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풀리는 부동산.. 꺼지던 '집값 버블' 자극 우려
[11·3 경제난국 극복 종합대책] 부작용 없나재건축 관련 규제 완화로 투기수요 증가 가능성강남 급매물 벌써 회수…주택대출 건전성 악영향
풀 수 있는 건 다 풀어헤쳤다. 부동산 전문가들 조차 '이제는 주택과 관련해 남아 있는 규제를 찾기 힘들다'고 할 정도다. 강남 재건축에 견제 역할을 해오던 각종 투기방지 조치들이 무장해제 되고, 주택담보 대출의 마지막 보루도 무력화 됐다. 남은 건 분양가 상한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정도인데 이마저도 향후 풀릴 가능성이 높다.
명분은 금융위기로 벼랑 끝에 몰린 실물경제를 살리겠다는 것. 분명 맞는 말이다. 하지만 경기를 활성화하는 장기 대책과 향후 버블(거품)을 야기할 수 있는 임시 방편은 분명 다르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 중 상당수는 일시적으로 경기부양에 도움이 될지는 모르지만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거품을 일으킬 수 있는 '모르핀식' 대책이 주를 이룬다.
정부의 대책에도 '옥석 고르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빠르면 2년 뒤 지금 나온 대책을 다시 규제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올 정도로 이번 정부 조치는 '투기를 부르는 대책'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투기를 부르는 정책의 부활
정부 대책은 옥죄긴 힘들지만 풀기는 쉽다. 현 정부는 지난 10년간 차곡차곡 쌓아왔던 대책의 방벽을 일시에 무너뜨렸다.
외환위기로 주택가격이 폭락하고 거래가 위축됐던 1999년, 정부는 IT(정보기술)에 대한 정책적 지원과 함께 실물경기 활성화를 위해 대대적인 주택ㆍ건설경기 부양 조치를 취했다. 분양가 자율화를 비롯해 양도소득세 한시 면제, 청약자격 완화, 재당첨 금지 폐지, 재건축 활성화 방안(가구당 2,000만원 지원) 등이 이때 쏟아져 나왔다. 이 조치는 경기가 회복되면서 가속도를 내 2001년부터 서울 강남을 비롯한 전국의 아파트 가격이 폭등하기 시작했다.
이 여파로 1999년 1월 9만7,418가구에 달했던 전국 미분양 아파트가 2002년에는 2만4,923가구로 4분의 1 수준으로 대폭 줄었다. 하지만 주택가격 폭등은 토지가격 급등으로 이어졌고, 결국은 부동산 버블로 확대 재생산되기에 이르렀다. 참여정부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것도 치솟는 집값을 잡지 못한 것이 한 원인이 됐을 정도로 주택가격 급등은 국가와 사회의 짐이었다.
정책에도 옥석가르기 필요
전문가들은 이번 11ㆍ3대책 중 주택경기 활성화에는 별 영향을 주지 못하면서 부작용이 큰 대책으로 재건축 규제 완화를 꼽는다. 재건축은 주택시장에서 '투기용 부동산'으로 분류되는 대표적인 상품이다. 실례로 강남 재건축 대상 아파트에 거주하는 실소유자는 평균 20%가 채 안 된다.
다시 말해 실제로 다른 곳에 살면서 '미래 투자수익을 노리고 산 부동산' 성격이 강하다. 정부는 이번에 용적률을 높이고, 소형평형ㆍ임대주택의무비율 제한을 풀어 재건축의 사업성을 크게 높여주었다. 정부가 투자 가치를 올려준 것이다.
실제로 이번대책에 나오자마자 이날 강남 재건축의 급매물이 회수되고, 가격이 상승하는 현상이 빚어졌다. 전과 달리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다.
투기ㆍ투기과열지구 해제도 파장이 만만치 않다. 투기지역 해제는 무분별한 주택대출을 막는 견제 장치인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무력화 시키는 조치다. 주택경기가 살아나 대출이 다시 늘어날 경우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가 우리에도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버블 우려를 묻는 질문에 "주택가격 폭등 사태가 나타나면 이번 조치를 다시 회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의 말처럼 규제는 다시 하면 되겠지만 손상된 정부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는 어떻게 회복할 지 의문이다.
송영웅 기자 herosong@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 인터넷한국일보(www.hankooki.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일보 www.hankookilbo.com (무단복제 및 전재,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