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번호 '500번'에 대한 김병지의 열정, "K-리그 전체를 위한 것"
[스포탈코리아=하이난(중국)] 김성진 기자= K-리그의 '전국구 스타' 김병지(39)가 선수생활의 마지막을 고향팀 경남 FC에서 불태우고 있다.
경남에 플레잉코치로 입단한 김병지는 선수와 코치라는 이중생활을 자연스럽게 소화하며 어린 후배들을 이끌고 있다. 올 시즌 경남은 대폭적인 물갈이로 선수단의 연령이 전체적으로 낮아졌다. 그만큼 베테랑 김병지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조광래 감독은 "김병지가 수비 컨트롤을 잘해주고 있다"라며 '김병지 효과'를 만끽하고 있다.
김병지도 "신인 선수들이 편안하게 적응하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마지막이니 유종의 미를 걷어야 한다"라며 선수생활의 멋지게 마무리하겠다는 각오도 덧붙였다.
현재 K-리그 471경기에 나선 김병지는 앞으로 29경기를 더 뛰면 전인미답의 500경기 출전을 달성한다. 상징적인 목표를 위해 조광래 감독은 김병지에게 등번호 500번을 선사했다. 하지만 프로축구연맹은 세 자리 수 등번호는 등록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병지는 "500번은 K-리그를 위한 것이다. 김병지가 500경기를 앞두고 있다는 이야기로 전체의 관심도 높일 수 있고 전국의 팬들이 경기장을 찾을 것이다"라며 연맹의 결정에 불만을 나타냈다.
- 경남에서 선수생활의 마지막을 불태우고 있는데?
부담된다. 젊다면 도전을 즐기고 모험도 걸겠지만 난 마지막이다. 처음처럼 유종의 미를 걷어야 한다. 경남 팬 모두에게 경기력을 보여야 한다는 자극제로 삼고 있다. 동료도 도와주고 있다.
고향팀에서 뛰게 됐는데 같이 출발했다면 좋았을 것이지만 경남이 창단하던 당시에 난 계약이 되어 있어 그러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소속팀(서울)과의 계약이 만료되면서 선택할 수 있었다.
- 팀 내 최고참이다. 후배 선수들을 컨트롤해야 하는데?
신인 선수들이 많아 걱정했다. 그러나 우려와 달리 신인 선수들의 의욕이 넘친다. 이들이 편안하게 적응하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감독님께서도 선수들을 배려하신다. 한 달 조금 지났는데 훈련을 통해 많은 상승효과를 얻고 있다.
이번에 플레잉코치도 겸하게 됐는데 역할에 대한 부담은 없다. 지난해까지 대학무대에서 뛰던 선수들이 많아 이들이 힘겨워하지 않도록 조언해주고 있다. 그리고 경기에서 큰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경험이 필요하다. 그런 것들을 전해주고 있다. 돌발상황을 가정한 이미지 트레이닝도 자신감을 키워주기에 옆에서 많이 도와준다.
- 지금까지 플레잉코치 김병지의 점수는?
50점. 남은 50점은 하루하루, 1년 단위로 부족한 것을 배워서 채워야 한다. 선수 때는 코치분들이 하시는 말씀을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플레잉코치를 하면서 그런 부분을 이해하고 공부하고 있다. 그러나 내 주 역할은 코치가 아닌 선수다.
- 29경기를 더 뛰면 개인 통산 500경기라는 대기록을 세운다.
현재까지 뛴 471경기도 대단한 기록이다. (웃음) 처음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데 언론과 팬들이 관심을 보였고, 나도 기록 달성에 대한 책임감이 생겼다. 그런데 그 기록 말고도 191경기 정도 연속으로 선발 출장한 기록도 있고, 무실점, 최소실점 등 많다. 이러한 숫자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 감독님께서도 500번이라는 큰 의미의 번호도 주신만큼 자연스럽게 하면 이루어질 것이다.
예전과 달리 축구선수의 생명이 길어지고 있다. 최은성, 김기동, 이운재 같은 선수들에게는 내가 최후의 보루가 될 수 있다. "병지도 하는데 내가 왜 못해"라고 말하기도 한다. 내가 그들에게 심리적 편안함을 주게 된 것이다. 그리고 K-리그의 역사를 위해서라도 자주 기록이 될만한 숫자들이 나와야 한다.
- 프로연맹의 500번 등록 불가 방침에 조광래 감독이 불만을 나타냈다.
감독님 생각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남들이 안 한다고 못한다면 남들이 하는 것은 잘하고 있는가? 그런 개념으로 나서면 안된다. 영구결번을 보라. 누구에나 영구결번은 하지 않는다. 농구에서도 허재같은 선수만이 영구결번이 됐다. 나도 500경기 달성을 위해 한 시즌만 달겠다는 것이다. 120골 넣은 선수가 130골을 넣기 위해 130번을 달겠다면 전적으로 밀어줘야 한다.
그리고 500번은 경남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K-리그를 위한 것이다. 김병지가 500경기를 앞두고 있다는 이야기로 전체의 관심도 높일 수 있고 전국의 팬들이 경기장을 찾을 것이다. 야구는 기록을 중시한다. 여론몰이도 한다. 하지만 K-리그는 그러지 못한다.
또 K-리그에서 300경기 출전은 상패와 부상으로 300만 원이 주어진다. 그렇지만 400경기는 없다. 그 이유가 옛날에는 대학 졸업하고 K-리그에서 뛰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 300경기 이상 뛰는 선수가 없어서였다고 한다. 시대가 바뀌었는데 그런 점은 바뀌지 않는다.
난 K-리그의 각종 행사에 최대한 많이 참여하려고 노력했다. 가족들을 데리고 서울에서 남해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왜냐면 난 K-리그에 몸담고 있기 때문이다.
- 올 시즌이 선수 생활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 바람이 있다면?
부상 없이 시즌을 치르고 팀이 6강 플레이오프에 나갔으면 한다. 6강에 올라 두 경기만 이기면 AFC 챔피언스리그 티켓도 딸 수 있다. 우승도 노린다. 최종적으로는 AFC 챔피언스리그 티켓 획득과 경남의 우승이다. 그리고 팀이 경남 도민 전체의 사랑받는 팀이 되었으면 한다. 편안하게 하면 성적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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