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가 미뤄온 교토의정서 비준, 오바마는?

김종철 언론인, cckim999@naver.com 2009. 2. 23.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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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시대와 한국](20)세계 최대 이산화탄소 배출국 오명 벗나

[미디어오늘 김종철 언론인]

갈수록 더워지는 지구와 독을 뿜는 에너지

1950년대와 60년대에는 겨울이 되면 한강이 일찍 얼어버리는 일이 예사였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한강이 얼다'가 뉴스가 되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요즈음은 특히 더 그렇다. 한겨울인 1월 중순쯤이 지나서야 밤 기온이 영하 10도 밑으로 떨어져서 한강물이 얼음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4,50년 전에는 영하 15도는 되어야 강추위라고 했는데 요새는 영하 5도의 날씨에도 그런 말을 쓴다. 지구가 그만큼 더워졌다는 뜻이다.

사람들은 보통 때는 환경 악화로 인한 재난에 무감각하다가 큰 사건이 벌어져야 깜짝 놀라곤 한다. 2004년 12월 26일 인도양 연안 국가들에서 터진 쓰나미가 바로 그런 보기였다. 어느 날 갑자기 집덩이 만한 파도가 잇달아 몰려와서 인도네시아, 타이, 몰디브 같은 나라들의 해안이 쑥대밭이 되었다. 텔레비전에 비친 화면들은 너무나 끔찍했다. 그때 쓰나미로 목숨을 잃은 사람이 35만 명 이상이고, 부상자는 그보다 더 많았다고 한다. 쓰나미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특히 일본에서 20세기에 25 차례나 일어났는데, 이제는 다른 나라들도 안심할 수 없게 되었다.

▲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지구 표면의 평균온도가 상승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온난화는 지금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다. 그것이 갈수록 심해져서 땅이나 물 속의 생태계가 변하고 해수면이 올라가서 해안선이 달라지는 등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20세기 초부터 2005년까지 100년 동안 지구상의 기온이 섭씨 0.74+-0.18도가 올랐다는 계산결과를 발표하고 그 '주범'으로 온실가스(수증기, 이산화탄소, 메탄 등)를 꼽았다. 그중에서도 '원흉'은 이산화탄소이다.

기상학자들은 온실가스를 비롯해서 온난화를 일으키는 요인들을 약화시키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21세기 동안에 지구의 표면 온도가 섭씨 1.1~6.4도 오를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야말로 지구의 멸망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경고이다.

근래 텔레비전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들을 보면 북극의 빙하가 급속히 녹아내려서, 늘 얼음으로 덮여 있어야 할 북극해의 일부가 물로 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때문에 생태계에 심한 변화가 일어나서 곰들은 물론이고 에스키모들의 삶에 큰 위협이 닥친다. 과학자들은 지구 온난화가 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온난화로 인한 재앙을 막으려고 1997년 12월 일본 교토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제3차 당사국 총회에서 채택된 것이 '교토 의정서'(Kyoto Protocol)이다. 이것이 채택되기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일정, 개발도상국의 참여 문제로 의견 대립이 심했지만 조정을 거쳐 2005년 2월 16일에 의정서가 공식 발효되었다. 미국은 1998년 11월 12일 클린턴 행정부의 앨 고어 부통령이 상징적으로 의정서에 서명했으나 지금까지 그것을 의회에서 비준하지도 않았다.

미국은 적어도 2005년까지는 화석연료를 태우는 데서 나오는 국민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세계 최대였다. 미국이 교토의정서의 기준과 목표에 맞게 법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규제하면 역사상 가장 많이 세금이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조지 부시 2세 대통령도 교토의정서 비준을 상원에 요청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그 의정서의 원칙들을 지지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 당시 세계 최대의 이산화탄소 배출국(국민 1인당 양은 아주 적지만)인 중국이 예외적인 지위를 허용받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부시는 미국 경제에 압박을 가할 것이라면서 그 협약 이행에 반대했다.

오바마는 '환경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 엘고어 전 미국 부통령.

앨 고어는 2000년 대통령 선거 때 플로리다주의 개표과정에서 불거진 아들 부시 진영의 '부정'의혹을 끝내 밝히지 못하고 패배를 선언한 뒤 환경운동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일했다. 그는 특히 지구 온난화의 실상과 위험을 대중에게 알리고 해결책을 찾는 작업을 벌임으로써 2007년에 한 환경운동단체와 함께 노벨평화상을 공동으로 받았다. 그는 그때 기자회견에서 이런 요지의 발언을 했다.

· 남극의 빙하를 연구한 결과 지구 역사상 측정 가능했던 그 어느 시기보다 현재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가장 높다.· 2003년에 유럽에서만 무더위로 3만 명 이상이, 인도에서 15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2000년에 갈매기가 처음으로 북극에 도달했다.· 이대로 가면 2020년에는 아프리카 킬리만자로 산의 눈이 녹아서 모두 없어질 것이다.

고어는 2006년에 발표된 다큐멘터리 영화 <불편한 진실>(데이비스 구겐하임 감독)에 출연해서 지구 온난화를 중심으로 환경위기를 대중에게 호소력 높게 전함으로써 아카데미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빌 클린턴의 부통령으로서 대통령 자리를 이어받지는 못했으나 재야에서 '기후변화 전도사'와 더불어'환경대통령'이라는 호칭을 받을 만했다. 특히 현직 대통령인 조지 부시 2세가 환경문제들을 외면하다시피 했기에 그의 활동은 더욱 두드러져 보였을 것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앞에는 풀어 나가야 할 환경 부문의 과제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지구 온난화는 물론이고 환경 보존, 미국에서 많은 댐들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 유전자 조작, 집약적 농업의 폐해, 토질의 악화, 핵에너지와 핵물질로 인한 환경 오염 등이다. 게다가 오존의 감소, 대기와 물의 오염, 자원의 고갈이 다른 한편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다. 오바마는 대통령이 되기 전에 환경문제와 관련해서 어떤 평가를 받았던가?

