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재진, '그는 조폭도 되고 담뱃가게 아저씨도 된다' [인터뷰]

'남자이야기'의 조폭, 백재진, "'스타 박용하'가 먼저 와서 '형님', 맘이 싹 녹는거 있죠?"(파란만장 인생스토리)
[마이데일리 = 봉준영 기자] '백재진'이란 이름 석자가 아직 낯설다. 올해 나이 마흔이 됐지만, 그의 데뷔무대였던 연극을 제외하곤 이렇다할 주연작이 없다. 그러나 배우 백재진은 그저 연기를 할 수 있는 자체가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연신 싱글벙글이다.
영화 '신장개업' , '불꽃처럼 나비처럼', MBC 드라마 '태왕사신기'의 불돌 역, KBS '그들이 사는 세상' 무술감독에 이어 현재 방송중인 KBS 2TV '남자이야기'의 교도소 보스(장세진)의 오른팔 용식 역까지. 많지 않은 작품에 출연했고, 역할도 그리 크지 않았던 백재진은 시청자에게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을 갖게 할 정도로 낯설지 않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같은 파란만장 인생스토리
백재진은 배우의 길을 갈 수 밖에 없는 삶을 살았다고 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남달랐다는 백재진은 "어머니 친구들이 오시면 각설이타령을 하고, 남진 흉내를 내면서 용돈도 받고, 귀여움을 받았다. 늘 연예인 시켜야겠다는 말을 듣고 살았다. 중학교시절에는 3년 내내 응원단장을 했는데, 중3 때 담임선생님이 배우를 해보지 않겠냐고 해 계원예술고등학교를 소개시켜줬다. 고교시절 3개월 남짓 연습해 첫 무대에 올랐는데 그때 '내가 이럴려고 어른들 앞에서 재롱을 부리고, 응원단장을 했구나' 싶었다"고 배우가 된 길을 운명이라고 했다.
그렇게 백재진은 배우 이외의 다른 길을 꿈꿔보지도 원치도 않았다. 이 후 단국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백재진은 본격적으로 연극과 뮤지컬을 해왔다. 그러다 1999년 영화 '신장개업'에서 주방장역을 맡으며 무대가 아닌 스크린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러던 어느날.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활동하다가 집안이 힘들어져서 잠시 쉬었다"는 백재진의 목소리는 이말 할때 한층 가라앉았다. 이내 결심을 한 듯 말을 이었다. "인생의 굴곡이 많았다. 아버지가 옥에 가시고 어머니가 쓰러지시고, 집은 공중분해가 됐다. 어머니를 간호하고, 아버지 옥수발해야 했기 때문에 배우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돈을 벌어야했다" 그렇게 백재진은 배우의 생활을 접어야만 했다.
그토록 원했던 배우가 돼 무대에 오르고, 영화판에 발을 막 들여놓을 시점에 그만둬야만 했던 백재진은 "졸업하자마자 꿈을 이뤘는데, 그 꿈을 접어야 한다는 것에 눈물을 정말 한바가지는 흘렸다. 부모님 원망도 했었지만, 어쨌든 내가 선택한 길이었다. 5남매 중 막내였지만, 내가 책임지겠다고 나섰고 후회는 없다"고 단호히 말을 이었다.
그렇게 백재진은 부모님의 살 길을 마련해 드리고자 온갖 일을 해 돈을 벌었다. 그리고 10년. 부모님이 그저 빚 안지고 살 수 있을 만큼의 작은 가게를 차려드린 후 다시 배우로 돌아왔다. 백재진은 "가슴 한 구석이 항상 시려왔다. 돈을 벌만큼 벌어봤지만, 늘 마음 한구석에는 빈자리가 있었다. 후배나 아는 사람들에게 자격지심에 마음의 문을 닫게 됐다. 그러나 단 한번도 배우라는 일에 동경의 끈을 놓은 적은 없었다. 돈을 번 것도 다시 배우의 길을 가고자 하는 마음 하나 때문이었다"고 간절한 바람을 토로했다.
현장에 돌아온 백재진은 잃어버린 감을 찾기 위해 후배에게 연기 특훈까지 받았다. 그리고 2007년 기대작이던 MBC 드라마 '태왕사신기' 오디션의 기회가 주어졌다. 백재진은 "이미 뒤쳐져있었기 때문에 완전 초보라는 생각으로 죽기 살기로 했다. 다행히 김종학 감독님과 송지나 작가님이 흔쾌히 날 받아 주셨다"고 꿈같았던 배우 복귀의 그날을 회상했다.
