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계양산성 '논어 목간' 400~480년 한성백제때 제작
ㆍ한자·경전 도입도 입증 획기적 자료 평가
2006년 인천 계양산성에서 확인된 '논어 목간'은 AD 400~480년 사이, 한성백제 때 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시기에 한자는 물론 경전(논어)까지 이미 도입되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자료로 평가된다.
선문대 고고연구소(소장 이형구)는 2004년부터 2년간의 발굴 성과를 담은 '계양산성' 보고서에서 "목간과 같은 층위에서 출토된 목재 2점에 대한 AMS(가속기질량분석) 연대측정 결과 AD 400년과 AD 480년이었다"고 결론내렸다.
잔존 길이 13.8㎝로 지름 2㎝ 정도 크기의 목재를 5면으로 깎아 만든 이 목간은 2005년 5월, 산성내 집수정 바닥에서 확인된 바 있다. 그런데 적외선 촬영 결과 목간 5면에는 '논어'의 제5장 공야장(公冶長)의 일부 내용이 담겨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주목을 끌었다. 공야장은 공자의 제자이자 사위이다.
목간을 보면 '(子謂子)賤君子(哉若)人', 즉 공자가 자천이라는 인물에 대해 말하는 내용과, '(子使漆雕開仕對日)吾斯之未能信子說', 즉 공자가 칠조개라는 인물에게 벼슬을 주고자 하자 칠조개가 "저는 아직 벼슬을 감당할 만한 자신이 없습니다"라고 대답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또한 '(孟武伯問~求也~)也不知其仁也赤也(何如)', 즉 맹무백이 공자에게 구(求·공자의 제자인 염유)에 대해 묻자 공자가 "그가 인자한지는 알 수 없다"고 답하는 대목도 있다.
이 목간은 당시 전형적인 한성백제시대 토기인 원저단경호(圓底短頸壺·밑이 둥글고 목 짧은 항아리)와 같은 층위에서 발견돼 한성백제시대인 4세기대 유물로 발표됐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의 목간연구자들은 이 목간을 신라시대 혹은 통일신라시대의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손환일 경기대 연구교수는 "목간 서체는 '둔황문서(敦煌文書)'나 '러우란(樓蘭)잔지(殘紙)'에서 사용된 4~5세기 사경체(寫經體)와 관련이 깊다"면서 "이런 사경체는 해서(楷書)가 정착되기 이전의 필획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 연구자들이 목간을 직접 보지도 않고 신라 것이라 판단했다"고 학계의 그릇된 연구 태도를 나무랐다.
보고서에서는 또한 이미 공개된 논어 목간 외에도 역시 집수정에서 출토된 또 1점의 목간을 추가로 공개했다. 이 목간은 총길이 49.3㎝나 되지만 읽을 수 있는 글자는 '자(子)'자뿐이었다. 하지만 남아있는 '자(子)'자로 미루어 보아 이 목간 역시 논어를 필사한 것으로 여겨진다. 손환일 교수에 따르면 한자는 전국시대 때 이미 한반도에 도입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고구려는 372년 태학을 세워 유교경전으로 교육했을 것이다. 백제의 경우엔 6세기 무렵 오경박사(五經博士)를 일본에 파견했다는 일본서기 기록이 있다.
손 교수는 "그런 점에서 이번에 확인된 400년대 논어 목간은 한자도입과 유교 수용을 입증해주는 가장 이른 시기의 실물자료"라고 높이 평가했다. 이형구 교수는 "풍납토성 등 한성백제의 중심지에는 당대 중국, 즉 서진(西晉·265~316년)과 동진(東晉·316~420년)시대 시문도기와 자기류가 출토된다"면서 "중국문물이 들어왔을 때 논어와 같은 경전도 함께 도입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이기환선임기자 lkh@kyunghyang.com > - 재취업·전직지원 무료 서비스 가기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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