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모차르트·쇼팽..돈도 잘벌었을까
【서울=뉴시스】
클래식 애호가인 고규홍(49)씨는 우연히 음악가 루드비히 반 베토벤이 동생과 주고받은 편지를 발견했다. 궁핍이 극에 달한 베토벤은 엄청난 토지를 소유한 동생에게 도움을 청했다.
당시 두 형제 사이에는 이런 비정한 대화가 오간다. "형이 선택한 직업은 원래 생활을 곤궁하게 하는 것 아닙니까. 형의 궁핍은 형 스스로 선택한 것이니 책임도 형 스스로 져야 할 것입니다", "너의 돈은 필요 없다. 너의 설교도 필요 없다."
음악사에 길이 남을 악성 베토벤도 경제문제는 비켜 갈 수 없었다. 거장의 삶을 지배한 돈 문제를 따라가면서 그의 삶과 음악을 좀 더 입체적으로 훑는다. 많건 적건 돈에 영향 받지 않은 음악이란, 혹은 음악가의 삶이란 처음부터 불가능한 것인지도 모른다.
평생 빚더미에 시달리면서도 자신이 지지한 비밀결사 '프리메이슨'에 거액 기부를 마다하지 않은 모차르트다. 피아노 한 대조차 살 수 없던 처지의 슈베르트는 자신의 음악을 사랑한 친구들의 모임인 '슈르티아덴'에 기대 근근이 먹고 살았다.
오로지 오페라 티켓 구입에만 매달린 쇼팽은 실속 못 차린 출판계약을 거듭한 '음악사 최고의 돈맹'이었고, 아버지가 파리코뮌 전사였던 드뷔시는 지독히 빈곤한 어린 시절을 보낸 이후 성장기 이야기에는 입을 닫았다.
'베토벤의 가계부'는 이 밖에도 아들을 위해 돈에 집착한 수전노 파가니니, 상업주의라는 비난에 시달린 거장 로시니, 유산을 한 푼도 내놓지 않은 이기적인 거장 푸치니, 밥벌이를 위해 지휘봉을 놓지 못한 비운이 사나이 말러의 가계부를 엿본다. '돈'이라는 키워드로 서양음악사를 여러 측면에서 해부한다. 그 동안 알려지지 않은 거장들의 경제 사정이 드러난다. 260쪽, 1만2000원, 마음산책
이민정기자 benoit051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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