"배우로 살 수만 있다면 행복하다"
'태왕사신기'의 인연일까. 백재진은 송지나 작가와 KBS 2TV '남자이야기'를 통해 두번째 인연을 맺었다. 백재진은 "'태왕사진기'에서 원래 나오기로 한 분량보다 많이 축소가 됐다. 복귀작인 만큼 실망도 했지만, 임팩트 있는 역이라고 생각해 최선을 다했다. 그때 송 작가님이 잘 봐주셨는지 이번 작품에 들어가기 전 직접 전화를 해 주셨다.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이 감사했다"고 기쁨을 표현했다.
'남자이야기'에서 백재진이 맡은 역은 교도소의 권력자라 할 수 있는 '남방파 3인방' 중 용식 역이다. 보스 장세진의 부하다. 어떤 역이든 소중한 그였기에 준비도 철저히 했다. "실제로 그런(조직폭력배) 친구를 만나서 인터뷰 해봤다. 이태원에 기웃거리며 거친 분들을 만났는데, 생각보다 편안했다. 오히려 일반인들보다 장난도 많이 치고, 순수했다. 다만 전쟁에 임할 때 눈빛은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내 캐릭터도 그런 부분에 주력했다. 초반 김신(박용하)을 감방에서 교육시킬 때는 누구보다 거칠지만, 후에 그를 도와줄 때는 동네 횟집 아저씨 같은 분위기를 주려했다" 작다면 작은 역할이지만, 그의 연기 열정은 뜨거웠다.
현재 3회까지 방송을 마친 '남자이야기'에서 백재진은 주인공 박용하가 교도소에 수감된 분량까지인 4회까지 등장한다. 후에 다시 등장할 지 모르지만, 백재진은 일단 모든 촬영분량을 마쳤다. "내가 나온 분량을 보니 악마적으로 잘 나온 것 같다. 사실 캐스팅 단계부터 좋았었지만, 방송에서 편집이 될 수도 있는 것이고 어떤 그림이 나올지 몰라 기쁨을 자제했다. 근데 방송을 보니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20부작 중 초반 등장하는데 그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나 조연 배우로서 설움에 대해 넌지지 묻자 백재진은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처음부터 주연을 한 배우도 있지만 대부분 밑에서부터 올라온 친구들이다. 주연이던 조연이던 같은 배우로서 자신의 역할을 연기할 뿐이다. 섭섭함을 느낄 여유 따윈 없다. 연기를 하는데, 좋은 의자와 따뜻한 공간이 필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백재진의 눈은 빛나고 있었다.
백재진은 박용하에 대한 칭찬도 잊지 않았다. 그는 "아무래도 박용하가 한류스타다 보니 5~6명의 사람들과 함께 다녀 처음에는 다른 배우들이 주눅들기도 했다. 근데 먼저 다가와서 인사를 하고 '말놓으세요. 형님'하더라. 마음이 녹아내리면서 친해졌다. 나중에는 서로 농담도 하고, 촬영 중 게임도 하면서 즐기며 촬영했다"고 말했다.
"동네 담뱃가게 아저씨같은 편안함"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자체가 감사하다는 백재진은 할 수만 있다면 어떤 역이든 감사히 연기하겠다며 "5~6년전만 생각하면 배우를 하고 있다는 자체가 꿈인가 싶을 정도로 너무 행복하다. 이 행복을 놓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 지금 내 연기는 100점 만점에 10점 밖에 안된다. 50점, 70점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나 스스로 채찍질을 할 것이다"고 말했다.
백재진이 원하는 연기는 "진실된 삶"라고 했다. 그는 "연기하는 각자의 캐릭터는 다르겠지만, 그 삶을 거짓없이 표현하고 싶다. 내 삶에 거짓이 없다면, 연기에도 그 모습이 투영될 것이다"고 연기소신을 밝혔다.
그러면서 백재진은 영화 '파이란'에서 최민식같은, '효자동 이발사'에서 송강호같은 연기를 꿈꾼다고 했다. "힘이 다 빠진 과거의 형님이지만 따스한 인간미를 가지고 있는 최민식 선배의 모습이나 동네 사람들에게 늘 놀림받고 가난한 이발사지만 누구보다 내 아이와 가정에 헌신하는 송강호 선배의 모습을 지향하고 싶다"고 전했다.
백재진은 또 생활속에 코믹함과 자연스러움이 묻어나는 '동네 담뱃가게 아저씨'같는 편안함을 주는 연기자가 되겠다고 덧붙였다.
[연기자 백재진.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pres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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