지'하는 막연한 희망으로 버티는 개인 투자자들이 많다.

물론 이들의 희망이 어리석은 것만은 결코 아니다. 실제로 몇년 만에 주식이 폭등한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내재가치가 우수한 저평가 종목(일명 가치주)들의 경우 그런 예가 심심치 않게 있다.

대표적인 내수 우량주인 신세계만 해도 IT라는 글자만 대면 너도나도 주식이 폭등했던 지난 IT열풍 때 전혀 부각되지 못하고 3만~4만원대에서 서성대고 있었다.

하지만 이후 IT버블이 꺼지면서 관련 주식들이 거의 휴지조각이나 다를 바 없이 폭락했을 때 신세계는 꿋꿋했다. 그러다가 2007년 무려 77만5000원까지 폭등한 사례가 있다. 미련하다시피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던 투자자들은 20배가 넘는 대박을 냈다. '희망고문'이 현실화된 사례다.

◆'희망고문'이 '희망'으로 현실화된 예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지난 IT 열풍 때 태평양, 롯데칠성, 농심 등 실적도 좋고 내재가치가 좋은 저평가된 종목을 사들였지만, IT열풍에 가려져 철저히 소외돼 그 시간 동안 고통지수가 너무 컸다"고 회고했다.

다른 주식은 너도나도 올라 대박을 치는데, 이런 종목들은 계속 저평가된 상태에서 옴짝달싹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 땐 처절할 만큼 고통스러웠지만 결국 끝까지 주식을 들고 있었다. 물론 이후 이들 종목은 몇년에 걸쳐 수배 내지 수십배 폭등했다. 이 미련스러울 만큼의 '순애보'가 결국 성공한 사례다.

실제로 주식은 결국 내재가치에 수렴되는 경향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비이성이 지배하는 시장에서 실패자로 보이지만 이후 시장이 다시 이성을 찾기 시작하면 이들 주식이 빛을 발하는 것이다.

이것은 '강아지 이론'이라고도 불린다.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나간다고 가정해보자. 이 때 강아지 주인은 기업, 강아지는 주가로 해석할 수 있다. 강아지는 주인을 따라 앞서가고 한참을 앞지르기도 한다. 또 한참 떨어져서 뒤따라오기도 한다. 때로는 주인이 찾지 못할 만큼 먼 곳까지 도망가 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강아지는 주인의 곁에 오기 마련이고, 주인을 따라 움직인다.

장철원 대신증권 동대문지점장(이사)은 "주식이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는 좋지만 오랜 기간 저평가된 상태를 유지하는 종목들이 더러 있지만, 기업의 심층 보고서가 나오거나 IR 등을 통해 제 가치를 찾게 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고 말했다.

◆'희망고문'이 '절망고문'으로 변신?

저평가된 우량주로 꼽혀도 끝끝내 저평가 상태로 남는 경우도 있다.이채원 부사장은 "대부분의 기업들은 결국 내재가치에 수렴되는 경향을 보이지만, 10개 가운데 3~4개 종목은 끝까지 잘 안 오르는 종목들도 있다"고 전했다. 또 평균적으로 봤을 때 저평가된 종목이 자신의 내재가치를 찾는 데는 3년 정도 걸렸다고 설명했다.

기업 내재가치가 우수한 저평가 종목은 기다리면 보람을 안겨주는 경우가 많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얘기다.

'희망고문'이 기어이 절망으로 바뀌는 사례도 적지 않다. 자원을 개발한다는 등 호재성 공시를 띄워놓고 개인 투자자들에게 장밋빛 기대감을 안겨준 뒤, 오랜 시간동안 아무런 소식이 없는 등의 경우다. 그런 경우는 대부분 '꽝'이라고 보면 된다.

김영호 재정전략연구원장은 "가능성이 희박한 장밋빛 공시나 루머만 듣고 주식을 사는 경우 결국 폭락으로 큰 손실을 안게 되고, 끝까지 손절매를 하지 못하고 놔두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경우는 기다리면 기다릴수록 돈만 날리게 된다"고 충고했다.

기업가치를 제대로 보지 않고, 단지 루머나 단발성 호재 등만 듣고 사는 것은 불 속에 뛰어드는 '불나방'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결국 주식을 들고 기다릴 것이냐, 아니면 기다리지 말아야 할 것이냐는 기업의 내재가치와 업황(펀더멘털)에 따라 달려있다고 조언했다.

즉 저평가된 가치주라면 언젠가는 제자리를 찾게 될 가능성이 높지만 업황이 오랫동안 나쁠 것으로 예상되고 내재가치가 좋지 않은 기업이라면 결국 '고문'으로 치닫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비합리적인 시장, 합리적인 사람이 이긴다

주식시장에서 이런 '희망고문'이 생겨나는 것은 주식의 가격이 항상 내재가치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과 비합리성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시장이 항상 합리적으로 움직인다고 하면 지금처럼 출렁거림도 없을 것이고, 버블(거품)이라는 것이 생겨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주식의 내재가치가 1주당 7000원이라면, 7000원 내외에서 거래돼야 하는 것이 정상이고 합리적이다. 하지만 실제 주식시장은 쏠림 현상이나 일시적인 악재 등에 의해 주가는 1000원으로 내려갈 수도 있고, 반대로 투기세력이 붙으면서 10만원까지 폭등할 수도 있다. 시장이 항상 합리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경제 행위 뒤에 숨겨진 인간의 심리를 탐구하는 '행태경제이론'을 소개하고 있는 책 < 36.5°c 인간의 경제학 > 를 쓴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비합리적인 투자자는 주식시장에 유포되는 정보에 과잉 반응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분석 결과가 있다. 이와 같은 비합리적인 투자자들이 많으면 어떤 주식의 가격이 기초가치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그들의 반대편에 서서 이런 주식을 사들이는 사람은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만약 경제학 교과서에서 가정하는 것처럼 모든 투자자가 완벽하게 합리적이라면 그런 기회는 존재할 수 없다. 이 세상의 모든 비합리적 투자자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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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화기자 jjeong@<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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