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으로 여는 리더의 톡톡톡(talk)]살아갈 용기와 위안을 주는 그것 '사랑' - 극한의 생존학①

이 주의 명작로베르토 베니니의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La Vita E Bella)'빅터 프랭클의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생은 아름다워(La Vita E Bella, 1997)'라는 이탈리아 영화는 로베르토 베니니가 감독과 각본, 주연을 맡은 영화인데 제목처럼 즐거운 내용이 아니다.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배경으로 비극적인 역사적 사실을 코믹하게 접근하면서 어떤 극한 상황에서도 '그래도 인생은 아름답고 살아남아야 한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그래도 인생은 아름답다'는 말은 러시아의 혁명가 트로츠키가 암살당하기 직전에 남긴 글.
① 톡·톡·톡= "아들아, 아무리 처한 현실이 이러해도(참혹해도) 인생은 정말 아름다운 것이란다."
작품의 줄거리를 보면, 주인공 귀도(로베르토 베니니 분)는 얼굴도 못생기고 가진 것도 없지만 운명처럼 도라(니콜레타 브라스키 분)를 만난다. 도라에게는 약혼자가 있지만 돈키호테처럼 저돌적으로 사랑을 고백하고 결혼에 성공한다. 아들 조수아가 태어나 자라면서 이들 가족이 행복에 젖어갈 때쯤 독일의 유대인 말살 정책에 따라 귀도와 조수아는 수용소행 기차를 탄다. 남편과 아들이 끌려가자 도라는 유대인이 아니면서도 그들이 탄 기차에 오른다. 사랑은 '죽음의 기차'에 올라타게 하는 힘을 지닌 것이다.
② 톡·톡·톡= "조수아, 이건 신나는 놀이이자 게임이야."귀도는 수용소에 도착한 순간부터 조수아에게 지금은 신나는 놀이이자 게임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속인다. 유대인을 가스실에서 학살하는 끔찍한 현실을 아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아서다. 아들은 다행히 아버지의 말을 따르면서 아슬아슬하게 위기를 넘긴다. 독일이 패망하는 조짐을 보이자 귀도는 아들과 함께 탈출을 시도한다. 그렇지만 죽음의 기차를 함께 탄 아내를 두고 탈출할 수 없다. 귀도는 아내를 찾아 나서면서 아들에게 60점만 더 따면 1000점이 되고 그때는 탱크를 선물로 받게 된다면서 나무 궤짝에 숨어 날이 밝을 때까지 결코 나오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아내를 찾아 나선 귀도는 그만 독일군에게 발각되고 처형장으로 끌려간다. 궤짝에 숨어 있는 아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우스꽝스러운 행군 자세를 보여주면서 궤짝 앞을 지나간다(아버지가 울부짖거나 저항하는 모습을 보이면 아들은 숨어 있던 궤짝에서 튀어나올 수 있다). 아들은 그 모습을 궤짝에 난 구멍으로 보고 있는데, 아버지와 아들이 지상에서 마지막 이별하는 이 장면에서 뭉클한 전율을 느끼게 한다.
다음날 궤짝에서 나온 조수아는 정적만이 가득한 포로수용소의 광장에 혼자 서 있다. 아빠의 말처럼 탱크가 나타나고 그 탱크를 타고 가던 조수아는 극적으로 어머니를 만난다.
이 영화의 매력은 끔찍한 현실에서 위기를 이겨내게 하는 '긍정의 힘'이라고 비평가들은 분석한다. 참혹한 현실을 이기는 힘은 때로 마법과 같은 거짓이 필요하고 턱없을 정도의 낙천적인 생각들과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기억들이라는 것이다.
③ 톡·톡·톡= "안녕하세요, 공주님, 어제 밤새도록 그대 꿈을 꾸었다오."수용소에서 귀도가 도라에게 몰래 전하는 이 대사는 슬프면서도 감동적이다. 귀도에게 생존 의지를 불태우게 하는 유일한 힘은 아내와 아들에 대한 사랑이다. 귀도는 독일군 막사에서 음식을 서빙하면서 방송실에 몰래 들어가 음악을 내보내는 '사랑의 모험'을 감행하기도 한다. 그 음악은 청혼하던 당시의 프러포즈 배경음악으로 오펜바흐가 지은 '호프만의 이야기' 중 '뱃노래(Barcarolle)' 부분이다.
사랑은 위기를 살아나게 하는 가장 큰 힘이라는 이 영화의 메시지는 나치 수용소를 경험한 빅터 프랭클이 지은 '인간이란 무엇인가(Man's Search for Meaning, 서문당 펴냄)'의 핵심 내용이기도 하다. 프랭클은 수용소 경험을 바탕으로 '로고테라피(Logotherapy)'라는 일상속의 심리 치료법을 창안한 정신분석학자다. 로고테라피란 마음이 가지는 의미 추구 경향을 파악해 정신분석적으로 치료한다는 것이다(칼 융의 정신분석학은 집단 무의식을 강조한다).
이 책을 읽으면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장면들과 오버랩 된다. 프랭클은 극한 상황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기억들을 떠올리며 상상으로 대화하면서 위안을 얻고 다시 살아야겠다는 희망의 끈을 이어갈 수 있다고 강조한다. 평소 사랑하는 아내와 나눈 대화들이 위기 상황에서 구원이 되어주는 가장 강력한 힘이라는 것이다.
