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칸〉[정주리의 연애학 AtoZ]그만 징징거리면 안 되겠니?
방송에서 내려간 마당에 이런 말 하는 거 뒷담화 같아 조금 미안하지만, '우리 결혼했어요'라는 프로그램에서 무척 견디기 힘들었던 출연진은 '솔비-앤디' 커플이었다. 두 사람에 대해 아무런 나쁜 감정이 없었다는 것(오히려 잘 몰랐다)을 전제로 깔아두자. 사실 자주 챙겨본 것도 아니다. 채널을 돌리다 가끔 힐끗거렸고, 이런저런 화제를 불러온 인기 프로그램이라는 것 정도 알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팬들이 '앤솔'이라 부르며 아꼈다는 그 쌍이 유독 견디기 힘들었던 이유는, 그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끝없는 '징징거림' 때문이었다.
'우리 결혼했어요'라는 프로그램은 결혼 생활 리얼리티를 내세우고는 있지만, 실제로는 가상 연애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다른 나라는 흉내내기조차 힘들 한국만의 4대 결혼 절대 미학-육아 전쟁, 집값 폭탄, 고부 갈등, 배우자 외도-이 손톱만큼도 보이지 않는데, 이 어찌 결혼 생활을 다룬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데이트 장소가 영화관이나 놀이공원이 아니라 집이라는 것만 다를 뿐, 두 청춘 남녀를 이런저런 상황에 몰아넣고 반응을 살피는 것은 컴퓨터 속 연애 게임과 비슷해 보인다.
어쨌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솔비가 방송에 나와 하는 일이라고는 그저 앤디에게 끝없이 칭얼대고 징징거리고 투정부리는 것이었다. 부엌에서 티격태격하면서 징징대고 미장원에 같이 안 따라가 준다고 징징대고, 이거 안 해준다고 저거 안 들어준다고 징징대고, 또또또 계속 계속 징징. 거침없고 솔직해서 안티팬들을 몰고 다녔다는 그의 행보와 끝없는 징징거림이 도무지 어울리지 않아 처음에는 어리둥절했지만, 나중에는 알 것 같았다. 어쩌면 이 징징거림이 때와 장소에 따라서 거침없음과 솔직함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는 것을.
어쩔 수 없이 가정해본다. 내 연인이 그렇게 징징거리면서 내가 자신을 위해 끊임없이 마음과 몸을 써주기를 원한다면? 둘 중 하나겠지. 부당하다고, 이건 아니라고 느끼면서 사사건건 그와 부딪쳐 싸우거나, 지쳐 포기하고 연애를 접거나. 귀엽지 않느냐고? 내가 뭔가를 해줄 수 있어 보람 있지 않느냐고? 천만에. 한쪽이 일방적으로 '감정 노동'을 견디는 관계가 건강하게 오래갈 리 없다. 뜻하지 않게 솔비를 예로 들었을 뿐이지만, 징징거림이 갓 스물 귀여운 여자애들만의 특권일까. 제 엄마에게 하던 가락대로, 은근하고 과묵한 징징거림으로 여자친구의 진을 있는 대로 빼는 어른 남자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징징거려왔던, 징징거리고 있는, 앞으로 징징거릴 연인 또는 연애 초보들에게 당부 한 마디. 애인은 엄마나 아빠가 아니다. 연애는 내 투정을 있는 대로 받아줄 보모를 찾는 과정이 아니다. 마음이란 차면 기울고 기울면 다시 차는 달의 움직임과 같아서, 내가 어떤 식으로든 떠넘긴 감정의 찌꺼기들은 언젠가 반드시 나에게 돌아오게 마련이다. 무조건 받아주는 연애를 꿈꾸고 있다면, 스스로 생각하기에 자신이 징징거림을 타고난 성격이라면, 부디 꿈을 버리거나 성격을 고쳐보라고 조심스레 얘기해주고 싶다. 타고난 박애주의자가 아닌 이상 징징거림이 마냥 예뻐 보이는 콩깍지는 그리 오래 가지 않는다.
<연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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