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장면, 짜장면 그리고 옛날신문

2009. 5. 19. 16: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자장면, 짜장면 그리고 옛날신문지난 17일 SBS TV는 '짜장면의 진실'이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방송에서 자장면에 관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흥미진진한 진실을 공개하며 '짜장면'으로 표기해야 옳은지 '자장면'으로 표기해야 옳은지에 대해서도 다뤘다.

방송은 특히 현재 표준어로 제정돼 있는 '자장면'을 국민 91.8%가 '자장면'이 아닌 '짜장면'으로 부르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함께 공개하며 '자장면'의 표기법에 이의를 제기했다. 또한 방송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나 국립국어원 홈페이지 민원 게시판은 몇 년째 표준어를 '짜장면'으로 바꿔달라는 네티즌들의 항의로 뜨겁다"고 전하기도 했다.

'자장면'을 위키백과에서 검색해 봤다. 위키백과에는 자장면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함께 표기에 대한 논란도 실려 있었다. 위키백과에 "(당시)문교부가 1988년 고시한 현행 맞춤법과 표준어 규정에 따르면, 자장면의 표기는 '자장면'이고 발음도 '자장면'이다. 하지만 2002년에 발행된 표준 발음 실태 조사(최혜원,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서울·경기지방 사람 210명 중 72%가 '자장면'을 '짜장면'으로 발음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명시돼 있다. SBS TV의 설문조사와 흡사한 결과다.

우리에게 가장 오래된 대표적 외식문화로 자리잡은 자장면이 발음 따로 표기 따로 인 셈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198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자장면의 우리말 표기는 '짜장면'이었다고들 한다. 그러던 것이 1986년 외래어 표기법이 제정되고 1989년 외래어 표기법에 중국어가 포함되면서 '짜장면'을 '자장면'으로 표기하게 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증언이다.

이를 확인해 보기 위해 1976년 1월 1일자부터 1985년 12월 31일까지 10년 동안 발행된 본지의 옛날신문을 검색해 봤다. 기사만을 검색 대상으로 놓고 검색할 때 '짜장면' 표기는 1979년 8월 10일자에서 한 건, 1983년 7월 12일자에서 한 건, 총 두건의 기사가 검색됐다. 특히 1979년 8월 10일자 기사에는 '자장면'과 '짜장면'이 혼용돼 있는 것으로 짐작컨대 '짜장면' 표기는 '자장면'의 오기로 판단된다.

1976년 7월 19일자 경향신문 기사같은 검색 조건으로 '자장면'을 검색했더니 1976년 2월 7일자를 시작으로 총 77건의 기사가 검색됐다. 이미 오래전부터 신문은 '자장면'을 표준어로 사용해 왔던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전문가들이 얘기하는 1989년 외래어 표기법에 중국어가 포함되면서부터 '자장면'으로 표기됐다는 것 보다 훨씬 앞서 신문들은 '자장면'으로 표기했던 것이다.

이처럼 신문은 이미 오래전부터 '자장면'으로 표기했지만 당시는 어느 누구도 '자장면'으로 발음하지 않고 '짜장면'으로 발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발음도 생소한 '자장면'이 올바른 표기로 제정된 것이다. 만약 당시의 신문들이 서민들이 흔히 발음하던 '짜장면'으로 표기했더라도 과연 '자장면'이 올바른 표기로 사용돼 왔을까. 그렇지 않았을 것 같다.

방송에서 '자장면'이 올바른 표기로 제정된 근거로 지난 1994년 말, 한국 신문편집인협회 보도용어통일 심의위원회에서 표준어를 '자장면'으로 통일해서 사용하기로 결정해 발표했다고 전했다. 이후 국립국어원 등은 외래어표기법과 한글맞춤법 그리고 과거 60년대의 국어사전을 근거로 '짜장면'이 아닌 '자장면'이 맞는 표기라는 국립국어원의 주장을 방송에 내보냈다.

결국 국립국어원은 당시 신문들이 '자장면'이라고 표기하고 있었고, 60년대 국어사전에 '자장면'이라고 돼 있었기 때문에 실생활과는 상관없이 '자장면'으로 제정한 셈이다. 하지만 방송은 '자장면'으로 표기한 60년대 국어사전을 찾아본 결과, '炸醬麵'이 아닌 '酢醬麵'으로 잘못 표기되면서부터 오류가 시작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이를 종합해 보면 60년대 국어사전은 '볶다'는 뜻의 '炸(작)'자 아닌 '식초'를 뜻하는 '酢(작)'자로 잘못 사용해 '자장면'으로 표기했고, 이를 근거로 당시 신문들은 '자장면'을 올바른 표기로 사용해 왔던 것이다. 그 이후 잘못 표기된 한자는 바로 잡혔지만 한글 표기는 그대로 쓰이고 있는 셈이다.

이를 근거로 신문편집인협회는 국민들이 흔히 써왔던 '짜장면'을 '자장면'이 올바른 표기라며 결정하고 지금껏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에 써왔던 표기가 잘못됐거나 국민 대다수가 사용에 불편을 느낀다면 지금이라도 과감히 바로잡는 것이 옳을 일. 지금이라도 '자장면'이 옳은지 '짜장면'이 옳은지 사회적 합의를 통해 결정하는 장이 만들어지길 기대해 본다.

< 엄호동/경향신문 미디어전략연구소 연구위원 rsplan@kyunghyang.com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