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귀화, 텃세 탓 아니다"..추성훈 전 매니저 폭로

2009. 5. 27.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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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아는 추성훈은 진짜인가.오는 7월 UFC100을 통해 미국 MMA 데뷔전을 갖는 종합격투기 선수 추성훈(일본명 아키야마 요시히로)는 참으로 흥미로운 존재다. 유도 시절부터 종합격투기로 전향한 이후로도 그는 일부러 그러기도 어려워 보이는 드라마틱한 사건과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그 결과 일본에서는 `마왕`이라고 불릴 정도로 강한 카리스마를 내뿜는 악역, 한국에서는 그런 핍박 속에서도 꿋꿋이 자신의 길에 도전하는 선역이라는 극단적으로 양분된 이미지를 동시에 가진 존재가 됐다.

그런데 최근 한국에서도 추성훈을 곱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이 부쩍 늘어났다. 우선 격투기 선수로서 활동보다 연예 활동 비중이 늘어나는 데 대한 불만이 조금씩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마침 인터넷을 통해 '아키야마, 추성훈의 진실'이라는 작자 불명의 글이 떠돌기 시작하면서 추성훈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이 팬들의 불만을 업고 점차 확대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그 동안 추성훈이 일본 귀화를 결정한 이유로 알려졌던 용인대 학벌 문제나, 일본에서 재일교포로서 차별을 받아 한국에서 유도를 하기 위해 찾아왔다는 추성훈 스토리를 시작점부터 송두리째 뒤집어버리는 주장도 포함돼 있어 혼란을 안겨주고 있다.

◆몸값 높이려 약한 상대만 골랐다?

미리 언급했다시피 추성훈에 대한 국내 여론이 나빠지기 시작한 첫 계기는 경기에 대한 소극적 태도 때문이었다. 추성훈은 2007년 12월 31일 프라이드와 K-1의 합동대회였던 '야렌노카!'에서 미사키 가즈오와 경기 이후 부상으로 인한 휴식기를 가지면서 한국에서 각종 연예 활동을 통해 한국에서의 인지도를 높였다. 하지만 본업인 격투기는 단 두 경기, 그것도 약체만을 상대로 한 싱거운 경기를 펼쳤다. 그 동안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끊임없이 경기를 통해 자신의 강함을 증명해왔던 추성훈을 기대하던 격투기 팬들로서는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거기에 '추성훈은 약한 상대만 고른다'라는 대회 주최사 FEG(현 라이츠닷컴) 총괄프로듀서 다니카와 사다하루의 비난 발언은 이런 비판 여론을 가시화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기대했던 2008년 연말 다이너마이트 대회 출전 교섭도 불발로 그치자 실망감은 극에 달했고 이는 곧 추성훈에 대한 분노로 바뀌었다. "추성훈이 배가 불렀다" "연예활동으로 쉽게 돈 버니 격투기는 잊은 거냐" 등의 비난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최근 추성훈의 초기 매니지먼트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진 박지일(34) 씨는 이유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원래 추성훈은 FEG에서 처음부터 약한 상대를 붙여주며 키워준 선수다. 일본 격투기계에서 '악마'가 되고나서는 외국인 강자와 싸우길 원하는 FEG와 달리 '약한 악마'는 존재할 수 없다는 이유로 자신이 이길 수 있는 상대만 선택한 것이다." 한번이라도 지면 상품성이 떨어지는 것을 스스로 알았기에 패할 우려가 큰 경기는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 격투기잡지 무진의 김기태(33) 편집장은 "프로 선수로서 자신의 몸값을 지키기 위해, 계약 종료를 앞둔 시점에서 승률에 신경 쓰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더구나 일본 격투기 무대에서 선수가 상대 결정 과정에서 주최 측과 교섭을 벌이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다. 다만 선수에 따라 좀 더 힘을 쓸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사실 FEG가 그런 뻔한 시비를 걸었던 것도 결국 재계약을 위한 하나의 압박 카드로 볼 수 있다. 그저 비즈니스 상의 줄다리기일 뿐"이라며 큰 의미를 둘 문제는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일본 귀화 진짜 이유 따로 있나

추성훈이 일본 귀화를 결심한 것은 용인대 학벌에 의한 편파 판정과 그로 인해 조인철의 벽을 넘어서 국가대표가 될 수 없었던 상황이 이유였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박지일 씨는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한다.

"용인대 파벌? 분명히 존재하지만 추성훈은 그 피해자가 아니었다. 윤동식이라면 모를까. 용인대 파벌을 문제 삼은 것은 이후 영화를 준비하면서 이야기를 갖다 붙인 것이다. 2001년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추성훈은 2진이지만 이미 국가대표로 출전했다. 당시 대표 선정은 대한유도회 김정행 회장의 직권 행사에 의한 것이었다. 오히려 추성훈은 재일교포라는 포지션 덕분에 한국에서도 혜택을 본 거다. 더구나 2002년 아시아게임을 앞두고 조인철은 은퇴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2진이었던 추성훈이 국가대표로 발탁될 확률은 다른 어느 때보다 높았다. 그런데 추성훈은 조인철과 우열을 가릴 수 있는 선발전에 나서지 않았고, 결국 귀화를 택했다."

