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명수 칼럼/7월 3일] 은발의 패티 김

2009. 7. 3.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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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패티 김이 헤어스타일을 바꿨다. 짧게 자른 은발로 파격적인 변화다. 2주 전 KBS TV의 열린 음악회에서 첫 선을 보인 그의 머리는 검은 머리칼 한 올 없는 완전 백발이었다.

우연히 TV를 켰다가 패티 김의 바뀐 모습을 본 나는 "와 멋있다"고 소리질렀다. 반짝 반짝 빛나는 백발은 아름다웠고, 숏 커트의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백발을 다룬 감각이 돋보였다. 그의 젊은 시절을 기억하는 팬으로서 그의 흰 머리에 우선 충격을 받았지만, 자연스럽게 나이를 받아들인 넉넉한 마음과 자유가 느껴졌다.

"나이드는 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

나는 머리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그에게 전화를 했는데, 운 좋게도 연결이 됐다. 그는 백발을 드러낸 것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올백으로 빗어 넘긴 헤어스타일을 40여 년 계속했기 때문에 뭔가 쇼킹한 변화를 갖고 싶었다. 지난 2월 가족과 함께 칠순을 보내려고 미국에 갔었는데, 나는 생일 전날 머리를 2~3㎝ 길이로 짧게 잘랐다. 그리고 20여 년 계속해 온 염색을 중단하고 석 달 동안 모자를 쓴 채 지냈다. 흰 머리 때문에 너무 늙어 보이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팬들의 반응이 좋아서 기쁘다."

검은 머리가 한 올도 보이지 않는 완전 백발이어서 혹시 흰 염색을 따로 했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상상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곧 웃으면서 "염색이 필요 없는 자연색"이라고 고백했다.

"나이 드는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지금의 내 노래, 소리가 다 내 마음에 든다. 그 동안 나는 도도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십여 년 전부터 부드러워지려는 노력을 많이 했다. 요즘에는 나 자신도 팬들도 좀 더 편안해진 것을 느낀다. 건방 떠는 것도 젊었을 때나 봐 주는 거 아닌가."

작년에 데뷔 50주년 기념 콘서트를 가졌던 그는 올해 상반기에는 울산 대전 등 5개 지방에서 노래했고, 하반기엔 10곳에서 노래할 계획이다. 곳곳에 좋은 공연장이 있어서 그 동안 만나기 어려웠던 지방 팬들을 위해 노래할 수 있는 것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언젠가 그는 조용필의 '한 오백 년'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한 적이 있다. "나는 1970년대 초에 '한 오백 년'을 자주 불렀고 칭찬도 많이 받았다. 젊어서 창을 공부한 적이 있기 때문에 나름대로 자신도 있었다. 그런데 우연히 조용필이 부르는 '한 오백 년'을 듣게 됐다. 나는 이제 내가 그 노래를 불러서는 안 되겠구나 생각했다. 25년 전쯤의 일인데, 나는 그 후 공개된 장소에서 이 노래를 부른 적이 없다."

한평생 노래하며 살아 온 대선배가 뛰어난 후배에 대해 품고 있는 은근한 자랑과 사랑, 유머감각까지 담겨 있는 이 이야기가 나는 참 좋다. 조용필의 '한 오백 년'을 들을 때면 나는 늘 패티 김의 이야기가 떠오르면서 행복한 선배, 행복한 후배라는 생각을 한다.

나이 드는 것을 '약점'으로 느끼고 많은 사람들이 머리 염색을 하고 있다. 보기 거북할 정도로 새까만 염색을 하는 노인들도 많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아름다운 백발'로 유명한 분들이 있는데, 소비자 보호운동가인 정광모씨, 여성부장관을 지낸 이연숙씨 등이 떠오른다. 얼마 전 이연숙씨에게 "백발이 참 아름답다"고 말하자 그는 "이런 백발을 만드는 데 칠십 년이 걸렸다니까."라고 당당하게 받았다.

"이런 백발 만드는 데 칠십년"

맞는 말이다. 노년의 모든 것-부드러움과 너그러움, 생에 대한 성찰과 사랑, 백발과 주름, 건망증과 구부정한 허리까지도 칠 팔십 년 세월이 흘러 만들어진 것들이다. 약점으로 느끼지 말고 자연스럽게 당당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또 사회분위기가 그렇게 흘러가야 한다.

패티 김은 우리 세대의 '평생 친구'다. 우리는 그가 있어 한평생 행복했다. 우리는 그가 "백발은 약점이다"라는 생각을 추방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믿는다. 노래하는 백발의 패티 김은 참 아름답다.

장명수 본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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