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파시즘'은 어떻게 미국을 망가뜨렸나

입력 2008. 12. 19. 19:21 수정 2008. 12. 19.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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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미국의 종말〉나오미 울프 지음·김민웅 옮김/프레시안북·1만3500원

'미국은 끝장났다(The End of America)'고 선언한 나오미 울프의 책이 나온 것은 2007년. 진보적 사회비평가 나오미가 보기에 미국은 이미 그 시점에서 더는 미국이 아니었다. 금융공황이라는 경제파탄 이전에 정치·사회·도덕적으로 이미 파산상태였다. 나오미는 부시 집권기간을 파시즘 체제로의 이행기라고 진단했다. 놀랍게도, 버락 오바마의 등장으로 주춤거리고 있는 미국 파시즘의 불길한 전조들이 한국에선 지금에야 그대로 복제돼 한층 더 강도 높게 활개치고 있는 사실을 우리는 <미국의 종말>이라는 거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2006년 6월 환경운동가 스티븐 하워드가 아들을 피아노 레슨에 데려가다가 부통령 딕 체니 일행이 근처 쇼핑몰에 들어오는 것을 보고 다가가 말했다. "내가 보기엔, 당신의 이라크 정책은 비난받을 소지가 있소." 10분 뒤 비밀 경호원이 그에게 수갑을 채웠고, 지역경찰은 '부통령을 공격한 혐의'로 하워드가 징역 1년을 살 만한 내용의 조서를 꾸며 기소했다. 그해 7월 중앙정보국(CIA) 컴퓨터 보안전문기술자 크리스틴 액스미스는 물고문을 비난하는 메시지를 블로그에 올렸다가 13년간 몸담았던 직장을 잃고 기밀문서 취급자격도 박탈당했다. 같은 시기 부시 정부는 누구든 '적대적 전투요원'으로 낙인찍히기만 하면 재판절차도 없이 수감해서 무기한 감금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만들었다.(관타나모와 아부그라이브 수용소에서 자행된 끔찍한 범죄행위를 상기해보라.) 8월엔 시위장면을 찍은 비디오테이프를 검찰에 넘기지 않았다는 이유로 블로거가 수감당했고, 연방검찰 당국이 <뉴욕타임스> 취재기자들 전화통화 내역을 조사해도 된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그해 3월엔 부시 정권에 '비협조적인(민주당 지지 유권자등록운동 시민단체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다는 이유)' 연방검사 9명이 해고당했다.

<미국의 종말>은 부시 정권이 미국을 어떻게 망가뜨렸는지, 그 '열 가지 비법'을 가르쳐 준다. 1. 안팎의 위협을 부각시켜라. 2. 비밀수용소를 건설하라. 3. 준군사조직을 육성하라. 4. 일반시민들을 사찰하라. 5. 시민단체에 파고들어라. 6. 시민들에 대한 무차별 체포와 석방을 꺼리지 마라. 7. 핵심인물들을 겨냥하라. 8. 언론 자유를 봉쇄하라. 9. 비판은 '간첩행위'로, 비판하는 자는 '국가반역죄'로 몰아라. 10. 법의 지배를 뒤엎어라.

미국 우익 패권주의세력이 영구집권을 위해 고안해낸 이 10가지 수법은 히틀러나 무솔리니, 스탈린 그리고 프랑코, 피노체트, 수하르토, 소모사 등이 써먹던 수법을 그대로 따온 것임을 나오미는 구체적 사례들을 통해 보여준다. 그렇게 해서 미국은 망가졌다. 결국 공화당 정권도 무너졌다.

이 땅의 우익 파시스트들이 유행시킨 이른바 '좌빨'이라는 합성어가 미국 파시스트들이 정치적 반대세력 제거용으로 써먹은 '적대적 전투요원'이라는 매카시적 용어의 복제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우리는 책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 땅의 우익은 말하자면, 미국 우익의 영구집권계획을 이제야 열심히 복습하면서 일본 우익의 낡은 수법까지 가미해 한술 더 뜨고 있다. 촛불시위자 처벌, 역사교과서 수정과 우익역사 특강, 일제고사 관련 교사징계, 단체장·고위공무원 판쓸이, 사이버 규제, 백골단 부활, 방송장악과 언론관련법 개악, 그리고 대북정책, 에프티에이(FTA) 날치기 처리…. 판박이다.

나오미는 자유와 민주주의는 쌓아올리기는 어렵지만 무너뜨리는 건 한순간이라며, "황혼의 땅거미처럼 알게 모르게 스며드는" 파시즘의 전조에 눈감은 채 그것을 남의 일로 치부하면 머지않아 모두가 그 피해자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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