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철거 사망사건, 진압 A · B · C 무시한 작전

입력 2009. 1. 21. 06:03 수정 2009. 1. 2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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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사회부 임진수 기자]

용산 철거현장 참사와 관련해 경찰의 과잉진압 논란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경찰 내부에서 조차 이번 진압작전이 기본을 무시한 무리한 진압이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지난 2005년 4월 발생해 54일간이나 지속된 경기도 오산 세교택지개발지구 철거민 점거농성 사건.

당시 철거민들이 던진 화염병에 맞아 용업업체 직원이 숨지기도 했지만 경찰은 시간을 두고 막후에서 철거민들과 협상에 협상을 거듭한 끝에 인명피해 없이 농성을 진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제 발생한 용산 철거민 점거농성 진압작전에서 경찰은 이례적으로 만 하루만에 진압을 시도하는 등 180도 바뀐 모습을 보였다.

서울경찰청 김수정 차장은 "하루 동안 도심 한복판에서 테러라 할 정도로 화염병, 골프공 난무, 민간인 차량 파손 등을 묵과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경찰 내부에서도 농성진압의 A, B, C를 무시한 무리한 진압이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경비업무에 정통한 모 경찰고위 관계자는 강제진압은 농성진압 여러단계 가운데 최후에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지속적으로 협상을 시도한다는 전제하에 1차적으로 경찰은 농성자들이 지칠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어 2차적으로는 농성자들이 경찰의 본격적인 진압작전이 시작됐다는 생각이 들수 있도록 산발적인 소규모 진압작전을 펴 화염병이나 돌, 골프공 등 폭력적인 수단을 소진토록 하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막후 협상을 통해 농성자나 경찰 양쪽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서로 모색해야 한다.

이 관계자는 "지금같은 엄동설한에 농성이 오래되면 될수록 불리해지는건 농성자들이다"라며 "처음에는 완강한 입장을 보이던 농성자들도 나중에서 제발로 협상에 나서게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진압작전에서 경찰은 철거민들이 대화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바로 최후의 수단을 동원했다.

서울경찰청 김수정 차장은 "입구에 들어가기 전에 협상을 하자 했는데 병력이 철수하기 전에는 안 하겠다고 했다"며 "19일 밤 10시까지 최후통첩을 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수차례 협상을 요구하는 등 진압작전 전에 기본적인 할일은 다했다는 설명이다.

김 차장은 특히 "더 시간을 끌수록 그들이 외부에 지원을 요청해 그 세를 공고히 할 것이다는 생각을 했다"며 일반적인 진압작전 원칙과 상반된 의견을 내놨다.

결국 법과 원칙만을 강조하며 대화와 협상, 그리고 최소한의 인내심이 실종된 이번 진압작전은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숨지고 23명이 부상을 한 최악의 참사로 막을 내렸다.jsli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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