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덕여왕 "CG, 네가 천군만마보다 낫다"
감쪽같은 기술력 시청자 감탄
수백명 군사 수십만군으로 변신
미실의 신당ㆍ서라벌 전경도 복원
전투신속 까마귀는 알고보니 실사
"몰라줘서 고맙죠."'선덕여왕'의 CG(컴퓨터그래픽) 작업을 맡은 MBC 미술부 백성흠 부장의 말이다. '선덕여왕'은 기획 단계부터 대규모 CG작업을 겨냥한 드라마다. 매회마다 엄청난 양의 CG화면이 들어가는데도 시청자들은 실사 화면으로 착각한다. "'와, 정말 훌륭한 CG다'라고 칭찬해주는 것보다 아예 몰라주는게 더 좋아요. 그만큼 CG에 완성도가 있었다는 뜻이니까요."
'선덕여왕'의 제작이 결정되면서 연출진은 고민에 빠졌다. 신라를 배경으로한 세트장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조선과 고려, 고구려 건물들의 세트장은 즐비했다.
필요한 세트장을 모두 지으려면 천문학적 액수의 돈과 시간이 필요했다. 경주에 50억원을 들여 '밀레니엄파크' 세트장을 지었지만 규모의 한계가 뒤따랐다. '이산','대장금' 등을 촬영한 용인 MBC 세트장도 신라 건축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살리기 어려웠다.
기존 MBC 미술부의 CG팀과 기술국의 특수영상팀이 힘을 합했고, 영화 '포비든킹덤','놈놈놈'의 CG작업을 맡았던 'DTI'가 최근까지 함께 일했다. MBC 미술부의 송정민씨는 "영화 CG 경험이 많은 전문인력이 대거 힘을 모아 영화 못지 않은 화면을 선보일 수 있었다. 화려한 CG보다는 장대한 장면을 꾸미는데 초점을 뒀고, 시청자들이 극에 몰입할 수 있도록 실감나는 장면을 만들려했다"고 말했다.

▶그 장면이 CG였어?
백성흠 부장은 '선덕여왕' 녹화분을 돌려보이며 '여기서 어떤 장명이 CG인지 맞춰보라'고 거듭 물었다.
미실의 신당은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감쪽 같이 속아 넘어가는 CG장면이다. 경주 밀레니엄파크에 만들어진 세트장의 실제 미실궁에는 이 신당이 없다. 옛 문서를 보고 3층짜리 신당을 CG로 복원한 후 미실궁의 실사화면에 합성해 넣었다. 이 신당을 실제로 지었다면 15억원의 건축비가 들었을 것이다.
가장 공을 많이 들인 장면으론 '서라벌 대전경'을 꼽았다. 경주에 위치한 박물관을 돌며 옛 서라벌의 모습을 스케치했다. 가옥의 구조와 길의 모양까지 일일이 베껴 그렸다. 위성사진으로 현재 서라벌 부지의 모습을 확인한 후, 용인에 있는 세트부지에 맞게 크기와 배열을 조금씩 조정했다. 이를 토대로 컴퓨터 앞에서 그리고 고치기를 반복하는데 꼬박 두달이 걸렸다. 마치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듯 장엄하게 펼쳐진 서라벌대전경은 실제 돈으로 환산하면 수천억원에 이른다.

전쟁 CG는 무엇보다 실제 규모를 부풀리는데 초점을 둔다. 수십~수백명의 엑스트라를 촬영하고, 장소를 옮겨 같은 엑스트라를 수차례 더 찍는다. 큰 화면에 여러 장면들을 이어 붙이면 적벽대전에나 나올법한 십만군사도 연출할 수 있다. 수천명의 군사들을 조목조목 뜯어보면 닮은 얼굴이 여러군데서 등장하는 것도 그래서다.
대형 진지를 짜는 것도 같은 기법이다. 진지의 일부는 실제 세트에서 촬영한다. 촬영분에 진지 여러개를 덧붙이고, 개미만한 군사들을 그려 넣어 크기를 엄청나게 부풀린다.
사극이나 시대극을 연출했던 PD라면 전기줄과 전봇대, 비닐하우스, 공장만 봐도 몸서리를 치기 마련. '선덕여왕' 제작진은 이런 고민을 CG로 말끔히 지웠다.
4회에서 문노가 제사를 올리기 위해 산에 오르는데, 실사 장면에선 산 아래로 각종 비닐하우스와 공장이 즐비했다. CG팀은 실제 배경을 지우고 그 위에 서라벌 전경을 덧입혔다.
▶CG가 아니었다고?
실사장면을 CG로 오인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첫회에 등장한 박혁거세의 알은 시청자들 사이에서 '탁월한 CG'로 입소문이 났던 장면이다. 하지만 백성흠 부장은 "그 장면은 알에 약간의 색과 빛을 더했을 뿐"이라면서 "그런 미미한 작업은 '효과'라고 부르지, CG라 부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전투의 아비규환에서 살아남은 이요원이 까마귀떼 속에서 '난 아직 안죽어'라고 절규하는 장면은 실사와 CG가 뒤섞여있다. 이날 섭외에 성공한 까마귀는 단 한마리.
이 까마귀가 나는 모습을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한 후 합성해 이어 붙였다. 까마귀의 연기가 탁월해 실사 장면을 CG로 오인하기도 했다. 이요원의 옆에서 천연덕스럽게 시체를 뜯어먹던 이 까마귀는 꼬박 하루를 굶고 촬영장에 투입됐다.
중국 로케이션을 통해 얻은 사막 장면도 대부분 실사 촬영했다. 모래폭풍 등에 사실감을 더하거나, 건물의 규모를 부풀리기위해 CG의 도움을 종종 빌었을 뿐이다. 다만, 소화가 머물렀던 사막의 동굴은 중국 당국의 감시가 심해 실제 굴을 팔 수 없어 CG로 그려넣었다.
김윤희 기자/worm@heraldm.com- '대중종합경제지'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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