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의자왕 증손녀 부부 묘지명 발굴
백제 중앙관서 '외경부' 목간도 공개(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당으로 끌려간 백제 의자왕의 증손녀 부부의 묘지명이 당나라 도읍 시안(西安)에서 발견됐다.
또, 백제 정부가 곡물을 빌려주고 그 증빙서류로 작성한 공문서 목간이 발견된 부여 관북리 유적에서 수습된 유물 중에 백제 중앙정부 관서인 '외경부'(外경 < 木+京 > 部)라는 글자가 적힌 목간이 추가로 확인됐다.
이런 사실들은 백제학회(회장 양기석)가 15일 오후 충북대 인문대학 시청각실에서 '백제의 신출토 문자자료'를 주제로 개최하는 제1회 정기발표회를 통해 공개된다.
이 자리에서 백제 부흥운동사 전공인 김영관 청계천문화관장은 2004년 중국 산시(陝西)고고연구소가 시안 북쪽에 있는 당 고조 이연(李淵.566-635)의 무덤인 헌릉(獻陵) 주변의 도굴된 무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의자왕 증손녀인 부여태비(扶餘太妃)와 그의 남편인 이옹(李邕) 부부의 묘지명을 각각 찾아냈다는 사실을 공개한다.
김 관장은 이 묘지(墓誌)에는 덮개돌이 별도로 있다고 14일 말했다.덮개돌은 가로 74cm, 세로 70cm, 두께 13cm로, '唐故괵王妃墓扶餘誌銘'(당고괵왕비묘부여지명)이라는 글자를 음각했다. '괵'이란 그의 남편 이옹이 왕으로 분봉을 받은 지명이다.
본문격인 묘지는 가로 74cm, 세로 70cm이며, 두께는 9cm로 표면을 연마해 광택을 냈다. 이에는 전문(全文) 30행, 1행 각 31글자, 총 831자에 이르는 문장을 해서(楷書)로 음각해 새겼다. 글자체는 날렵하면서도 활달하고, 깔끔하면서 분명하고 힘이 있다고 김 관장은 덧붙였다.
나아가 김 관장은 이 묘지명에 기록된 내용을 통해 부여태비는 증조부가 의자왕이고 조부는 부여융이며, 아버지는 부여덕장이라는 사실과 함께 그가 당 황실 자제인 이옹과 혼인해 아들 다섯을 두었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부여태비는 이름은 알 수 없으나 이옹의 아들이 '괵왕'이라는 봉작을 이어받음에 따라 '괵왕태비(王太妃)가 되었음을 이 묘지명을 알려준다. 부여태비는 부여씨 성을 가진 왕의 어머니라는 뜻이다.
이로써 백제 왕족이 당에서 왕비족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직접적인 기록을 확보하게 됐다고 김 관장은 덧붙였다.
더불어 묘지명과 문헌기록을 분석한 결과 부여태비는 690년 의자왕의 손자인 부여덕장의 차녀(次女)로 태어나 711년 당의 황족인 이옹의 두 번째 부인으로 혼인해 괵왕비에 책봉되었으며, 727년 이옹이 먼저 세상을 뜨자 731년 태비로 책봉됐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묘지명에 의하면 부여태비는 738년 8월9일 장안(長安)의 숭현방 사저에서 49세로 세상을 떠나고 그 해 11월15일 먼저 죽은 남편 이옹과 합장됐다. 묘지명은 부여태비가 백제의 왕족으로 숙녀(淑女)의 삶을 살았다고 기록했다.
한편 매장문화재 전문조사기관인 백제문화재연구원 박재우 실장은 올 여름 부여 쌍북리 280-5번지 일대 발굴조사에서 수습한 백제시대 목간 6점 중에는 기존에 공개한 소위 '좌관대식기'(佐官貸食記)라는 곡물 대여 문서 외에도 '외경부'라는 백제 중앙관청 이름이 적힌 목간이 포함돼 있음을 유물 보존처리과정에서 확인했다고 보고한다.
박 실장에 의하면 이 '외경부' 목간은 가로 8.1cm, 세로 2.3cm, 두께 0.6cm 크기로 상단부에 구멍을 뚫었으며 앞면에는 '外경 < 木+京 > 部鐵', 뒷면에는 '代綿十兩' 정도로 파악할 수 있는 묵글씨가 확인된다.
박 실장은 "이로 보아 이 목간 묵서는 외경부에서 철(鐵)의 대가로 지방에서 가져와 창고로 거두어들인 면(綿) 10량을 담은 포대에 달았던 물품 꼬리표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與●'(●는 미판독)라는 묵글씨를 적은 다른 목간은 그 모양이나 묵서 분량으로 보아 두루마리 문서의 내용을 간략히 표시하는 인덱스 구실을 하는 소위 제첨축(題籤軸)일 가능성이 있다고 박 실장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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