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교만말고 검찰 오만말라"
[한겨레] 박영관 제주지검장 · 박영수 서울고감장 뼈있는 퇴임사
최근 검사장급 인사 과정에서 옷을 벗은 검찰 고위간부들이 퇴임사를 빌려 검찰조직에 대한 고언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박영관(57·사법시험 23회) 제주지검장은 16일 퇴임식에서 "로마시대 군중들이 개선장군에게 환호를 하자 옆에 있던 노예가 '메멘토 모리'를 외쳤다는 일화가 생각난다"며 "아무리 영광스러운 자리라도 모든 것은 변하니 겸손하고 교만하지 말라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라틴어 '메멘토 모리'는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라는 뜻이다. 그는 "나뿐만 아니라 권력을 잡고 행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메멘토 모리'를 말해주고 싶다. 언젠가는 물러날 거라 생각했지만 칼바람 부는 겨울에 나가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인사에 대한 불만을 에둘러 나타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때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과 조선일보사 탈세 사건 수사를 지휘한 그는 지난해 전주지검장에서 제주지검장으로 사실상 좌천당한 뒤 이번에 또다시 대전지검 차장으로 좌천당하자 사표를 냈다.
지난 15일 퇴임한 박영수 (57·사시 20회) 전 서울고검장도 "검찰권을 행사할 때는 절제가 필요하다. 검찰권은 시류에 편승하거나 그렇게 비쳐져서는 안 된다"는 말을 남겼다. 그는 "엄정공평, 불편부당의 정신은 검찰이 지켜야 할 절대가치이며, 검찰권은 아집과 편견에 치우치거나 무모하거나 오만해서는 더욱 안 된다. 이것이 검찰이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얻는 지름길임을 명심해 달라"고 덧붙였다. 대검 중수부장 등으로 있을 때 현대자동차 비자금 사건, 에스케이(SK)그룹 분식회계 사건을 파헤쳐 명성을 날린 박 전 고검장은 김경한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용퇴' 압박을 받다 지난 12일 사표를 제출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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