④ 톡·톡·톡= 아내의 모습, 내 말에 답하는 그 목소리, 미소, 나에게 용기를 돋워주는 그 맑은 모습. (수용소에서는)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함으로써 괴로움을 잊는다.
프랭클에 따르면 생존의 가망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경지에서 사람은 남은 제 목숨을 보존해 보겠다는 수완을 재빠르게 동원한다. 수용소에 배고픔, 곤욕, 공포, 불의에 대한 강한 분노 등을 참고 견디게 하는 것은 사랑하는 자의 소중한 모습이며, 신앙이며, 괴이한 유머이기도 하다. 심지어는 한 그루의 나무나 지는 해와 같은 우리의 마음에 약이 되어 주는 자연의 아름다움이기도 하다고 강조한다. 즉, 몇 시간 후에 가스실로 끌려갈지도 모르는 처절한 현실에서 그 현실을 견뎌내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아내와 나눈 대화들이며 붉은 저녁노을과 같은 대자연의 아름다움이라고 한다.
⑤ 톡·톡·톡= 과거에 이런 일을 하지 않고는 잠을 잘 수 없고, 저런 일이 생기면 세상을 살 수 없으리란 일들이 많이 있었다. 그런데 추위에도 불구하고 감기에 걸리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프랭클은 수용소에서는 상식을 뛰어넘는 놀라운 체험을 하게 된다고 한다. 예컨대 이를 닦을 겨를이 없었고 심한 비타민 결핍 증세에도 건강한 잇몸을 유지했다. 흙 묻은 손에 상처가 났지만 며칠 동안 물이 없어 씻지 않고 일을 해도 곪지 않았다. 옆방에서 조그만 소리가 나도 잠을 이루지 못하던 사람도 자기 옆에서 코를 고는 동료의 몸에 제 몸을 갖다 대고 세상모르고 곤한 잠을 잤다. 평화로운 일상이라면 옆에서 코만 골아도 잠을 잘 수 없다고 불평하기 일쑤다.
⑥ 톡·톡·톡= 도스토옙스키가 말한 것처럼 "인간이란 어느 환경에나 적응할 수 있는 동물"이다.
수용소의 비정상적 상태는 1단계 변화로 비정상적인 정신 상태를 나타내고, 2단계 변화로 비교적 무감각 상태가 찾아오면서 포로들은 일종의 정서적 자멸에 이른다. 동료 포로가 구타를 당해도 정서가 무디어져 냉담하게 지켜볼 뿐이다. 이때 무감각은 필요한 자기 방어 수단이 된다.
⑦ 톡·톡·톡= 극한 상황에서 소원이나 욕구는 꿈으로 나타난다. 가장 빈번하게 꿈을 꾸는 것은 빵, 케이크, 담배, 온수 목욕이다.
프랭클은 포로수용소와 같은 죽음의 공포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때 이른바 '심흔적 역학'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긴장 상태는 포로들의 정신적 생활을 원시적 수준으로 저하시키면서 퇴행 현상을 초래하게 한다. 이때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평온성과 같은 '긴장 없는 상태'가 아니라 자신에게 보람 있는 일을 위해 애쓰고 싸워 나가는 긴장 상태, 즉 심흔적 역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어떻게 해서라도 이 긴장을 해소하려고 하기보다 자기가 성취할 잠재적 의의를 불러일으키는 일이 있어야 한다는 것. 그렇지 않으면 허무주의에 빠지고 이른바 '실존적 공허'에 사로잡히게 된다.
프랭클은 백만장자와 결혼했지만 아들을 두지 못한 여인과 가난 속에서도 불구의 아들을 둔 여인과의 상담 사례를 소개한다. 전자는 인생의 실패를 자인하는데 반해 후자는 그래도 자식을 위해 노력한 삶이 의미가 있었다고 고백한다는 것. 불구의 아들에 대한 보살핌이 그 여인에게는 자기가 성취할 잠재적 의의를 불러일으킨 일이었던 것이다.
⑧ 톡·톡·톡= "인류는 근심과 권태의 양극 사이를 흔들고 있는 시계추와 같은 운명이다."(쇼펜하우어)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와 프랭클의 '인간이란 무엇인가'는 만화 '사막에서 살아남기'처럼 나치 수용소의 극한 상황에서의 살아남기를 다룬 명작이다. 나치 수용소와 같은 끔찍한 현실에 직면할 때 아름다운 사랑의 대상이야말로 고통을 이겨내게 하는 절대적인 힘이 된다는 것이다. 경제 한파가 거센 지금, 모두에게 이런 아름다운 사랑이 있어 살아갈 용기와 위안을 얻기를….
최효찬 소장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비교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경향신문 기자를 거쳐 현재는 연세대 미디어아트연구소 전임연구원으로 강의를 하는 한편 자녀경영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5백년 명문가의 자녀교육' '세계 명문가의 자녀교육' '5백년 명문가, 지속경영의 비밀' '아빠가 들려주는 경제 이야기 49가지' '메모의 기술 2' '한국의 1인 주식회사' 등의 저서가 있다.
최효찬·자녀경영연구소장 / 문학박사 romai@naver.com
Copyright © 한경비즈니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