그렇다면 추성훈이 귀화를 선택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무진 김기태 편집장은 두 가지 가능성을 거론했다. 하나는 우선 추성훈이 자서전에서 밝힌 대로 태릉선수촌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긴키 대학의 자율적인 운동 스케줄에 익숙했던 추성훈은 단기 집중형 훈련을 좋아한다. 지금도 각종 연예 활동을 병행하지만 하루에 4시간의 집중 훈련은 빼먹지 않는다. 부산시청팀에서도 자기가 주도해서 훈련 분위기를 바꿔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태릉은 아침에 일어나서 저녁에 잠들 때까지 정해진 훈련 스케쥴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추성훈으로서는 유도, 그리고 운동 자체가 싫어질 정도로 괴로웠다고 한다. 또한 선수촌 내에서 용인대 파벌과의 신경전도 있었다고 한다. 결국 다시는 선수촌에 돌아오지 않는다는 각서를 쓰고 나왔다. 그 얘기는 곧 한국에서 더 이상 국가대표가 되기를 포기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추성훈이 유도를 하기 위해서는 귀화 밖에 남은 길이 없었다."

박지일 씨도 "추성훈은 한국 방식, 팀스포츠 문화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이것은 재일교포나 용인대 문제를 떠나 한 인간으로서의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 직후 국내 시사주간지 일요신문과 인터뷰에서 귀화 배경에 대해 추성훈 스스로도 "국내 유도계의 텃세가 아니라 내 실력이 안됐다. 조인철이 은퇴하면 그 자리는 내 차지라고 생각했지만 한국 유도는 뿌리가 깊었고 선수층이 두터웠다"고 말한 바 있다.

◆애국인가, 애국마케팅인가

1999년부터 2002년까지 추성훈을 주인공으로 하는 다큐멘터리 영화와 광고 등을 기획했다는 박지일(34)은 과거 유도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추성훈에게 한국에 대한 애국심은 없었다고 주장한다. 다만 유도로 국가대표가 되어 올림픽에 나가고 싶다는 자신의 목표를 위해 한국을 택했고, 격투기로 전향한 후에도 한국 시장을 노린 마케팅의 일환으로 한국인의 애국심을 자극하는 코멘트나 행동을 할 뿐이라는 것이다.

박지일은 추성훈이 일본에서 차별을 받은 적도 없고 일본을 싫어할 이유도 없다고 말한다. "한국에서 돌아와 자연히 재일교포임이 알려지기 전까지 추성훈은 일본 이름을 사용하고 일본 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재일교포라는 사실이 드러날 여지가 없었다. 따라서 재일교포로서의 차별도 받을 리 없었다. 일본 국가대표가 될 수 없었던 것도 일본 국적이 아니기 때문이었을 뿐, 차별의 산물은 아니었다.

오히려 추성훈은 재일교포라는 이유로 특혜를 받기도 했다. 2002년 아시안게임 대표선발전 우승자는 나카무라 켄조였는데, 아시안게임 개최지가 추성훈에게 익숙한 부산이라는 이유로 허리 부상으로 결장했던 추성훈이 대표로 선발됐고, 결승전에서도 안동진이 좀 더 공격적이었음에도 판정은 추성훈에게 기울었다. MMA로 전향한 후로도 추성훈은 한국과 일본 시장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카드로 FEG의 보살핌을 받았다. 사쿠라바전에서의 사건 때문에 K-1은 망할 뻔 했다. 만약 추성훈이 보통 선수였다면 그 때 바로 매장됐을 것이다. 하지만 FEG는 추성훈을 내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지일은 추성훈이 의도적으로 한국을 이용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한다. "사실 추성훈은 운동 밖에 모르고 폼 내기 좋아하는, 좋게 말하면 순진하고 나쁘게 말하면 바보 같은 캐릭터다. 실제로 유도 시절 추성훈은 말을 가려 하지 못해 다른 선수나 관계자들에게서 미움도 많이 샀다. 지금 추성훈의 모습은 매스컴과 FEG와의 이해 관계가 만들어낸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추성훈도 그런 상황 속에서 국적에 관한 코멘트를 하다 보니 자신에게도 이득이 된다는 것을 깨닫고 그런 말만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박지일은 오히려 추성훈과 한국을 이용해 득을 보는 것은 일본이라고 지적했다. "FEG는 처음부터 한국 시장을 노리고 추성훈을 데려왔다. 어떤 식으로든 추성훈이 관심을 받으면 그것은 일본 격투기 산업의 수익으로 이어진다. 추성훈 자서전이 최근 한국출판사와 계약을 했는데 많은 출판사들의 판권 경쟁에 뛰어들며 판권료가 평균 수준보다 엄청나게 뛴 것으로 안다. 결국 더 많은 돈이 일본 출판사로 흘러 들어가는 것이다."

한편 추성훈의 국내 매니지먼트를 전담하는 추성훈의 외삼촌은 박지일 씨의 주장에 대해 "왜 난 데 없이 지금 그런 이야기가 나오느냐"며 "이처럼 음해성 얘기가 계속 제기된다면 법적 조치를 할 수 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인터넷에 나도는 '추성훈의 진실'이란 글을 읽어봤느냐는 질문에는 "최근 읽어봤지만 모두 사실이 아니다. 그러나 하나하나 반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좀 더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박 씨와 추성훈의 관계에 대해선 "그 부분은 내가 말하기 어렵다"고만 짧게 답변했다.조용직 기자/yjc@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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