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엔대회를 가다> ③고교야구연맹회장 인터뷰

2009. 8. 18.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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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열정의 발산이 고시엔 대회 인기의 이유""엘리트 야구 하면서까지 한국 이기고 싶은 생각 없어"(고베ㆍ오사카=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 고교야구를 총괄하는 전국고교야구연맹의 오쿠시마 다카야스(奧島孝康ㆍ70) 회장은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고시엔의 성공 비결에 대해 "꿈과 열정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고시엔 대회에 대해 "선수들의 열정과 관객들의 열광이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켜 감동을 만들어 내는 게 사랑을 받는 이유"라며 "고교야구는 교육의 일환인 만큼 학생들이 야구와 야구 이외의 것들을 조화롭게 익히며 훌륭한 어른으로 성장하도록 돕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쿠시마 회장은 법학자 출신으로 와세다(早稻田)대학에서 1994년부터 9년간이나 총장직을 맡은 바 있는 교육자로, 학생야구의 심사위원으로도 10여 년간 활동한 바 있는 야구광이다.

그가 작년부터 회장직을 맡고 있는 봄의 고시엔인 선발고등학교대회(마이니치 신문 공동)와 여름의 고시엔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아사히 신문 공동)를 주최하고 있다.

--고등학생들의 스포츠 대회임에도 불구하고 열기가 뜨겁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고시엔 대회에는 긴 역사 속에서 만들어진 '신화'(神話)가 있다. 고교 선수들은 모두 고시엔이라는 성지(聖地)에서 한 번이라도 싸워보는 게 꿈이다. 모두가 공통적인 목표를 추구하고 있는 셈이니 인기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학생뿐 아니라 일반 야구팬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각 지역을 대표하는 팀이 출전하기 때문에 지역 사회에서의 응원의 목소리도 높다. 한국의 경우 고교야구대회의 결승전 관객 수가 800명 정도에 불과하다는 얘기를 신문에서 읽었는데 고시엔 대회는 한 대회 당 관객수가 90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흔히 사람은 자꾸 남에게 보여질수록 예뻐진다고 하지 않나. 선수들도 이렇게 많은 관객들이 모인 곳에서 경기를 하면 훌륭한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스포츠 경기가 주는 '의외성'도 갖추고 있다. 워낙 많은 팀이 출전하니 강팀과 약팀 사이의 구분이 유동적이다. 약한팀이 갑자기 등장해 강한팀을 이기기도 하니 관객들이 열광하는 것이다.

--고등학생들 사이에 야구의 인기가 꽤 높은 것 같다. 어느정도인가.▲남학생이 있는 전국 고등학교 중 84%에 야구부가 있으니 대부분의 학교가 야구부를 운영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전체 남자고등학생의 수가 170만명 정도인데 이 중 야구부에 속해 있는 학생이 전체의 19.9%에 해당하는 17만명에 육박한다. 운동부에 소속돼 있는 남학생의 수는 92만명으로 전체 남자 학생의 54%를 점한다.

--2명 중 1명 이상이 운동부에 속해는 셈이다.▲맞다. 일본은 엘리트 교육이 아닌 생활 체육 중심으로 학교 체육을 운영하고 있다. 모두들 스포츠를 즐기자는 식의 교육 속에 고교야구도 있는 것이다. 대학을 나와서 취직을 할 때에도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스포츠를 하나 정도씩 가지고 있을 수 있다면 좋지 않겠나.

--고시엔 대회에 참여하는 팀이 예선을 포함하면 4천개 이상이나 되니 대회 운영비가 규모가 꽤 클 것 같다. 재원은 어떤 방식으로 마련하는가.

▲관객수가 많아서 예선과 본선 모두 예산 전체를 입장 수익으로 충당할 수 있을 정도다. 경기장은 고시엔 구장의 소유주인 프로구단 한신타이거즈가 무료로 임대해주고 있다.

우리 입장에서 꽤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이 대회를 외부의 상업적인 스폰서나 국가 지원 없이 치른다는 것이다. 경기장 주변에는 상업광고판을 일절 배제한 채 경기를 치를 수 있으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에 손을 벌릴 필요도 없다.

--연간 9차례 전국단위 야구대회가 열리는 한국과 비교하면 대회의 숫자가 적은 편이다.▲그건 일본이 적은 게 아니라 한국이 많은 것이다.(웃음) 어쩌면 고교야구를 보는 한국과 일본의 근본적인 시각차가 드러나는 게 바로 이 부분이 아닐까 싶다.

우리에게 고교야구는 교육의 일환이다. 기본적으로 공부나 수업에 방해를 안준다는 전제에서 운영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1학기가 시작되기 전인 3월이나 여름방학 기간인 8월, 2차례 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이마저도 공부에 방해된다고 생각할수 있지만 고등학교 중에는 공부라는 문(文)과 운동이라는 무(武)를 같이 가르치겠다는 원칙을 가진 곳이 많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

--시합 뿐 아니라 연습도 학교 수업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는 한에서 이뤄진다는 뜻인가.▲100%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대부분 이 원칙이 엄격히 지켜지고 있다고 본다. 야구를 잘해서 대학에 특기생으로 선발되려고 해도 학생의 고교 평균 성적이 5점 만점 중 3점 이상은 돼야 한다. 와세다 대학 같은 곳은 3.5이상으로 더 까다롭다. 야구 선수를 꿈꾸는 학생이라면 공부도 열심히 하지 않을 수 없다.

--17만명이나 되는 야구 부원 중 졸업 후 야구를 직업으로 택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 것 같다. 이 학생들의 장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그래서 야구 뿐 아니라 공부도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한 것이다. 게다가 야구는 팀플레이가 특히 중요한 경기가 아닌가. 야구를 했다는 것은 체력이 좋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것들은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서도 중요한 것들이다.

--최근 한국 야구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잘 알고 있다. 때에 따라서 일본보다 더 실력이 좋다는 것을.(웃음) 한국은 초ㆍ중ㆍ고교 줄곧 오전, 오후 내내 열심히 야구를 하며 실력을 키우고 있고 그런 와중에 강한 선수들이 늘고 있다. 이에 비해 일본에서 야구는 모두가 직접 하며 즐기는 생활 스포츠에 가깝다.

그래도, 어떻게 해서든 한국을 꼭 이겨야 한다고 사람들이 말한다면 학생 선수들이 수업보다는 야구에 전념하도록 하게 할지도 모르겠다.(웃음) 하지만, 그렇게 한다면 역시 고교야구가 사람들의 응원을 받지 못하게 되지 않겠나.

bkkim@yna.co.kr < 실시간 뉴스가 당신의 손안으로..연합뉴스폰 >< 포토 매거진 ><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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