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리포트] 대중 눈높이에 맞춘 미래기술을 만나다
<미래를 경험하라. '와이어드 넥스트페스트 2008(Wired Nextfest 2008)'>
시카고(미국)=류태영 USC 인터랙티브 미디어 디비전 석사 과정 tryu@usc.edu
9월 27일부터 10월 12일까지 미국 시카고의 밀레니엄파크에선 이색적인 전시회가 열렸다. 올해로 5회째를 맞는 미래 기술 전시회인 '와이어드 넥스트페스트(Wired Nextfest 2008)'다. '와이어드 넥스트페스트'는 미국의 IT 관련 잡지인 와이어드 매거진에서 주최하는 연례 행사로, 세계 각국의 미래 기술을 한자리에 모아 대중에게 소개한다. 지난해 행사가 히타치의 단독 후원으로 열렸던 반면에 이번 '와이어드 넥스트페스트'는 도요타와 제록스, 시티그룹 등 다수의 대기업이 참가함으로써 그 내실을 더했다.
◇차별화된 전시 방식='와이어드 넥스트페스트'가 다른 전시회나 엑스포와 차별화되는 점에는 몇 가지가 있다. 예술적인 면에만 치중해 다소 지루한 면이 있는 미디어 아트 전시회나 대기업 상품 홍보가 주류를 이루는 컴덱스와 같은 산업 박람회와는 달리 모든 전시물이 관람객의 흥미와 지적 호기심을 자극한다. 게다가 대부분의 전시물들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는 점도 이 전시회의 또 다른 특징이다. 이번 '와이어드 넥스트페스트'에 처음 도입된 '비디오 투어'는 이 전시회의 그러한 측면을 잘 보여준다. 모든 관람객은 아이팟 터치를 지급받게 된다. 각 아이팟 터치엔 전시물의 설명 동영상과 제작자 인터뷰 등의 콘텐츠가 저장돼 있다. 관람객이 해당 전시물앞에서 그 전시물에 따른 번호를 입력하면 설명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쉽고 재미있게 다가오는 첨단 과학 분야들='와이어드 넥스트페스트'의 취지는 미래 사회를 지배할 핵심 기술이지만 쉽게 다가가기는 힘든 로봇 공학, 친환경 기술, 가상 현실 등의 첨단 과학 분야를 대중의 눈높이로 가져오는 것이다. 이번 행사에서 중요하게 다룬 미래 기술의 분야는 로봇 공학과 친환경 기술, 디자인, 탐사 기술, 엔터테인먼트다.
우선 로봇 공학 분야에서는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출품한 자체 재생 로봇인 'CKBOT'이 가장 큰 이목을 끌었다. 이 로봇은 파괴되면 흩어진 각 부분들이 인공지능(AI)으로 다시 결합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경이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전시된 일본 정보통신연구기구의 '키폰(Keepon)' 역시 큰 주목을 받았다. '키폰'은 병아리처럼 생긴 로봇으로서 자폐아 치료를 위해 고안됐는데, 음악에 맞춰 춤을 추거나 콩알만 한 눈으로 사람을 응시하는 등 그 귀여운 모습은 어린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 외에 카이스트와 함께 휴보를 만들었던 핸슨로보틱스의 감정 표현 로봇 역시 좋은 반응을 얻었다.
디자인 분야에서는 '아이포인트 프레젠터(I-POINT PRESNETER)'와 '호버릿 라운저'가 주목을 받았다. 독일의 한 연구소에서 출품한 '아이포인트 프레젠터'는 영화 마이너리티리포트의 터치스크린을 연상시켰다. 관람객이 화면을 향해 손가락을 움직이면 바닥의 동작 감시 센서가 그 움직임을 감지해 그 움직임에 따라 화면상의 물체를 이동시키거나 회전시키는 것이다.
