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만화 100년③..장르만화(上) '순정·어린이만화'

유상우 2009. 7. 12.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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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한국만화 100년을 조망하는 대규모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관장 배순훈)에서 8월23일까지 열리는 '만화-한국만화100년'전이다.

앞서 두 번에 걸쳐 '한국만화 100년의 역사-한국만화의 흐름'을 되짚어봤다. 이번에는 '장르만화'를 분석해본다. 먼저 '순정만화'와 '어린이만화'를 살핀다.

◇순정만화, 그녀들의 세계='순정(純情)'의 사전적 의미는 '순수한 감정이나 애정'이다. 따라서 순진한 아이의 시선을 제공하는 것이 순정만화이다. 한상정 큐레이터에 따르면, 1950~1960년대까지의 작품들은 이런 경향을 나타낸다. 순수한 소년·소녀들의 가족과 가족을 둘러싼 사회적 역사와 환경이 순수한 그들의 눈으로 나타났다.

시집간 언니들의 무소식에 내심 섭섭한 아버지를 보고, 어린 막내딸이 언니들을 찾아 나선다는 내용이 담긴 최상록 '파란버스'(1967)가 대표적이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소재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풀었다.

1960년대 이후 70년대까지의 순정만화는 일상생활과 동떨어진 시공간을 다룬다. 그림체 및 연출방법이 독특해진다. 소녀들의 눈은 커지고, 화려한 드레스도 등장하며 장식성이 돋보인다. 장르로서 하나둘씩 코드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1980년대 이후 등장한 순정만화는 이전의 만화들과 완전히 다르다. 훨씬 더 많은 페이지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로맨스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복잡성을 띠게 됐다. 그림체는 더 섬세해지고 주인공들은 더 늘씬해졌다.

독자들의 마음을 읽어내는 기술도 탁월해진다. 독자들은 주인공들을 훔쳐보고 이해하게 되면서 차차 주인공과 사랑에 빠졌다. 이와 동시에 로맨스 위주의 서사를 벗어나 순정에 대해서 다양한 고민을 하는 작품들도 등장하기 시작한다.

◇어린이 만화, 어린이를 사랑한 만화=한국만화역사에서 최초의 어린이 만화로 지목되는 작품은 1925년 월간 '어린이' 3월호에 실린 안석주의 6칸 만화 '씨동이의 말타기'다. 김병수 전시전문위원에 따르면, 성인만화에 비해 어린이 만화는 캐릭터의 비중이 높다.

청소년만화와 성인만화는 내러티브 즉, 이야기 자체의 구조에 주안점을 둔다. 반면, 어린이 만화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사건이 극의 중심에 놓인다. 어린이는 성인에 비해 만화의 등장인물에게 동질감과 공통성, 동경성을 더욱 강하게 느끼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어린이 만화는 제목에 주인공의 이름이 나타난다. '아기공룡 둘리', '달려라 하니', '꺼벙이', '로봇 찌빠' 등 과거와 현재를 막론하고 어린 독자들에게 친숙한 만화들은 대체적으로 캐릭터 이름을 제목에 넣고 있다.

김병수 위원에 따르면, 최초의 어린이 만화가 등장한 1925년을 기점으로 어린이만화를 설명할 수 있는 시대적 특징은 5개의 영역으로 나눌 수 있다. 여명기, 황금기, 수난기, 분화기, 침체기 등이다.

여명기는 '씨동이의 말타기'가 등장한 이후부터 해방 전까지다. 일제 강점기인 이 시절은 사실상 암흑기에 가까웠다. 일제의 검열과 수탈, 매체의 잦은 폐간 등으로 독자층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면서 지속적인 인기를 끌고 가는 작품을 만들기가 어려웠다.

황금기는 해방직후부터 1961년 박정희 군사정권이 들어서기 직전까지다. 어린이 만화가 본격적으로 꽃피운 시기다. 명랑, 순정, 시대극, SF, 서부극 등 다채롭고 다양한 만화들이 대거 선보였다. 만화가 형식과 내용 면에서 현대적인 꼴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1961년부터 1979년까지는 수난기다. 군사정부에 의해 표현의 자유가 억압되고 합동출판사와 같은 독점자본이 출현했다. 어린이 만화가 '불량식품'처럼 취급받던 시기다. 검열제도에 숨통이 막힌 만화계는 어린이 교양잡지에 명랑만화를 연재하며 활로를 찾았다.

1980년대는 분화기다. 성인만화, 청소년만화, 순정만화, 잡지만화 대본만화, 단행본, 학습만화 등이 확실하게 자기영역을 구축했다. 더불어 '아기공룡 둘리' 같이 만화주인공들이 더 이상 만화책에만 갇혀 있지 않고 애니메이션과 팬시상품으로 활발하게 진출했다.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는 어린이만화의 침체기다. 1990년대 초 일본식 만화잡지 시스템이 상륙하면서 아이큐점프 같은 소년지 중심의 코믹스가 주류를 형성했다. 독자 연령대가 차츰 높아지면서 엄격한 의미의 어린이만화는 학습만화 쪽으로 치우치게 된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순수창작 어린이만화는 명맥을 유지하기가 버거워진다. 결국 '학습만화'가 어린이만화를 대체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현재는 '고래가 그랬어', '개똥이네 놀이터'와 같은 어린이교양지를 통해 어린이 순수창작만화가 조심스럽게 기지개를 펴는 형국이다.

< 사진 > 김수정 '아기공룡 둘리'이재훈 기자 realpaper7@newsis.com< 저작권자ⓒ '한국언론 뉴스허브'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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