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속도내는 PD수첩 수사..쟁점은
(서울=연합뉴스) 강훈상 기자 = 지난해 주임검사 사표와 수사팀 교체 등 우여곡절을 겪은 PD수첩 수사가 25일 밤 제작에 참여한 이춘근 PD를 체포한 데 이어 26일 제작진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등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이 수사하는 PD수첩 제작진의 혐의는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등 두 가지다.지난해 4월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발병 우려를 담은 PD수첩 방송으로 촉발된 촛불집회가 6월 절정에 이르자 쇠고기 수입 협상 주무 부처인 농림수산식품부는 이 프로그램의 왜곡 보도로 명예가 훼손됐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후 올해 초 쇠고기 수입업체인 A사가 "PD수첩 보도로 가맹점 10여곳과 거래가 끊겼다"며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진정서를 제출했고 검찰은 이를 인지사건으로 분류해 수사 착수의 근거로 삼았다.
이달 3일에는 정운천 전 농식품부 장관과 민동석 전 정책관이 PD수첩 PD 4명과 작가 2명을 지목해 명예훼손 혐의로 정식으로 고소장을 접수하면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됐다.
검찰은 그러나 PD수첩 보도로 정 전 장관 등 개인의 명예가 훼손되고 A사가 영업 면에서 실제로 손해를 보는 결과가 초래됐는지보다는 PD수첩 제작진의 제작 의도와 과정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타인의 명예가 훼손되는 결과를 낳았느냐'가 쟁점인 사인(私人)간의 명예훼손 사건과 달리 언론의 사회감시와 비판기능을 고려할 때 이들 제작진이 고의로 사실과 다른 보도를 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명예를 훼손할 의도는 중요하지 않고 PD수첩 제작진이 어떤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의도적으로 다르게 보도했다면 `범의'가 있다고 봐야 한다"며 "검찰 수사는 이를 밝히는 작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PD수첩에서 인간 광우병 의심 증세로 사망한 것으로 보도된 아레사 빈슨의 어머니의 인터뷰와 번역 자막이 다른 점, 빈슨의 주치의로 인터뷰한 의사가 같은 병원에서 일하는 아들의 명함을 제작진에게 준 점 등을 확인해야 할 대목으로 예를 들었다.
이런 수사 흐름상 검찰은 PD수첩 제작진의 직접 조사와 이들이 줄곧 제출하기를 거부해 온 촬영 원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보도된 내용과 원본의 차이점이 발견된다면 이 과정에서 제작진이 이를 알고서도 고의로 다르게 왜곡했는지를 가려내겠다는 것.
그러나 이를 반대로 보면 PD수첩의 제작 전 과정을 복기한 결과 제작진이 자신이 방송한 내용을 사실로 믿을 만한 충분한 사유가 있었다거나 별다른 의도적 왜곡 또는 편집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형사처벌은 어려울 수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그럴 경우 수사기관이 체포나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수단을 동원했다는 선례를 남기면서 언론의 공익을 위한 비판 기능을 위축시켰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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