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알바' 일자리도 '하늘의 별따기'

2009. 1. 20.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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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방학맞은 학생 · 주부 · 고령자 경쟁 치열

ㆍ시급 4000원 최저임금 미달돼도 '감지덕지'

대학생 김모씨(24·여)는 요즘 아르바이트(속칭 '알바') 모집 사이트에 접속해 있는 것이 하루 일과다. 새 구직 공고가 뜨는 즉시 업체에 연락하기 위해서다.

김씨는 "사람을 모집하는 곳은 적은데 신청자들은 많다보니 조금만 늦게 연락하면 이미 사람을 구했다고 한다"며 "월세 내는 날은 다가오는데 '알바' 자리가 없어 잠도 안온다"고 말했다.

불황 때문에 단기 일자리라도 구하려는 구직자들이 몰리면서 '알바 대란'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12~1월에는 학생들이 방학 동안 할 아르바이트를 많이 구하는데다, 경기가 나빠지면서 주부들과 고령자들까지 일자리를 구하고 나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여기에 불황으로 판촉행사 등 아르바이트 자리는 오히려 줄어 구직자들을 애타게 만들고 있다.

20일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이달 초, 각 점포별로 100명씩 총 1800명을 뽑은 설 아르바이트 인력 모집이 점포별로 평균 7~15일 만에 모두 끝났다. 공고 후 마감까지 15~20일 걸리던 예년과 비교하면 절반가량으로 줄어든 것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무역센터점은 모집 공고도 내기도 전에 아르바이트 문의가 쇄도해 공고도 내지 않고 채용을 마쳤다"며 "특히 수능 후 예비대학생들과 대학 재학생들이 대거 몰려 예년보다 모집이 일찍 끝났다"고 말했다.

다른 백화점과 마트의 설 아르바이트 모집도 마찬가지다. 이마트 용산점은 아르바이트 모집 사이트에 공고를 올린 후 받은 문의전화가 지난해 하루 10통 정도이던 것이 올해는 15~20통으로 늘었다고 한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명절 아르바이트는 보통 젊은 층이 많이 지원하는데, 올해는 여성들과 40~50대 장년층의 지원도 많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아르바이트 사이트 '알바몬'에 이달 1~14일 새롭게 등록된 아르바이트 일자리 수는 3만806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만3610건)보다 13% 줄었다. 반면 새로 등록된 이력서는 4만585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만3987건)보다 35%나 늘었다.

단기 일자리가 귀해지자 시급 4000원인 최저 임금에 못미치는 임금에도 일자리를 구하려는 구직자도 늘어나고 있다.

고등학생 이모양(18)은 "유명 아이스크림 체인점에서 아르바이트 공고를 내 지원하러 갔더니, 첫 달에 시급 1500원을 준다고 했다"며 "수습기간이 있다고 해도 너무 낮다.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시급을 깎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알바몬이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아르바이트 구직자의 24.6%가 최저임금 미만의 급여라도 받아들이겠다고 답했다.

특히 서울·수도권보다 지방에서 이 같은 응답이 많아, 광주·전라 지역은 절반에 가까운 44.8%가 수락 의사를 밝혔다. 대부분(60.9%) 일단 일자리를 구하는 게 급하다는 이유에서다.

잡코리아 이영걸 이사는 "수도권보다 일자리가 적은 지방은 불황이 심해지자 열악한 환경이라도 일부터 하려는 절박함이 크다"며 "아르바이트 근로 환경이 불경기에 더 나빠지지 않도록 정부가 단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 김보미기자 bomi83@kyunghyang.com > - 재취업·전직지원 무료 서비스 가기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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