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이 고백하는 삶과 문학, 시대

2008. 11. 21.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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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집 '바다의 기별' 출간(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100만부 넘게 팔린 역사소설 '칼의 노래'의 소설가 김훈 씨가 새 산문집 '바다의 기별'(생각의나무 펴냄)을 내놨다.

1948년생으로 올해 예순을 맞는 작가는 13편의 에세이를 통해 지난 세월을 되돌아보며 자신의 삶과 문학, 시대를 특유의 문체로 이야기한다.

작가는 산문집에서 그 동안 좀처럼 드러내지 않았던 가족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감정적이거나 연민에 사로잡히지 않는 문투가 오히려 묘한 애틋함을 자아낸다.

"아버지는 자상하지 않았고 가정적이지도 않았다. 아버지는 가난했고 거칠었으며 늘 울분에 차 있었다. 아버지에게 광야란 없었다. 아버지는 그 불모한 시대의 황무지에 인간의 울분과 열정을 뿌리고 갔다. 나는 언제나 그런 아버지의 편이었다"('광야를 달리는 말' 중에서)

취직해서 받은 첫 월급으로 아버지에게 휴대전화를 선물한 딸을 보면서 이제는 여자가 돼버린 딸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기도 한다.

"술 취하고 피곤한 저녁에, 잠든 아이의 머리에 코를 대고 아이의 냄새를 맡으면서 나는 때때로 슬펐다. 내 슬픔은 결국 여자의 태(胎)에서 태어나서 다시 여자의 태 속에 자식을 만드는 포유류의 슬픔이었다. (중략) 이 여자아이가 또 여자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또 여자아이를 낳을 것이다. 나는 이 진부하게 순환되는 삶의 일상성 속에서 기적과도 같은 경이를 느꼈다"('무사한 나날들' 중에서)

그런가 하면 오늘날의 사회와 현실에 대해서는 "이 언어가, 이 사회적 담론이 의견과 사실을 구별하는 능력을 상실한 지 오래됐기 때문에, 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라며 신문이나 저널을 읽기가 너무 어려워졌다고 토로한다.

작가는 사람들이 의견과 사실을 뒤죽박죽으로 섞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마도 그들이 당파성에 매몰돼 있기 때문일 것이고 그것을 정의라고, 신념이라고 말하기 때문"이라며 신념의 언어보다 더 소중한 것은 자기 주변의 세계를 과학적으로 인식하는 태도라고 말하기도 한다.

"나는 신념에 가득 찬 자들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습니다. 나는 오히려 의심에 가득 찬 자들을 신뢰합니다. 내가 신념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니로되, 인간의 진실이 과연 신념 쪽에 있느냐 의심쪽에 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더 많은 진실을 의심 쪽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인 것입니다"('회상' 중에서)

그 동안 김훈이 펴낸 저작물들의 서문과 각종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했던 수상소감이 부록으로 함께 실렸다.

220쪽. 9천500원.zitrone@yna.co.kr < 긴급속보 SMS 신청 >< 포토 매거진 >< 스포츠뉴스는 M-SPORTS ><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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