오바마의 상원의원 활동에 대해 대부분의 환경운동 단체들은 대단히 만족해하고 있지만, 몇몇 단체는 그에 대해 회의적이다. 그가 액화석탄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지지하기 때문이다. 많은 환경운동가들은 오바마 의원이 이 에너지원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석탄 그 자체가 아니라 일리노이주 남부가 미국의 주요 석탄 생산지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오바마는 짐 버닝(공화당, 켄터키주) 상원의원과 함께 2007년 액화석탄연료지원법안에 지지 서명했다. 이 법안은 석탄에서 휘발유와 같은 정도의 배출율을 가지는 디젤 연료를 추출하는 새로운 연구와 시설에 대해 지원을 하는 법안이다. 하지만 몇몇 환경운동가들은 여기에는 도저히 묵과할 수없는 모순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이 연료가 가져올 경제 성장이 그로 인해 야기되는 환경 파괴를 상쇄하고도 남는다는 데에 동의하지 않는다 (<오바마론>,183~4쪽).

'대부분의 환경운동 단체들이 대단히 만족했다'는 것은 상원의원 오바마의 환경 관련 성적이 최우수에 가까움을 뜻한다. 그러나 선거구민들의 이익에 치우친 법안에 서명함으로써 비판을 받은 일은 대통령으로서 앞으로 더 넓고 크게 보면서 극복해야 할 것이다.오바마의 '친환경적 일자리 창출 계획'은 청사진부터가 거창하다. 정권인수위원회의 웹사이트는 2015년의 미국을 이렇게 묘사했다.

휘발유와 전기 충전을 병용하는 하이브리드카 100만 대를 생산해 온 제너럴모터스(GM) 등 자동차업체의 생산라인에 수만 명이 새로 배치됐다. 에너지 효율을 크게 높인 빌딩과 공립학교 건설 현장은 수백만 명의 분주한 손놀림으로 활기차다. 소· 닭· 돼지 등 동물 분뇨와 음식물 쓰레기에서 나오는 메탄가스를 활용해 전체 전력의 10%를 생산하는 재생에너지 공장도 바쁘다. 태양열· 열병합· 풍력발전소에도 수십만 일자리가 생겼다. 전체 노동자의 3.6%가 넘는 500만 명의 노동자가 새롭게 '녹색 일자리'를 찾았다 <한겨레>, 2009년 1월 10일자, 1면).

오바마는 인수위원회가 마련한 '오바마- 바이든 계획'에 들어 있던 대표적 환경· 에너지 정책인 위의 그림을 단순히 구상으로 두지 않고 신속하게 실천에 들어갔다. 그는 대통령에 취임한 지 닷새만인 2009년 1월 26일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일을 비롯해서 지구의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데서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현재 휘발유 1 리터로 평균 8 킬로미터밖에 못 가는 미국산 자동차가 2020년까지에는 15 킬로 이상을 갈 수 있게 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것은 전임의 부시 행정부가 미국의 10여개 주가 배기가스 배출량 규제를 강화하려던 움직임에 제동을 건 것을 정면으로 뒤집은 조치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친환경적 자동차 생산 촉진정책을 발표하면서 "이런 조치들이 어렵다고 더 이상 늦출 수는 없다. 지금이야말로 더 안전한 이 나라의 미래와 지속가능한 번영하는 지구를 위해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파산 직전까지 갔던 미국 자동차업계의 3대 회사인 제너럴모터스와 포드, 크라이슬러가 이런 정책을 충실하게 따라서 연비가 훨씬 앞선 일본의 도요다와 혼다(현재 평균 10 킬로 이상)를 따라잡고 회생할 수 있을는지 궁금하다. 미국산 자동차의 평균 연비를 8 킬로에서 15 킬로까지 높이려면 한 대당 2000~1만 달러의 생산비가 더 들어간다는 추산이 나와 있어서 이 문제는 간단히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오바마의 친환경 자동차정책은 우리나라에도 큰 영향을 미치리라고 예상된다. 자동차 대국들이 1990년대부터 하이브리드차, 수소연료전지차, 전기차 개발 경쟁에 들어간 데 비해 출발이 한참 늦었기 때문이다.

1930년에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발표한 '뉴딜'이 토목과 건설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데 초점을 맞춘 데 비해 오바마의 '뉴 뉴딜'은 녹색산업에서 성장동력을 찾는 '그린 뉴딜'로서, 환경보호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오바마가 이 야심적인 정책을 성공적으로 수행한다면 2013년 대선에서 승리해서 연임하는 데 결정적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오바마의 핵심적 정책 산실로 알려진 미국진보센터(CAP)와 새로운 민주주의 프로젝트(NDP)는 오바마 행정부를 위한 정책 제안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주요한 내용은 (1) 기후변화 문제를 다룰 대통령 직속 국가에너지회의 신설 (2) 이산화탄소 배출권 거래 수익으로 재생에너지 개발 (3) 단열주택 건설로 가정 전력 소비 10% 감축 (4) 10년간 12만5천 메가와트 풍력발전으로 40만 명 고용 창출 등이다.

오바마는 상원의원 시절은 물론이고 대통령에 당선된 뒤에도 환경문제에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명백히 밝혔다. 이제 구체적인 행정조치와 청사진을 발표했으니 '환경 일방주의 탈피'의지를 온 세계가 확인할 수 있도록 상원과 협력해서 교토의정서를 비준하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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