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의 힘'..창원 간판의 대변신

입력 2009. 2. 18. 06:17 수정 2009. 2. 18.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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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월로 '시범정비' 이어 올해 용호지구 착수반대 업주 수십번 방문..집요한 설득 주효(창원=연합뉴스) 정학구 기자 = "간판 정비를 시작한 후 초창기엔 새벽 1∼2시까지 불만을 품은 업주들로부터 '장사가 안돼 굶어죽겠다' '네 몸이 성할 줄 아느냐'는 등 협박전화에 시달려 휴대폰을 3개나 바꾸기도 했습니다."

계획도시 창원의 얼굴격인 토월로(吐月路) 상가건물에 어지럽게 걸려있던 간판 400여개를 차근 차근 '우아하게' 바꾸는 과정에서 점포주들과 17개월동안 '소리없는 전쟁'을 치러낸 창원시 담당 홍종래 계장은 그간의 어려움을 이렇게 털어놓았다.

행정안전부가 정부 차원의 공공 디자인, 간판 문화 정비에 나서기도 전인 2007년 7월부터 시작해 건물 16채 187개 업소에 걸린 간판 422개를 철거하고 현대식으로 디자인된 294개로 바꿔 단 것이다.

전문업체 용역을 통해 업종별 픽토그램을 만들어 통일을 기하고 글씨도 크지는 않지만 주목도를 높였고 3층 이상에 설치된 불법 간판을 밑으로 내리면서 특정구역 고시를 통해 최고 5층이하로 재배치했다.

건물에 제각각 걸려있던 수백개의 간판을 떼고 1970년대초 계획도시 창원 도시계획을 도상에서 디자인하듯 '공공성과 편의성,예술성'이 결합된 간판을 내걸자 경남도내 타 시.군은 물론 전국적으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박완수 시장이 '간판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은 2007년 7월 10일.계획도시에다 교육.문화.과학기술 분야 등에서 명성을 얻고 있는 창원시로선 도시의 얼굴인 간판에서부터 '무계획.무질서'의 극치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에 크게 자극을 받은 것.

이 때를 즈음해 토월로 디자인시범거리 조성이 착수돼 간판 디자인 공모를 하는 한편 주민협의회를 구성, 설명회를 하고 동의서를 받는 등 담당 직원들의 밤낮 없는 설득작전이 시작된 것이다.

시가 내건 간판 철거 조건은 기존의 간판 제작비가 얼마가 됐건 모두 철거하고 업소당 400만원 안팎의 시 예산으로 새로 디자인된 업종별 간판을 달아주고 건물 외벽 청소까지 해주기로 한 것.

그러나 업주들은 25만원 가량의 자부담이 문제가 아니라 갑자기 간판의 전체 크기와 글씨가 작아질 경우 광고 효과가 떨어진다거나 간판을 다는 위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등 불만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가장 큰 저항은 15m 전후의 대형에다 네온사인까지 넣기위해 1천만원 이상을 들여 간판을 부착했던 유흥업소쪽에서 나왔는데 담당인 홍종래 계장은 한 업소의 경우 두 달을 꼬박 찾아다니며 밤 늦게 출근하는 업주와 담판을 시도, 결국 설득해내기도 했다.

그는 "1천만∼1천500만원을 들여 제작한 간판을 포기하고 400만원짜리 간판으로 교체하라니 업주 입장에서도 결정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수십 번 전화하고 찾아가 호소하니 결국 술을 한 잔까지 내주면서 '이렇게 집요하게 열성적으로 일하는 모습은 처음본다'며 동의해주더라"고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시의 설명을 듣고 곧장 동의해준 곳은 한 곳도 없었고 심지어 간판을 바꿔 놓고 보니 맘에 들지 않는다며 뜯었다가 시의 설득으로 다시 업주 부담으로 시 간판을 다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지난해 2월 토월로 1단계 사업이 마무리된 후 새 간판을 달고 영업을 해본 업주들 가운데 일부는 "간판 바꾼 후 영업이 더 안된다"며 홍 계장 휴대폰과 집전화로 갖은 협박을 해오기도 했다.

특히 개인 상업시설의 간판을 다는데 왜 시 예산을 지원해야하는지, 다른 상가와의 형평성 문제 등을 제기하는 시의원들을 설득하는 것은 더 힘들었다고 한다.

박완수 시장도 업주들에게 협조 서한문을 보내고 연초 동 방문시 직접 설득을 시도했으며 마지막까지 반대하는 업주의 경우 지인을 통해 간접적으로 시책 협조를 호소하는 등 지원사격을 했다.

시의 이같은 노력으로 2단계 준공을 한 토월로는 '창원 상가의 얼굴'로 재탄생했고 상인들은 물론 오가는 행인들과 시민들의 격려가 이어지면서 창원시 '간판팀'은 용기를 얻었다.

간판에 이어 보도 개선과 버스 정류장 및 가로시설물 재설치 등 가로경관사업까지 마무리되자 반대에 나섰던 상인들도 최근에는 오히려 격려하는 쪽으로 바뀌었고 올해 신규 사업대상인 용호동 일부 상가에서는 '빨리 사업을 착수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

이에따라 시는 올해 용호상업지역 빌딩 9채 153개 업소의 308개 간판을 대상으로 다시 '간판이 아름다운 거리' 조성에 도전하고 있다.

'행정의 힘'이 이번에도 통한다면 창원시는 난제 중의 난제로 무질서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는 상남중심상업지역 내 간판 정리에도 도전할 태세다.

박완수 시장은 "거리의 간판은 도시의 얼굴이자 품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지만 업주들은 더 크게 더 많이 달수록 좋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행정력 소요가 많고 힘들지만 이번 기회에 제대로 정비해 상인들과 방문객 모두가 만족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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