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로 시작해 '저를 버리십시오'로 끝맺다

2009. 5. 24.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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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CBS 김효영 기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봉하마을에 귀향한 뒤 만든 홈페이지 '사람사는 세상'을 통해 국민과 소통을 시작했다.

노 전 대통령의 첫 글은 2008년 2월 29일에 올라왔다.

'안녕하세요? 노무현입니다'는 제목의 글에서 노 전 대통령은 "집 청소하고 짐 정리하느라고 정신이 없었습니다. 짐들 정돈하느라 한 손에는 이삿짐 들고, 한 손에는 걸레들고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할 일이 많은데 당장은 집안 정리하느라 겨를이 없습니다"라고 근황을 소개했다.

두 번째 글은 4일 뒤인 3월 3일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란 제목으로 올라왔다.

노 전 대통령은 "하루 종일 저희 집 대문 앞에서 저를 나오라고 소리를 치십니다. 한번 씩 현관에 나가서 손을 흔들어 봅니다만, 그분들도 저도 감질나고 아쉽기만 합니다"며 악수도 하고 사진도 찍어보려 했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 여기 저기 도망(?)다녔다는 말도 남겼다.

그리고 "(마을)가는 곳마다 물에 떠내려 온 쓰레기, 누가 몰래 갖다 버린 쓰레기가 가득했다"며 "마을주민들과 청소를 하며 새마을 운동을 하겠다"고 말했다.

3월 6일에는 봉하마을에서 구경할 만한 명소들을 소개하며 "봉하의 참맛을 보고 가라"고 적었고, 3월 9일에는 "지역별 노사모 회원들과 삼겹살에 소주 한 잔 했는데, 알고보니 삼겹살 가게 주인이 먼 친척이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회원들의 글이 3만개에 달할 즈음인 3월 27일에는 "필명을 노공이산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우공이산으로 하려했는데 누군가 선점했다"고 덧붙였다.

이후 오랫동안 노 전대통령은 마을을 찾는 국민들과 소탈한 일상을 보냈으며, 홈페이지는 그런 모습을 담은 사진과 글들로 가득찼다.

그러나 형 건평 씨에 대한 검찰수사가 본격화되면서, 노 전 대통령의 글은 사라졌고 관광객들과의 만남도 그해 12월에 중단한 채 사실상 칩거에 들어갔다.

노 전 대통령의 글은 2009년 2월 22일에야 올랐다. 귀향한지 1년이 지난 시점이었으니 귀향 1년 인사이기도 했다.

'자신에게 충실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란 제목의 글에서 노 전 대통령은 그동안 책읽기에 빠져 있었다고 말했다.

이 글에서 노 전 대통령은 "과거 고시공부하던 시절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다는 말을 몇번 했다"며 "요즘 다시 그 시절로 돌아온 느낌"이라며 "책을 많이 읽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생각이 정리되면 직업 정치는 하지마라, 하더라도 대통령은 하지마라는 이야기, 인생에서 실패한 이야기, 이런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같은 날 또 하나의 글을 올렸다. 홈페이지에 이명박 대통령을 비난하는 글이 잇따르는데 대해 "비판은 자유이고 야유도 할 수 있지만 아무런 사실도 논리도 없는 모욕적인 욕설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존중할 것은 존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들에 대한 대응도 감정을 절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3월 1일에는 김수환 추기경의 장례기간 중 김 추기경에 대한 평가를 놓고 홈페이지에서 벌어진 논쟁과 관련해 '관용'을 이야기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데서 그치는 '관용'이 아닌 공동체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적극적인 관용'을 주문했다.

사흘 뒤 3월 4일에는 '정치하지 말라'는 글을 남겼다. "정치를 하면 거짓말과 돈의 수렁, 사생활의 노출, 이전투구의 저주, 고독과 가난을 겪게 된다"며 "정치인과 시민의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날 관련글이 또 올라왔다.

전날 '정치하지 마라'는 글을 올린데 대해 언론에서 '현실정치 재개'운운 한 데 대해 못마땅했던 모양이다. 노 전 대통령은 "참 힘들다. 감옥이 따로 없다. 푸념이 아니다. 우리 기자들 참 큰일이다"라며 언론에 대한 직접적인 불만을 나타냈다.

다음날인 3월 5일에는 관용에 대한 글이 한 번 더 올라왔고, 이후에도 상대주의와 보편적 가치 등에 대한 글을 써 올렸다.

그리고 4월 7일 검찰의 박연차 회장 수사가 노 전 대통령 일가를 직접 겨냥해 오던 중 "사과드립니다"란 글을 올렸다. "저의 집에서 돈을 받았다"며 "송구스럽기 짝이 없고, 지금껏 저를 신뢰하고 지지를 표해주신 분들께는 더욱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

이후 '해명과 방어가 필요하다', '강금원이라는 사람', '저의 집 안뜰을 돌려주세요'란 글을 잇따라 올렸고, 지난 4월 22일 마지막글을 남긴다.

"노무현은 여러분이 추구하는 가치의 상징이 될 수가 없습니다. 자격을 상실한 것입니다. 저는 이미 헤어날 수 없는 수렁에 빠져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 수렁에 함께 빠져서는 안 됩니다. 여러분은 저를 버리셔야 합니다"hyki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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