영국의 호버릿에서 출품한 '호버릿 라운저'는 자기 부상 열차의 원리를 안락의자에 적용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제품이다. 자석을 이용해 안락 의자를 공중에 띄움으로써 바다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 밖에 20년 이상의 수명을 지닌 저온 평면 조명인 플레니륨 라이트나 첨단 의족 등도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친환경 분야에서는 빠르게 증식하는 녹조류를 연료와 식용으로 사용하는 기술을 선보인 회사 솔라자임과 오렌지와 이산화탄소로 만든 플라스틱을 선보인 회사 노보머가 돋보였다. 또 휴먼카에서는 사람의 힘으로만 100㎞가 넘는 속도를 낼 수 있는 '이매진-PS'라는 자동차를 선보였다.
뇌파를 이용해 공굴리기 대결을 하는 '브레인볼'은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하이라이트였는데, 머리에 뇌파 측정 밴드를 두른 채 게임을 하는 관람객들의 모습은 모두가 상상하는 미래의 게임 그 자체였다. 꽃잎을 조종해 황야를 꽃밭으로 만든다는 독특한 컨셉트의 게임인 '플라워'와 반구 형태의 체감형 기구를 통해 시각, 후각, 바람, 진동 등 모든 감각 기관을 자극하는 생생한 경험을 제공하는 가상현실 머신인 '이머사돔(Immersa-dome)'에도 관람객이 붐볐다. 탐사 분야에서는 일반 디지털 카메라에 장착해 수십억화소의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해 주는 '기가팬(Gigapan)'이 화제였으며, 보잉의 가오리형 비행기 동체 모델과 나사의 달 탐사 로봇 등도 인기를 모았다.
한편, 이 행사의 메인 스폰서인 도요타와 제록스 역시 그들이 개발 중인 미래 기술을 들고 나왔다. 도요타는 2000년대 초반부터 연구 중인 1인용 운송 수단인 '아이리얼(i-real)'의 시승 가능 버전을 소개했다. 가정용 전기 코드로 충전할 수 있는 차세대 프리우스와 미래형 하이브리드카인 '1/x'의 컨셉트 버전을 전시하기도 했다. 제록스는 24시간 안에 프린트된 내용이 저절로 지워지는 재활용이 가능한 지워지는 프린트 용지와 쓰레기를 발생시키지 않는 고체형 잉크, 사진으로 담을 수 없는 보안 프린팅 기술 등을 선보여 많은 호응을 얻었다.
<박스1> 터미네이터의 조상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의 마크 임 교수가 제작한 'CKBOT'은 이번 와이어드 넥스트페스트에서 가장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 로봇은 최근 로봇 공학의 화두인 모듈러 로봇의 정점에 있는 경이로운 로봇이다.
모듈러 로봇이란 기존의 일체형 로봇이 아니라 레고와 같은 작은 부분으로 이루어진 수많은 작은 로봇을 이어 붙여 하나의 큰 로봇을 만드는 새로운 로봇 제작 방식이다. 이를 통해 다양한 형태와 다양한 동작을 가진 로봇을 프로그래밍해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파괴 불가'라는 말로 정의되는 'CKBOT'은 다른 모듈러 로봇들처럼 수많은 상자 형태의 작은 로봇이 모여 하나의 큰 로봇을 이루는데 각 작은 로봇들은 외부 충격에 의해 서로 분리되더라도 각각의 AI로 신속하게 다시 결합한다. 즉, 누군가 큰 로봇을 바닥에 내동댕이쳐 산산조각이 나면 흩어진 각각의 작은 로봇은 부착된 카메라와 라디오 전파 장치를 통해 다른 부분 로봇들의 위치를 확인하고 재결합에 알맞은 위치로 각기 이동한 후, 각각을 둘러싼 자석을 이용해 다시 결합하는 것이다.
이 로봇은 이러한 재생기능 덕분에 아무리 파괴해도 다시 살아나는 영화 터미네이터2의 'T1000의 고조할아버지'라는 별명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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