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로 여는 아침] 자목련 불루스

2009. 4. 14.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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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완

봄날 오후에 할 일도 없는데자목련이 흐드러져요그러고 보니 당신에게서꽃 한 송이 받은 적 없네요아 구체적으로 서러워내 마음확인도 안 하고 떠나셨죠봄날 숨 막히는 오후에퍼플의 물감을 헤프게 쓰는자목련이 흐드러져요꼭 당신이 준 것인 양한 아름에 눈에 들어와매우 정확히 현실적으로 서운해구체적으로 서러워눈물이 나버려

자목련을 바라보며 당신에게 꽃 한 송이조차 받은 적이 없어서 구체적으로 서러워진다고 시인은 노래한다. 흐드러지게 핀 자목련이 그 사실을 구체적으로 만드는 모양이다. 성기완 시인은 음악가이기도 해서 그의 시들을 읽으면 노래를 듣는 느낌을 받는다.

그런데 얼마나 서러웠으면 '구체적으로 서러워'라고 노래할까? 그냥 서러운 것과 구체적으로 서로운 것은 다를까? '매우 정확히 현실적으로 서운해' 또 어떤가, '내 마음을 확인도 안 하고 떠난' 당신에게 얼마나 서운한 마음을 느꼈으면 말이다.

찬란한 자목련이 흐드러진 날에 그는 당신을 생각하며 결국 눈물이 나버린다. 연인들이여, 사랑할 때 꼭 꽃 한 송이라도 연인에게 드리라. 그렇지 않으면 헤어지고 난 뒤, 연인이 자목련을 보면서 구체적으로 현실적으로 서운해 한다. 그리고 숨 막히는 봄날에 이런 노래를 부를지도.

허수경ㆍ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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